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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25. 2022

열. 좁디좁은 이 속을 용서해.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목포에 다시 와서 언짢은 기분으로 지낸지도 며칠이 지났다. 주 6일 근무라니,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일을 다니던 때보다 훨씬 바쁘고 힘든 일정이다. 물론 도와드리고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덕분에 어쩌면 내 계획이 무너지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러 온 내가 무언가 타지에 떨어진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마음이었다. 이 일이 일상인 아버지와 그런 일상을 나누고 싶지 않은 내게서 오는 괴리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고, 가뜩이나 말없는 우리 부자는 이젠 사소한 대화로도 서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가 아침에 대뜸 목포에 놀러 온다고 했다. 나는 극구 만류했다. 내가 생각하는 목포는 관광지보다는 조용한 동네에 가깝고, 사람은 없고, 내일 일을 가는 나와 친구는 하루 안에 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냥'이라는 이유를 대는 친구에게 아무 말할 수 없었다. 그냥이라는 이유로 300킬로가 넘는 거리를 달려올 수 있는가. 그냥이라는 이유로 몇 시간 보지도 못하는 나를 만나러 오는 게 그저 고맙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대가 없는 친절은 없다. 내 친구가 대가를 원하는 게 아니라도, 사람 마음속엔 나는 이 정도까지 했는데 라는 작은 마음 하나가 서운함으로 변질되어 사이를 이간질시킨다.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서운하고 토라지는 게 잘못일까. 그냥 너무 아끼는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네가 나를 너무 아껴서 그런 거라고 할 수는 없을까. 그곳에서 서운하게 한 사람은 내가 아닌데도 뭐 그런 거 가지고 라는 한마디로 나의 서운함을 옹졸하고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속이 날이 갈수록 좁아진다. 세상 나를 위해주고 안아주고 응원해주는 사람 곁에 있다면 당연히 속이야 편안하고 넓어지겠지. 하나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다. 배려조차도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배려하는 사람이 있듯이 절대 타인이 먼저일 수 없다. 타인이 먼저인 경우라고 나는 다른 사람이 편한 게 좋다고 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모든 주체는 자신이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결국 모든 길을 잃는다. 사람도 일도 가족까지도 나는 좁은 속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좁디좁은 속을 헤아려줄 필요는 없다. 이기적인 사람이 있어야 배려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이 생긴다. 결국 그 누구도 나쁜 사람은 없기에 좁디좁은 속 안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이기적일지도 모르니.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고, 그렇게 부대끼고, 다투고, 토라지는 그런 드라마에 나올법한 일들이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모든 인연은 소중하지만, 세상의 인연은 많다. 그러니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나의 인연을 고르고 간 보고 해 보자. 때론 10명보단 1명이 더 나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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