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새벽 데이트
새벽 3시 33분.
그대를 소환해 봅니다.
꼭꼭 감춰 둔 그대를 내 맘 속 족쇄로부터 풀어헤칩니다.
그대는 변한 것이 없어요.
처음 만난 날 그때 그대로 여요.
하루하루 변하는 나에 비해 늘 여여(如如)한 그대가
그래서 더 얄밉습니다.
나를 유혹한 건 분명 당신이었는데,
그런 당신은 이제 없어요.
내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바람과 함께 휘날리고 있죠.
쓰라린 떨림도 이제 익숙하여요.
홀로 마시는 와인도 달콤하여요.
당신이 옆에 없어도 있는 걸요.
이제 새벽 4시 44분.
그대를 역 소환해 봅니다.
화알짝 풀어헤친 그대를 고이 접어 내 맘 속 새장으로 밀어 넣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