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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30. 2022

열다섯. 이해의 굴레

이해라는 건 이해할 수 없어.

나는 충분히 못난 놈이라 누구에게나 못난 놈이라고 생각했다. 자격지심에 자랑도 못하고 괜한 자존심을 부리곤 곧 다시 주눅 들어 아무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예외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과 있으면 이따금 행복해지기도 하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그들의 불행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내가 그들의 불행이라는 게 특히 마음에 걸려 있었고 하나둘씩 마음에 걸릴수록 점점 무거워져 갔다. 나는 변했고 우리는 변했다.


그게 우리가 배려하고 이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작은 위안 삼에 그들에게 대했다. 허나 그들은 아니었나 보다. 이젠 너무 오래 지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이게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확인함에 있어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들이 곁들여졌다. 그저 이해라는 말로 우리에게 적어도 있었던 배려와 애정은 내가 바래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웃고 때론 무슨 일 있는 것처럼 괜한 시늉을 내기도 했다. 자꾸 확인받고 싶어졌다. 나 스스로에게 항상 불만을 품으며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은 게 꼭 부모 같았다. 나 자신에게 나는 부모가 되어주고 싶었다. 항상 좋은 부모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미안함에 나 자신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며 더 단단해지기를 기다리는 그런 마음


그러기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정말 당신들이 말했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조금의 후회도 안 했을까. 나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또 고개를 떨구고는 당신들이 내게 실수라고 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안간힘을 쓴다. 사실 내가 생각할 것은 과거가 아니라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지금인 것을. 나는 매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과거와의 이해의 굴레 속에서 나를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고 자책하다가 타협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없다. 주변인들은 모두 떠났고 간간히 연락하는 친구들은 자신의 삶에 나란 존재는 이다. 있으나마나  그런 사람이 되어 오늘을 지나고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지 않는다. 그런 관계의 이해의 굴레에서 나는 빠져나오지도  스스로 해결하지도 못하는 구제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직 젊다. 아직 만날 인연이 많다. 지금 주저앉아있고 있을 수 없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우울감에 빠지고, 권태로움으로 위기가 찾아와도 또 다른 그들에게 위로받는 날이 오기를. 나중에 만날 소중한 인연들에게 나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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