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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Jun 03. 2022

열아홉. 행복에게 배신을 느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매번 행복인 줄 알고 살았던 것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의아한 질문이고 답일지 모르지만 결국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은 결국 나를 불행하게 했고 결국 나를 놓아버렸다. 욕심이 생기고 내 삶의 한편에 자리 잡고 그렇게 떠나 그 빈 공간을 아직 메꾸지 못한 채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 스물 다섯 인생에서 수많은 기회들과 수많은 실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그렇게 후회하며 살아가게 만들었나 보다. 현재 남아 있는 행복이 많지 않다. 목포에 올라와 많이 정리된 거일지도 모르지.


아직까지도 놓은 건지 놓친 건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야 하는 내일은 그 어떤 슬픔도 집어삼킬 만큼 더욱 무거운 세상이란 것을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간다. 지금 내가 이런 마음을 들며 살아가는 순간에도 내 행복이라는 것이 멀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내 행복은 내가 지켜내야 하지만 그 모든 행위 속에서 불행을 더 빠르게 재촉하는 건 아닐까 하며 두렵기까지 하다니.


사람은 상처를 받고 사랑을 하고 치유하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상처는 사랑과 사람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덧나지 않게 잘 보듬어주고 조심해야 하지만 입었던 상처 자리는 더욱 아프기 마련이기에 저는 또 그렇게 행복이라는 것에 기대를 하고 배신을 당해버렸다.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내 주변 행복을 더 세게 끌어안아 놓아주지 않으려 애를 쓴다.


부디 행복한 밤이 부디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이 계속되길 바라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행복에 불행하던 내 지난 일생에 꼭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영원하지 않으니 지금 그때의 행복감을 잊지 말고 놓지 말고 충분히 음미하고 즐기라고 그 속에서 불행이 닥쳐온대도 행복했으니 되었다고 미련 가지지 말라고 다짐하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타인의 불행이 될까 행복이 될 수 있을까는 중요하지 않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기에 누군가는 빠른 퇴근이 행복이고, 누군가는 일의 실적이 행복이고, 누군가는 밤에 읽는 책 한 권이 행복일 수 있다. 자신의 행복을 찾지 말자. 알아서 찾아올지도 모르니 기다리고 만약 찾아온다면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아껴줄 수 있도록 준비해보자. 행복이라는 것에 배신을 당해도 좋으니 때때로 사소한 행복 속에서 기대하고 바라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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