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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27. 2022

서른하나. 열등감은 나의 원동력.

나는 쓸모없지 않다.

간간히 외주작업을 하며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때때로 클라이언트와 소통을 끝마치고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던 도중 '그 정도로 열심히 안 해도 되는데... 대충 해서 넘겨주세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럼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네네. 알겠습니다.'라고 하지만 마음속은 참으로 복잡하다. 대충 해서 넘겨도 될 일을 나에게 돈을 주고 맡겼다는 것부터 열심히 애쓰는 내게 그 정도면 됐다는 식의 말들이 나의 마음속 안의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조건 클라이언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내겠다고 말이다.


나는 매번 그랬다. 순항 중이라면 불안했다. 누군가 옆에서 자극을 주어야 나는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자세를 고쳐 앉아 다시 시작했다. 대학교 다닐 때는 누군가가 옆에서 자극을 주길 은근히 바랬다.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게,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게 피드백이 필요했다. 하지만 특성화고를 다녀오고 남들보다 경험 많은 내게 남들은 감히 평가를 해달라는 식의 말이었다. 그러고는 내게 와서 피드백을 요청하면 내 솔직한 답변을 원치 않는 듯했다.


물론 칭찬은 성장하게 만들고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잘하고 있다는 안도감. 이 길이 맞는 길이라는 확신을 주는 칭찬들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체되어 고인다. 속히 어느 분야의 전문가처럼, 고여있는 고인물이 아니라, 칭찬해서 잘했다고 칭찬했다는 그 순간 거기에 멈춰버린다.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이류인 사람으로 남는다. 나는 그렇게 남아있고 싶지 않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채찍질이든 당근이든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다른 것에 화도 나지 않고 발끈하지 않지만 그렇게 디자인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화도 많이 내고 주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외주도 이직도 쉽지 않지만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줄 서서 기다리고 언젠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고 있다. 너무 힘주고 살 필요는 없다. 지금 내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력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안될 것 같던 것들을 해냈을 때를 떠올리며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너무 고통스럽고 주저앉고 싶었지만 끝나고 며칠 뒤면 생각도 못할 까마득한 시간이 다가온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주고 있다. 그러니 지금 우울감에 빠져있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스마트폰을 할 수 있으면 스마트폰이라도 하고, 나가서 걷기라도 하고, 커피 한잔 마시러 가까운 카페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하듯 뭐라도 하며 스스로가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필요에 의해 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주자. 행복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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