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pyboy May 16. 2022

하나. 사회초년생, 그리고 퇴사

사회초년생은 어려워.

특성화고 3년, 전문대 2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디자인을 준비했고, 그렇고 고대하던 스물다섯의 첫 회사였다. 디자이너로서의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더 이상 학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빠른 사회로서의 발걸음을 서둘렀고 그 섣불렀던 나의 발걸음에 내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내가 살아온 5년의 시간이 나를 무너뜨리는 건 단지 4개월이었다. 남들은 나에게 그 정도의 힘듦이라고 했고 나의 부모 또한 모두가 느끼고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일상이라고 했다. 마치 기존에 내가 헛된 꿈 꿨던 사람이라고 깨닫게 해 주려는 것처럼.


4개월의 시간은 참 길었다. 첫 회사가 스타트업이었고, 대표와 다른 사람들은 내게 내일이라도 실현될 꿈처럼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주입시키기 바빴다.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고 기대하고 가슴 한편에 매일매일을 설렘으로 품으며 살았다. 하나 그 설렘이 의문으로 남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일 상처받았고 괜찮은 척 덮어두며 살았다. 막내라는 이유로 받았던 부당한 대우와 복지라며 내세우던 내 의사와 상관없던 모든 일들이 나에게 의문점을 심었고 이내 커져 내 마음에 잠식했다.


그 의문점이 확신으로 바뀌어 갈 때쯤 나는 퇴사를 마음먹었다.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살고 싶을 때,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하루라도 빨리 도망쳐야 했다. 그게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실수가 될지 후회가 될지는 이제부터 바꾸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는 5월이 되기 전 나는 퇴사를 통보하고 그렇게 떠났다. 사회 초년생, 첫 디자이너, 나의 첫 사회생활은 4개월 동안 남은 것 하나 없이 그렇게 떠나야 했다. 아니 도망가야 했다. 사람도 디자인도 가족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싫어하고 증오하고 미워했다.


도망은 내 인생에서 다분한 일은 아니었다. 익숙치 않았고 괴로웠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들로 나 스스로를 망쳐나갔다. 무엇을 더 하지도, 노력하고 싶지도 않은 내 모습을 보기까지 괴로운 시간이 가득했나 보다. 그저 포기하지 않았다고 괜찮다고 잘했다고 위로하기엔 1년 후의 내 모습이 3년, 5년, 10년 후의 내가 너무 안쓰럽기 그지없었기에 그렇게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는 나는 내가 가장 편안할 수 있고 걱정 없이 나를 돌볼 수 있는 목포로 도망갔다. 나의 치부는 그 아무도 모르고 신경조차 쓰지 않는 곳,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 마음을 숨기지 않고, 나 자신을 온전히 위로할 수 있는 곳에서 언제 어디로, 돌아갈지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한번 나아가 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