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비 한번 오지 않던 날씨에서 언제라도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로 바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이제 백수가 된 지 2개월이 되었고, 이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이 되었다. 그렇게 겁나던 것들이 이제는 익숙한 하루가 되었고, 별일 아닌 일로 되었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려고 매일매일을 노력 중이다. 오늘 하루를 추억으로 남겨두고 내일을 향해 가기 위해 오늘 하루를 의미 있고 즐겁게 살아내려고 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지만 최근 6년의 연애 끝에 헤어진 지인을 만났다. 나는 개인적으로 6년이라는 시간을 만났을 때 헤어짐도 만남도 둘 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 지인은 그렇게 붙잡고 놓지 못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말했다. 시작의 풋풋함,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크고 작게 느꼈던 사랑, 서운함, 다툼들이 이젠 추억으로 내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6년이라는 시간을 하루아침에 내려놓을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인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끝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잘 달려오다 끝이 보이니 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그 자리에서 매일매일을 고민하고 생각했다고. 사람과의 인연이라는 게 그렇다. 갑자기 끝나는 인연보다, 끝이 서서히 보여 이제는 무엇이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그런 상황이 더욱 마음 아프고 괴롭다. 지키고 싶고, 낭떠러지라도 그 손 꼭 붙잡고 가고 싶어도 그건 나의 욕심일지 모르니까. 그럼 나도 뻗었던 손을 조심스레 감추고 애써 웃으며 그 길의 끝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별이라는 것은 그 누구와도 어떻게 해도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랑이나 우정이나 수평선인 줄 알았는데. 가다 보니 끝이 보인다. 그 끝에서 이제는 손을 흔들어야 할지. 잡아야 할지,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잔인하다. 나 또한 굳건히 잡고 나아가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아프고 힘들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게 좋아서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가졌지만,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 그 사람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굳은 내 사랑. 그것을 사랑이라 울부짖었으나, 사랑이라 닿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더욱 의문점을 가지고는 내 마음을 감췄다. 아니 피어오르기도 전에 짓밟아버렸다. 그렇게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은 모두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라는 불안감에 아프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홍조 띤 얼굴로 수수하게 마음 전하던 그날의 나는 추억으로 남겨두었다. 언젠가 나의 사랑이 찾아오는 날 여태껏 나의 사랑의 기억을 모두 말하며 위로받고 그러니 사랑해달라 매달려야지. 더 이상 놓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전할 말이 많아 긴 밤이 부족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