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pyboy May 17. 2022

둘. 어떻게 쉬었더라?

잉여인간은 싫고, 바쁜 건 더 싫어.

회사를 갑작스레 그만두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이직 생각도, 무엇을 할지도 아니었다. 무기력해진 이 마음을 어찌 보살필지 고민이었다. 퇴사를 하고 그다음 날 친구의 연락으로 술 한잔 하며 달래던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털레털레 나가면서도 그게 힐링이다 싶었다. 나에게 힐링이란 편한 사람과 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목표였기에 그저 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만이었을까. 친구는 내게 하고 싶은 게 없냐 물었고, 마냥 목포에 내려간다고 말했다. 편한 사람과의 시간이 내게 위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내게는 그 누구도 편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편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혼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나 보다.


친구는 내게 사람이 널 힘들게 한적은 없는 거 같은데? 결국 다른 사람들 비위만 맞추다가 스스로 길을 잃은 거 아냐? 이렇게 멋스러운 말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그 말이 나의 마음 한편에 강하게 남았다. 그렇다. 그렇게 맞춰만 주다가 결국 길을 잃었다. 수백 번의 배려 사이 한 번의 욕심은 이기적인 나를 만들었고, 결국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왜 힘든지, 어디서 힘을 얻는지 조차 나에 대해 내가 제일 몰랐고 궁금했다.


그렇게 목포로 내려왔다.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이게 정답인지 저게 정답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한 타인으로 남아 이곳 목포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나를 찾아간다는 게 재밌기도 흥미롭기도, 여기에서 조차 정답을 얻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다. 수많은 계획을 생각했고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첫 목표가 브런치 글쓰기였다. 자기 전 일기처럼 나를 보살피고 나의 감정을 눌러 담아 적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한테 왜 그랬어요' 영화에서 나오던 명대사가 지금 내겐 스스로 묻고 정답을 찾기 바쁜 스물 다섯 도망자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이 도망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그저 내게 행복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고 타인도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바라며. 진정한 쉼을 찾아서 나는 또 하루를 누구에겐 쓰잘떼기 없이, 나에겐 인생을 바꿀지도 모를 그런 날이길.

작가의 이전글 하나. 사회초년생, 그리고 퇴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