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오답 확인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는 수학의 정석
내가 아이를 직접 가르친다고 하면 흔히들 하는 질문이 몇 개 있다.
1. “그게 가능해요?”
2. “애가 말을 들어요? 애랑 안 싸워요?”
3. ○○엄마 학창 시절에 공부 잘 했어요? 그 내용들 다 기억해요?
4.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해요?”
1번과 2번 질문은 집에서 아이와 공부를 안 해본 경우에 할 수 있는 질문이다. 1번의 답은 Yes, 2번의 답도 Yes 이다. 단, 좋은 마음으로 가정학습을 시작했지만 엄마가 손에 쥐고 있던 채점용 빨간 색연필로 아이의 머리를 ‘툭’ 쳤다거나, 엄마 화에 못 이겨 문제집을 찢어버리는 순간이 왔다면, 그때 1번과 2번 질문에 대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No, No’이다.
사실 가정학습,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부담감 때문에 시작도 안 해보고 물러서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난 아이의 청각 장애와 그에 따른 발달 지연으로 인해 가정학습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우리가 선택한 가정학습은 정말로 ‘신의 한 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도’ 하는 자기주도학습을 남들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 일단 시작부터 해보시는 것을 거듭 추천하는 바이다.
3번 질문에 대한 답은 No이다. 아이한테 이렇게 공부 시키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난 학창 시절에 공부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하위권은 아니었지만, 친구랑 놀고 싶어서 학원 다니고, 공부 중간에 간식 먹는 것이 좋아서 과외를 했고, 독서실에서 공부한 기억보다는 엎어져서 자던 기억만 있던 케이스였으니까 나에게 있어서 학창시절은 공부보다는 놀았던 추억만 가득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상황에 과거를 돌이켜 본다면, 이런 생각이 이따금씩 들곤 한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의 나처럼 딸의 학교 공부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셨더라면......학원과 과외에 공부를 맡기고 시험 성적으로 딸의 학업을 평가하기 보다는 함께 공부하는 시간, 공부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좀 더 가져 주셨더라면......’
물론 지금과 30년 전 과거와는 상황이 참 많이 다르다. 옛날에 나는 수학에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부모님께 질문을 하면, 아버지께 ‘원리부터’ 설명을 듣느라 2~3시간은 자리에 꼬박 앉아 있어야 했고, 결국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울고 짜증내야 그 시간이 끝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는 요즘의 가정학습은 일방적인 가르침의 교육이 아닌 함께 배우는 입장으로서의 가정학습, 엄마는 양육자인 동시에 교육자의 역할도 하지만 그 교육자의 역할이 일방적인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함께 배우고 익히는 학습 동지로서의 교육자적 위치를 말하는 것이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가 자기소개서의 앞부분을 장식했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이나마 교육적 소통의 힘을 알게 된 이상, 자녀와 함께 공부하며 영양가 가득한 시간을 보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엄마의 학창시절 학교 성적, 그리고 그 내용들을 30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 전부 기억을 하고 아이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의 시선으로, 아이와 같은 속도로 공부하기 때문에 함께 교육방송을 시청하며 공부하면 해당 내용을 처음 접하는 10대의 아이와, 그래도 N번째 접하고 있는 엄마의 이해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뼛속까지 문과 체질인 나도 아이와 함께 함수를 공부하고, 확률과 통계를 배운다. 같은 속도로 배우지만 그것을 소화하는 속도는 아이보다 빠르다. 난이도가 좀 있는 문제는 엄마도 틀릴 수도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답 확률로만 봤을 때 아이보다 엄마의 오답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이다. 엄마가 이해하고, 아이의 이해를 도우면 그것만으로도 최상의 공부 시간이 될 수 있으니, 내가 학창 시절에 놀기만 했다고, 혹은 엄마가 실업계 고교 출신이라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고 가정학습에 주저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4번 질문은 가정학습과 자기주도학습에 ‘적어도’ 긍정적인 마인드 정도는 가지고 있는 엄마가 할 수 있을 만한 질문이다. 4번 질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 확실한 솔루션만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자기주도학습을 도전해볼 수 있다.
일단 오답의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거듭되는 실수이다. 실수를 해서 틀렸는데,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해서 정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문제집 해당 페이지를 접어두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다시 풀어보면 금방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방법은 앞서 이야기했던 ‘전지 학습법’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는데, 거듭 오답만 나오는 문제를 모아서 전지에 쓴 후 벽에 붙여놓고 풀게 하면 된다. 쉽게 말해 오답노트를 전지에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지는 종이도 크고 글자도 크다. 아이가 서서 큰 종이에 쓰여진 문제를 바라보게 되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져서 간과했던 힌트를 찾아내거나, 단순 연산 실수 등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범죄 수사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경찰이 화이트보드나 벽 한쪽 면에 범인들 사진과 간략한 정보 들을 붙여놓고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사건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보일 수 있다. 전지에 틀린 문제를 써서 풀어보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지를 칠판 삼아 설명하면서 풀이하도록 하면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길을 알게 된다.
