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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26. 2022

열하나. 나의 안부를 묻는 밤

그저 그런 사람이 될까 두려워

목포에 온 지 3주 차가 되었다. 시간은 속없이 흘렀고 나에게 잘 지내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가로지어 저을 수도 없었다. 나는 애써 쓴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대답해야 했다. 그저 그렀다고. 그게 진정 솔직한 마음이었다. 쉬는 날도 아니고 아직 마음이 복잡하고 행복하기 어렵다고. 행복이라는 거 살면서 크게 느낀 적 없었다.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거 일몰의 바닷가에서 맥주 한 캔 하는 것 그런 일상의 행복을 매번 느끼며 사는 것도 솔직히 기대하며 살지 않았다.


기대 히지 않아서 의외의 곳에서 행복함을 느꼈다. 의외의 사랑이 내 인생을 바꿔놓기도 의외의 선택이 내 하루를 바꿔놓기도 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었고 불안 함또 한 온전히 내 책임이었다. 목포에서의 하루는 특별할 것 없는 남에게는 끝없는 지루한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다들 살아가는 것이 내가 온전히 살아가야 할 숙명이라면 따스하게 안고 아껴줘야지. 내 안부를 자꾸 묻고 행복하지 않은 나날에 책임을 물어야지.


왜 조금은 행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냐고, 왜 사소한 것들에 기대하며 살아갔냐고 책임을 묻고 자책하고 다음번엔 조금은 행복하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살아야지. 누군가와 함께 걸었을 그 길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 때도 다시 새로움으로 가득 찰 수 있다는 의심을 멈추지 말아야지 그저 함께라는 것에 행복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지. 그런 다짐들 사이로 양손 가득 쥐어진 행복을 놓치지 않게 꽉 잡고 품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포기해버리면 나는 평생을 나의 불안하고 불행한 인생을 남 탓, 상황 탓만 하며 살아갈지 모르니까.


나는 아직도 목포에 온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중엔 모르겠다. 하나 나중을 바라보며 살기엔 일단 오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모두가 마음의 존귀함으로 가득 들어차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오늘을 되새기며 힘들고 고단했지만 잘 버텨냈다고 꼭 말해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처럼. 나도 내 주변 사람도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여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세상을 마주 보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 삶이 팍팍하고 목이 메고 고개 숙이는 날에 하늘 바라보던 날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때가 오더라도 그곳에 있던 내 표정을 내 기분을 기억하고 되새기고 음미하자 지나면 추억이고 간직하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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