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스터디 스케줄 작성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공부할 것을 선택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배움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때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의 주체가 바로 학습자 본인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학습자 본인이 학습 시간의 소유권자이고, 학습의 시간을 주도할 수 있는 책임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보다 효율적인 학습 주도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전략적인 계획이 반드시 필요한데, 아이가 처음부터 계획을 스스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여름 방학을 대비해 동그라미 안에 24시간을 표기하고 하루의 일과를 적어 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다. 3월 학기 초부터 중간고사 2주 전까지의 계획, 중간고사 2주 전부터 중간고사 마지막 날까지의 시험을 전후로 둔 계획,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위한 방학 중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학과 학기 중의 학습 스케줄 작성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방학은 다음 학기를 위한 예습의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한 학기 전체를 훑어볼 수 있도록 넓은 범위를 잡아야 한다. 알고 수업을 듣는 것과 전혀 모르고 수업을 듣는 것은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나라에 가면 단어 하나라도 알아들어 보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지만, 베트남이나 태국 등의 나라처럼 전혀 모르는 언어 앞에서는 들어봤자 모른다는 마음이 강해 청취 자체에 큰 의욕이 없다. 오히려 핸드폰에서 파파고 번역을 누르느라 바쁘다. 이렇듯 학교 수업도 마찬가지로 조금이라도 알고 들어야 들린다. 전혀 모르는 내용은 그저 드라마 속 백그라운드 뮤직이나, 외국어처럼 들릴 뿐일 것이다. 그래서 방학은 다음 학기에 학습할 내용을 미리 훑어보는 시간으로 삼고, 최대한 다음 학기 내용의 전부를 담을 수 있는 스케줄을 마련해야 한다.
학기 중 스케줄은 시험공부와 평소공부로 나눌 수 있는데, 시험공부는 당연히 시험을 대비한 집중학습이 될 것이고, 평소공부는 모든 과목의 학교 진도 속도에 맞추어 예습 또는 복습으로 따라가야 한다. 예습과 복습 중 어떤 학습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다. 우리 집은 이미 방학 중 전반적인 예습을 마쳐 놓기 때문에 ‘방학 예습 – 학교 수업 – 가정 복습’으로 진행한다. 복습으로 따라가는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항상 아이와 학교 진도에 대해서 소통해야 한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오늘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오늘 집에서 복습하는 것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에 대해 다음 교시에 선생님께 질문을 하는 등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방학 중 스터디 스케줄은 다음 학기의 교과 분량을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학습의 양도 많고 하루 이틀 밀리면 공부 습관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학습 초기부터 방학 중 계획만큼은 꼭 문제집의 페이지 수까지 디테일하게 적어두고 하루하루 체크하며 수행했다.
방학 중 계획은 최대한 디테일하게 세우고, 계획의 수행 여부를 매일 체크하며 방학 동안 공부 습관이 무너지지 않도록 스스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방학 동안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면 3~5일의 단기 여행의 경우 여행 날짜를 고려하여 여행 이외의 날짜에 학습량을 추가한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의 장기 여행이라면 학습할 것들을 가지고 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오전이나 저녁에 한 두 시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고 학습의 양을 조금 줄여서 수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미리 학습 진도를 빨리 나가고, 여행 때에는 문제집을 챙겨서 복습하는 시간으로 사용해도 좋다.
평소공부는 학교 진도에 대해 아이와 소통하며 하루의 공부가 끝나는 시점에 엄마가 다음 날의 공부 계획을 플래너에 적어준다. 그러면 다음 날 아이는 플래너에 적힌 내용에 따라 공부하고, 체크하면 된다.
시험 2주 전부터는 엄마의 손을 떠나서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집 스터디 스케줄의 대략적인 흐름인데, 중학교 1학년 때는 시험공부 스케줄에도 엄마의 개입이 약간 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잡히니 시험 2주 전부터는 스스로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엄마, 시험 2주 전까지 진도 빨리 나가주세요. 2주 전부터는 저 혼자 할게요.”
이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진도를 빨리 나가달라는 요구도 기특하고, 시험 2주 전부터 혼자 공부하겠다니 나에게도 방학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은 물론, ‘아 이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았구나.’하는 생각에 우리 집 가정학습에서 엄마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정말 스스로가 주도하는 학습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2주 전부터는 데일리 학습 스케줄을 아이 스스로가 작성하며 그에 맞추어 공부했다. 물론 엄마가 계획한 스터디 스케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공부 범위도 정확하지 않고, 간단하게 과목 정도만 적어놓은, 어쩌면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스터디 스케줄이다. 하지만 스케줄을 작성하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본인이 보기에 편하고, 2주 후의 시험까지 각 과목의 개념 정리와 문제집 풀이, 오답 정리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정해진 시간에 쫓기지만 않으면 된다. 심지어 이 모든 활동들이 결국에는 아이가 스스로 주도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엄마의 방법을 강요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엄마는 그저 아이의 아이를 믿고 존중해주면 된다.
아이는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하나하나 수행해가며 매일의 공부를 채워 나갔다. 가끔 내가 일이 있어서 장시간 외출을 하고 돌아와도 아이는 하루의 목표한 학습량을 묵묵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역시 아이는 믿어주는 만큼 따라오는 것 같다. 아이를 믿지 못하고 일일이 간섭하면 아이는 어린이의 모습에서 성장하지 못한다. 학습의 주도권을 스스로 가져가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며 실행할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자기효능감.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향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과제를 수행하고, 혼자의 힘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은 아이를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엄마, 오늘 저 이만큼 공부했어요. 기출문제도 풀어봤는데 1개밖에 안 틀렸어요. 점수 채점 안 해봐도 이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 제가 다 알아요.”
이 얼마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인가. 원래 제대로 공부하면, 정말 몰라서 찍은 문제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풀어 낸 답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이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만족을 느끼며 기분 좋게 잠에 들고,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내일이 시험이지만 불안감보다는 확신 가득한 밤을 보내며......다른 아이는 벼락치기 하느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에 들지만, 우리 아이는 매일 매일 공부한 것들이 이미 충분히 쌓여 있어서 시험 전 날 밤 11시 30분에 잠들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견하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