오답 유형의 두 번째 유형은 정말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몰라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데 엄마도 아이도 해결 못하는 난이도 상급의 문제를 만났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오답이 안 풀릴 때 해설지를 보느냐 마느냐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해설지를 보고 푸는 것이 좋다.’ 또는 ‘풀릴 때까지 24시간 이상이 걸려도 끝까지 혼자 풀어야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원리를 깨우칠 수 있다.’ 등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각자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할 뿐. 풀리지 않는 오답의 해결을 위해 유튜브의 관련 개념 강의나 문제 풀이를 찾아서 봐도 되고, 해설지를 읽어보며 이해해도 좋다. 학교 선생님의 도움이나 공부 잘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수학 문제집에 연필로 끄적대며 풀이하는 것을 못하게 한다. 수학 문제 풀이는 무조건 연습장에, 답도 연습장에, 문제집에는 채점만 하고 틀린 문제에는 틀린 날짜를 기록하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무조건 문제집에 풀이 과정을 그대로 적게 하고, 틀린 문제에 대해 풀이 과정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경우 2~3번 정도 풀다 보면 정답이 나오지만, 그래도 정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풀이과정을 보면서 막힌 부분부터 해설지를 읽어준다. 해설지를 아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직접 해설지의 해당 문제를 아이가 막힌 부분부터 읽어주는 것이다.
“문제를 보면 점 I가 삼각형 ABC의 내심이래. 이 부분이 문제에서 주는 힌트야. 문제를 잘 읽어야 해. 삼각형의 내심은 각의 이등분선의 교점이지? 자, 여기까지 ○○이가 아는 내용이었고, 그 다음 모르는 부분부터 읽어줄 테니까 문제에 나와 있는 그림을 보면서 따라와 봐. 각 DBI랑 각IBC가 엇각으로 같으니까 무슨 삼각형이 될까?”
“이등변삼각형~”
“그렇지, 이등변삼각형이야. 그럼 옆에 있는 삼각형도 엇각으로 같아서 이등변삼각형이겠지? 변 DI랑 변 DB가 같으니까......”
“아~ 10에서 6을 빼면 되는 거네요!”
아이가 문제를 풀다가 막힌 부분부터 해답지를 천천히 읽어주면, 눈으로 따라 푸는 과정에서 정답을 알아가는 경우가 많다. ‘휴~ 다행이다.’ 해설지 읽어주다가 답을 알아차리면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다. 하지만 정답지를 읽어주고, 답을 찾은 후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버리면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다시 틀릴 수 있다.
“○○야. 엄마는 아직 모르겠어. 엄마한테 네가 다시 설명 좀 해줄래?
이렇게 틀린 문제를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도록 시켜서 아이 스스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는지 파악하도록 도와야 제대로 된 오답 확인이 끝난다.
해설지의 도움을 받아도 모르고, 이과 출신 아빠도 도저히 모르겠을 때에는 문제집을 살짝 접어두고 다른 문제를 풀거나 진도를 더 나간다. 잠시 오답을 스킵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대신 어느 페이지 몇 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꼭 기록을 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시험 2주 전에 집중공부를 할 때 해결하지 못한 오답들을 보면, 그 오답들이 의외로 비슷한 유형이거나 비슷한 개념의 문제일 확률이 높다. 그때 해당 개념을 제대로 다시 본 후 풀이하면 된다.
국어나 과학, 사회 등의 과목은 문제를 풀고 틀렸을 때 교과서나 참고서를 통해 정답을 찾아낼 수 있다. 몇 번 읽거나, 손으로 적어가며 오답 정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수학은 직접 풀어보고, 깨닫지 않으면 계속 오답이 발생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과외도 수학 과목의 비중이 가장 높다. 학원이나 과외에서 수학 오답의 해결은 선생님의 풀이 과정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전부이다. 기껏 더 해봤자 오답노트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가정학습은 오답이 나와도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정답을 찾아 가면서 개념과 원리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 남이 해주고 떠먹여주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공부, 아이의 학습력을 깨워주고 성취감을 높여주는 진정한 공부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친 아이가 성적표를 받고 내게 왔다.
“엄마, 제가 전교 1등보다 수학 점수가 잘 나왔어요! 제가 학원 다니는 친구들보다 성적이 좋아요!”
전교 1등보다 수학 점수가 잘 나왔다는 이야기는 우리 아이 점수는 100점, 전교 1등의 수학 점수는 97점. 물론 그 아이는 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이 전부 만점이었겠지만, 우리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수학 과목에서 100점이 나오면서 아이는 전교 1등보다 수학 시험을 더 잘 봤다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학기 초에는 친구 따라 대치동에 있는 ○○○ 학원에 보내달라고도 이야기 할 정도로 친구랑 함께 하고 싶어 했던 우리 집 사춘기님이 이제는 학원 다녀서 바쁜 친구보다, 과외하느라 전화도 못 받는 친구보다 본인의 성적이 잘 나왔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심지어 친구들로부터 “너 어느 학원 다니냐?”라는 질문도 받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아이는 아이대로 성취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만큼 아이의 학업과 학교 상황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돈 한 푼 안 들고,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여유로운 가정학습, 심지어 내신 성적도 학원, 과외 등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붓는 친구들에 비해 뒤지지 않으니 아이와 나, 그리고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우리 남편에게도, 매일 저녁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학습 분위기와 조용한 공부시간을 공유하는 우리 막내아들에게도, 모두가 만족하는 우리 집 가정학습이자 자기주도학습이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고, 굳이 사고력수학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두뇌가 키워지고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