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보상은 다음 단계를 위한 빌드 업

사춘기님의 스스로 학습법

by 이보람

확실한 보상은 다음 단계를 위한 빌드 업


미술 학도인 우리 집 중학생은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하얀 무지 티셔츠 한 장도 허투루 입는 법이 없다. 스트릿 패션의 프린트가 되어 있는 티셔츠를 선호하고, 바지는 요즘 유행인 와이드 핏, 또는 양쪽으로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카고 바지, 양말은 브랜드 로고까지 신경 써주는, 라떼의 말로 표현하자면 폼생폼사? 중고등학생은 교복을 입으니 사복은 필요 없겠다 생각한 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 우리 아이에게 스트릿 패션의 티셔츠 한 장은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를 올려주는 강력한 보상 도구가 되었다.

학습을 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강화물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생 정도의 독립적인 인격체라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겠지만, 중고등학생은 아무리 다 커 보인다고 할지라도 아직은 미성숙하며, 외부로부터의 동기 유발이 학습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강화와 보상이 꼭 필요하다.


“영어 90점 이상 나오면 티셔츠 사줄게.”


영어 시험이 끝난 날, 다 큰 사춘기님이 울면서 들어왔다.


“엄마, 영어 84점인데 그냥 티셔츠 사주면 안 돼요?”


영어는 아이가 가장 힘들어 하는 과목이다. 청각 장애로 인해 모국어 학습도 힘들었기 때문에 남들에 비해 영어 시작이 굉장히 늦었고, 지금도 영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본인이 영어를 잘 못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그런지, 유독 영어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내 눈 앞에서 다 큰 아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냥’ 옷을 사달라는데, 이걸 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물론 결국 사주기는 했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을까. 옷을 못 사게 되어 속상한 것인지,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한 것인지, 그 속내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의 노력에 대해 내가 아예 모른 척을 할 수는 없었다. 비록 아이가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영어 시험 전 날 밤늦게까지 교과서 본문을 달달 외우기라도 했던 정성이 있으니 나도 이 시점에서 적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약속을 하며 티셔츠를 전달했다.


“엄마가 보기에 네가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왔다면 그건 너의 노력을 인정해서 옷을 사줄게. 하지만 찍어서 맞았거나 운이 좋아서 맞았다면, 그건 함께 의논을 해보자. 우리의 목적은 옷을 사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하는 성적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해.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겠지? 그리고 열심히 공부한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 ○○이랑 엄마랑 둘이서 시험지 오답도 같이 보고, 함께 시험에 대해서 평가해보면 더 좋을 것 같아. 성적은 잘 나왔지만 운이 좋아서 찍은 답이 정답이었든, 아니면 성적은 못 나왔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옷을 사고 싶은 것이든, 시험 이후에 함께 시험을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렇게 우리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각 과목의 시험이 끝난 직후 점심을 함께 먹으며 시험지의 정답과 오답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이른바 ‘시험 리뷰’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마킹 실수가 있었는지, 틀린 것을 골라야 하는데 옳은 것을 고른 건 없는지,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면 함께 풀어도 보고, 교과서의 어느 그림과 표에서 출제된 것인지 확인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음 시험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준비할 수 있는 팁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름하여 할부 보상 시스템!! 백화점에서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입하고 할부로 갚듯이 보상도 현금 할부로 지급하는 방법이다.


“전과목 90점 이상 나오면 앞으로 3개월 간 용돈에 5만원씩 보너스 줄게.”


용돈이 적다고 올려달라는 아이에게 매달 기본 용돈에 시험 결과에 따라 현금 보상으로 3개월씩 올려 주기로 했다. 보상이 아이에게 연속적인 강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아직까지는 정신적 성장 상태 또는 신체적 나이로 봤을 때 완벽하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렇게 부모의 강화와 보상으로 동기가 형성되고, 학습 결과에 대해 객관적인 자기 평가도 해보며, 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해결도 해보는 등의 활동들이 쌓여 결국 궁극적인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자기 역량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까지 용돈이나 선물 등으로 아이를 공부시킬 수 있을까요?”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아이를 학습의 길로 인도하는 데 있어 용돈이나 선물이 마치 주사 맞기 싫어하는 아기에게 비타민 사탕으로 꼬시는 것 같은 유치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에 목표를 세우고 살아간다. 목표가 있어야 과정에 추진력이 생긴다. 목표가 없으면 생활이 나태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일 것이다. 이 법칙은 당연히 학습에도 적용이 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엄마에게는 어린 아이일 뿐이기 때문에 아이 연령에 맞는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자기주도학습으로 사교육비에 금전적 지출이 없는 가정의 경우, 아이의 학습에 대한 독려 차원의 티셔츠 한 장 금액이나 용돈 5만원이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다. 하물며 아내가 10kg을 감량하면 100만원을 상금으로 주겠다는 남편도 더러는 있지 않은가. 보상은 언제나 목표에 가까이 가는 데 부스트 업을 해줄 뿐이다.


우리 집은 목표 달성에 상을 주는 정적 강화와 함께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을 경우에 대한 부적 강화도 함께 적용한다. 부적 강화는 ‘원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원하는 행동’에 도달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다.


“○○아, 이번 수학 시험에서 90점 넘으면 용돈 5만원, 70점 이하가 나오면 네가 우리 집 외식 비용으로 만 원을 부담하는 거 어때?”


처음에는 아이가 눈이 똥그래지며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 만 원을 외식 비용으로 부담할지, 용돈 5만원을 받을지 정해진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는 중학생이다.


“네가 열심히 한다면 만 원을 내는 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거야. 너도 알지?”


“알죠, 알죠. 근데 만약 70점 이하로 점수가 나와서 만 원을 내야 한다면, 엄마가 한 번만 봐주면 안돼요?”


“왜 70점 생각부터 하니? 지금처럼만 공부하면 80점 이상은 무조건 나올 것 같은데......엄마라면 더 열심히 해서 5만원 상금 받을 생각을 할 것 같아.”


아이는 내 말에 바로 수긍을 했다. 그리고 용돈 만 원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쩌면 5만원을 획득할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공부했다.

이전 19화중학생 내신 관리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