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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29. 2022

열넷. 처음이라 그래요.

처음의 설렘? 그게 뭐였죠?

인생에서 살아보니 처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참 많다는 걸 느꼈다. 처음이라는 매 순간마다 과연 설렘 가득한 적이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다. 처음은 설렘보다는 내겐 두려움이다.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실수하고 욕먹고 상처받으면 어쩌지? 걱정이 많은 내게 익숙하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좋아한다. 그렇게 첫 회사의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해 퇴사를 했고, 첫사랑은 시도조차 못해 바라만 보았고, 첫 이별 조차도 지금까지 익숙해지지 못하고 매번 아프고 힘들어한다.


사실 되새겨 보면 익숙했던 것들조차 처음이 있었다. 처음의 두려움을 이겨냈고, 그렇게 익숙해졌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이 되었다.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 새로움에 겁 없이 달려들 그런 생각조차 이제는 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은 침울함에 가끔은 퍼석한 내 삶을 후회하고 돌이켜 보기도 한다. 그렇게 돌이켜보면 처음의 두려움은 익숙함으로 덮어지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아직 스물다섯밖에 안된 나의 경험에서 익숙한 게 얼마나 있냐고 하지만 나름 25년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때때로 티브이에 나오는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살기엔 내 인생도 다를 것 없이 퍽퍽했기에 굳이 그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나 또한 나의 처지를 누군가가 위안을 삼고 이 정도면 이라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기분이 상할 것 같기에 평생 지금 내 삶에 감사하거나 그들을 위안 삼지 않았던 것 같다.


출발선이 모두 다른 시작으로 경험의 차이로 세상 살아가고 보이는 게 다르다. 남들도 다 똑같아라고 생각하기 싫다. 당신의 힘듦과 나의 힘듦의 농도와 무게가 다르기에 우리 모두 굉장히 힘내며 살고 있다. 애쓰고 있다고 우리 모두의 처음을 응원하고 익숙함을 지닌 사람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활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혹은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며 산다면 충분히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은 수많은 두려움과 포기를 통해 얻은 것을 너는 지금도 애쓰며 잘하고 있다고.


나에게 이제 수많은 처음과 도전이 남아있다. 이직도 있고 또 퇴사를 할지 모르고 사랑도 있을 것이고 이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걱정들 사이에서 익숙함이 피어오를 때까지 열심히 또 간절히 살겠지. 지금 잠시 주춤하고 멈추어 간다 하더라도 이 멈춤 조차 전진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 너무 채찍질하며 자책하며 살지 말자. 오늘도 내일도 처음이었을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건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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