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퀄리티 EBS 활용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하이퀄리티 EBS 활용


EBS는 사교육 심한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권장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교육의 질도, 양도 굉장히 우수하다. EBS 중학교 과정의 경우 원래 유료였는데, 코로나 때 무료로 전환되면서 지금도 무료로 운영이 되고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가 검정교과서로 바뀌면서 출판사가 다양해졌다. 국어나 영어의 경우 교과서마다 수록된 본문이 다른데, EBS 중학 프리미엄은 다양한 교과서의 내용을 전부 담고 있고, 기본과 심화, 개념과 문제풀이 등 디테일하게 나뉘어 있으며, 심지어 무료이니 집에서 공부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컴퓨터나 태블릿만 하나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다. 나는 개념 정리의 용도로 ‘뉴런’이라는 EBS가 만든 개념 교재를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연습문제가 필요하다면 EBS 사이트에서 AI 문제만들기 기능으로 원하는 과목의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문제집을 구입하지 않아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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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학습으로 공부하기로 한 이상, 개념 설명으로 돈을 쓸 이유는 없다. 다만, 개념을 익힌 후 수학처럼 연습이 많이 필요한 과목의 경우 추가로 문제집을 구입했는데, 심화보다는 개념서와 유형별 문제집을 위주로, 한 학기에 3~4권 정도 사서 매일매일 조금씩 규칙적으로 공부하게끔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EBS라고 하더라도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시청할 필요는 없다. 초등 과정에 비해 영상의 재생 시간이 2배 이상 길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가 학습 내용을 먼저 확인한 후 굳이 필요 없는 부분은 스킵해도 되고, 중요한 부분은 아이와 꼭 ‘함께’ 시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요에 따라 엄마가 먼저 시청한 후 아이에게 간략한 설명으로 대체하고, 교과서를 같이 읽는 방법으로 학습을 진행해도 된다.

EBS 과학 과목의 경우 실험이나 설명이 아이에게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리만의 실험을 별도로 해보기도 했다. 특히 천체의 일주운동을 공부할 때 교육방송으로는 아이의 완벽한 이해를 돕는 데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커피숍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돔형으로 된 리드를 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다음과 같은 ‘초아날로그적’ 실험을 직접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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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바라보는 오리의 뒤통수야. 오리의 시선으로 봐봐. 화살표를 보면 오른쪽 위로 비스듬히 올라가고 있지? 이게 오리가 본 별의 움직임이야.”


오리의 시선으로 천체를 본다고 가정하고, 천체는 커피숍에서 받아 온 돔형 리드로 대신했다. 돔형 리드는 투명해서 리드 안에 오리를 넣어 놓고 관찰자의 시선으로 오리의 시선을 관찰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돔형 리드 실험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던 당시, 별거 아닌 아이디어이지만 내 스스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 실험 하나로 그간 EBS의 실험 영상을 통해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천체의 일주운동에 대한 이해를 단번에 클리어 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학원에서, 또는 주1회 몇 시간 정해놓고 오는 과외 선생님으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진심 어린 실험 수업은 오직 가정에서만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


청각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는 태블릿을 통해 나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주파수에 따라 잘 들리지 않는 음역대가 있었기 때문에 어렵고 중요한 내용은 내가 먼저 듣고 과외처럼 설명을 해줬다. 나는 학창시절 문과 출신인데, 이과의 과목 중에서도 특히 생물과 물리에 취약했다. 수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생물과 물리를 너무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문과를 선택했던 케이스였다. 그런데 이번 중학교 2학년 2학기 과학에 생물 파트가 등장했다. 내가 특히나 어려워했던 우리 몸에 대한 부분, 2심방 2심실, 대동맥, 폐동맥, 정말 기억하기도 싫은 나의 흑역사들을 다시 마주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2학년 2학기가 되어 아이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과학 교과서를 한번 훑어보고는 진심으로 ‘이 가정학습을 다시 생각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성격 상 그냥 물러날 수 없었다. 과외 선생님을 구해야 할 때가 오면 어쩔 수 없이 구해야 하겠지만, 일단 먼저 한 번 해보자, 어쩌면 내가 가르쳐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집 시끄러운 남자어린이 두 명이 학교에 가고 집이 고요한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내리고 EBS 교육방송을 재생했다.


“심장을 간단하게 그리면 하트 모양이죠. 심장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눌 수 있고, 이걸 위 아래로 나누면 좌심방과 좌심실, 우심방과 우심실로 나뉘어져요. 방실방실~이라고 외우면 돼요.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은 동맥이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은 정맥이에요. 심장에서 나가서 폐로 가면 폐동맥, 심장에서 나가서 온몸을 순환하면 온몸을 ‘대장정’ 한다고 해서 ‘대동맥’이라고 해요......”


이런 것을 두고 ‘멘붕’이라고 정의하는 것인가. 동공지진이 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카카오톡에서 자주 애용하는 이모티콘인 ‘동공지진’의 모습이 바로 지금 나의 모습일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동영상을 처음으로 되돌려서 찬찬히 시청해 보았다. 중학교 생물은 어렵다는 나의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며 두뇌를 리셋 시켜보았다. 어라, 생각보다 들을 만 한 정도의 난이도였다. 심장의 순환도 시청하고, 폐의 순환과 호흡도 공부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심지어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좀 더 쉽게 알려주기 위해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우리만의 그림 자료도 다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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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마가 오늘 우리 아들 가르쳐주려고 미리 공부했어. 좌심실부터 시작해볼게. 좌심실에서 신선한 산소를 가지고 나온 대동맥이 온몸을 대순환하기 위해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주는 모세혈관으로 가. 모세혈관을 이동하면서 가지고 온 산소를 나눠주고, 모세혈관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받아서 대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가. 그럼 우심방으로 들어온 혈액은 산소를 나눠줬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한 혈액이겠지? 이 혈액이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내려가고, 다시 폐동맥을 통해 나온 혈액은 폐동맥의 목적지인 폐로 들어가서 신선한 산소를 리필해. 폐는 호흡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산소를 받으러 폐로 가는 거야. 폐에 도착한 혈액은 원래 가지고 있던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배출하고 산소를 리필 받아. 그리고 다시 산소가 충분한 혈액이 되어서 좌심방의 폐정맥을 통해 들어가게 돼. 이 좌심방의 혈액은 다시 좌심실을 통해 산소를 갖고 대동맥으로 나오는 걸 계속 반복하는 거야.”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나는 돈 받고 일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가 이해하고 습득할 때까지 열 번이고, 백번이고, 무한반복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 이렇게 반복 설명하고, 복습도 도와주고 하다 보면 아이는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오늘은 제가 설명해볼게요.”


그래 바로 이거지, 아이에게 빈 연습장을 주고 설명하게 한다. 틀린 부분은 고쳐주면 된다. 엄마는 워낙 여러 번 설명했기 때문에 아이가 말하는 곳 중 틀린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가끔은 아이의 설명 중간 중간에 엄마의 설명이 인용되어 있다, ‘아, 잘 들었구나.’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심지어 과학 실험 바로 전날에는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저 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허허......아들의 오버가 과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가르치고, 알 때까지 함께 공부한 입장으로 이보다 더 뿌듯할 수는 없다.


‘아이한테 과학 좀 가르치겠다고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나조차도 이렇게 공부하면서 수많은 ‘현타’를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면서 나도 그간 모르고 지나갔던 것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며 아이의 학교생활에 더욱 관심 갖게 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또 아이와 함께 공부하기 위해 먼저 공부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 정말 유의미한 시간이 되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러다 내가 수능보고, 내가 의사 되겠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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