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
목포에 온 지 5일째, 벌써 일주일이 다 흘러간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정신없이 일하고, 정신없이 쉬고 또 일하는 반복되는 삶에서 일어나서 뭐하지, 뭐 먹지라는 생존본능에 이끌려 살아간 지 벌써 5일째다. 목포에 내려오기 전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얼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보고 와서 그런지 사람들의 연락이나 전화가 그리 달갑지는 않다. 전화로 그냥 쉬고 있다는 말이 뭐가 그리 어려운지 털털한 웃음을 지었지만 속 안에 담겨있는 말은 털털 털어내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
오늘은 외주를 맡아 카페에 작업을 하러 왔다. 카페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허용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혼밥은 어려워도 혼 카페는 주로 이용한다. 책도 읽고 그저 끄적끄적 낙서를 하기도 한다. 쉬는데 외주라니 그게 무슨 쉬는 거라 할 수 있지만 그냥 내겐 작은 꿈틀거림이다. 아직 디자인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놓고 싶지 않다고, 하나 그 누구보다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며칠 전부터 인터넷으로 알아놓은 목포 집에서 멀지 않고, 사람이 적고, 조용한 세 가지를 부합하는 카페를 찾아온 곳이 레테 커피였다. 노래는 센티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온갖 인테리어는 블랙으로 도배되어 있는 이곳에서 일을 하고 글을 쓰고 낙서를 끄적였다. 사장님께 죄송한 말이지만 손님이 없는 이곳이 마치 나의 비밀 아지트가 된 느낌이다. 서울에서는 개인 카페가 즐비하여 사람들도 오히려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 사람도 많고 단골이 즐비한 느낌이라면 이곳은 완벽한 타인이 된 나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인가 보다.
매일 글을 쓰려했지만 뭘 했어야 글을 쓰던가 하지... 운동선수들은 운동을 하며 숨 고르기라는 것을 한다. 나의 몸이 괜찮을 때까지 고르고 고른 숨으로 다시 힘차게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 또한 목포에서의 시간을 숨 고르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치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아야지. 절대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해 쉬고 다시 전력을 다해 달려가야겠다. 그 목적지가 무엇이든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노력하며 때때로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