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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pyboy May 20. 2022

다섯. 가끔은 좋을수도 있잖아.

좋다는 건. 자꾸 바라보고, 기다리고 싶은 것

시골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일찍 일어나려 했지만 결국 늦잠을 자버렸고, 그렇게 일어나서는 청소를 시작했다. 시골에서는 저녁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일찍 움직여야 했는데 늦잠까지 자버렸다니, 깨지 않는 잠을 부여잡고 생각해 놓았던 일을 하나 둘 처리하려 했다. 오늘은 부엌, 내일은 화장실, 다음날은 거실까지 하나하나 게임하듯 해야 할 이벤트가 너무 많다는 게 조금은 설렜다.


손이 부르틀 때까지 청소를 했다. 사람이 없는 집은 병들고 무너진다. 마치 사람처럼. 아껴주고 애정을 담은 손길로 보듬어 줘야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본인이 할 몫을 다 할 수 있다. 애정이 없는 손길은 그 집을 망치기 마련이니. 나도 그런 애정 어린 손길이 필요했을지도. 그렇게 눈에 보이는 족족 치워버렸다. 생각이 많다면 몸을 움직이라 했으니, 아픈 건 마음인데 고생은 몸이 다 했다.


우리 시골집은 마을 입구에 앞 전경이 다 보이는 집이다. 그래서 집 앞에 동네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모습을 다 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관찰자가 돼보고 싶었다. 누군가는 바빠 차를 몰고 바삐 가기도, 동네 마실을 나와 지나가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도, 그냥 하염없이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앉아있기도 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을 살고 싶었다.


나는 유리창을 깨끗이 닦았다. 누군가가 보여도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실패하여 도망 온 사람을 시골분들은 너무 반갑게 인사해 주었지만, 머쓱한 나의 웃음과 쭈뼛한 행동으로 감사를 받았고 표현했다. 어른이 다 되었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에 실없이 웃으며 감사합니다. 했지만 겉으론 어른이면서 속은 아주 애가 타고 들어차 있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는 자전거를 타고 읍내에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30분은 가야 하는 거리에 있는 그곳에 천천히 자전거를 타며 주위 풍경과 바람을 맞았다. 아무것도 없었고, 가로막고 있는 것도 없었다. 내가 원하고 바라던  순간을 맞이한 것처럼   지평선 끝에 눈을   없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처럼,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정답이 나오지 않는  선에 좋다 라는 한마디 함께 바라보고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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