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
이제 시간이 되었다. 개인적인 일정을 마치고는 전남 무안, 나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시골집으로 왔다. 방 3개에 넓은 거실까지 청소하고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나는 이 시골집에 어린 시절 방학기간 동안, 명절 동안, 그저 시간이 나서, 여행으로 생각해보면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 항상 내게 휴식과 따뜻한 품이었다. 그래서 결국 지친 내게 정해진 종착점이었고 도착지 었다. 정해두지 않은 목적들이 가득 들어찬 곳이다.
오자마자 뿌옇게 쌓인 먼지며 방치되어있는 식기들, 옷가지, 짐들을 치우느라 바빴다. 내겐 다행이었다. 조용하고 할 것 없는 달랑 내 몸하나 주어진 이곳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자동차가 없으면 읍내까지 나가기도 힘든 이곳에서 어렵사리 자전거 한 채를 빌려 집에 질질 끌고 가면서 하늘을 보았다. 말끔하고 숫기 없는 하늘 부끄러운지 그 맑고 맑은 하늘에 선홍빛의 색이 감싸고돌았다. 물론 매번 보던 하늘이지만 지금 내겐 위로였다. 잘 돌아왔다고, 얼마나 힘들어 여기까지 왔냐고, 나를 감싸 돌았다.
청소를 하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무언가 행동하면 그 뒤에 무언인가 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러고는 매주 보는 드라마 한 편과 조촐한 술상에 이런 게 힐링인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그 외딴곳에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고 심심하지 않냐고 말했지만, 나는 옆에 그 누가 있다고 마음이 가득 들어차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결국 혼자였고 혼자가 될 거고 지금 또한 혼자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과 언행에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자전거를 타고 보러 가면 되고,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열심히 만들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앞의 일을 걱정이 아니라 기대로 둘러쌓아 살아갈 날이다. 이보다 더 행복한 게 있을까. 물론 나중에는 모른다. 이 시간이 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지만, 이런 경험도 내겐 너무 소중하게 다가와 그 나중에 지금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내일은 뭘 할까. 얼마나 쓸모없는 삶을 살아볼까. 이게 행복이라고 정의를 해도 괜찮은 시간이 되었다. 내가 괜찮다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