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이태희 Apr 26. 2016

칸반(Kanban) 5개월 사용 후기

우리 팀이 스크럼을 버리고 칸반으로 갈아 탄 이유

사실 개발 방법론이라는 것을 7개월 전만 해도 귓등으로 듣고 그게 왜 필요한지도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끄럽지만 애자일이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중 하나인줄 알았죠.


10개월 전만해도 우리 팀은 저를 포함해서 3명에 불과했고 모든 것은 메신저와 구글 드라이브로 일을 처리했습니다. 기억력이 좋지않지만 머릿속에서 각 팀원들이 언제까지 뭘하고 다음엔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겠다라는 것이 그려질 정도로 적은 숫자였죠. 개발방법론이 필요한 이유가 없으니 무관심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아마 7개월 전의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우리 팀은 11명으로 늘어났고(그중에 소프트웨어 개발팀만 7명) 그들 하나하나를 마이크로 매니징하기에는 저라는 인간이 너무나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애자일 개발방법론이었는데 애자일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거기서 많은 교훈을 얻고 칸반으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우리 팀은 애자일 개발선언 중에서도 "계획을 따르기보단 변화에 대응하기"라는 선언을 굉장히 맘에 들어했는데, 그 이유는 애자일 도입이전 우리의 상황이 그랬기 때문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고객의 요구는 들어오고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매일매일 우선순위가 바뀌고, 그에 따라 하던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브랜치를 새로 파서 다른 작업을 하고 미완성된 코드는 늘어났으며 그에 따라 불평불만도 늘어났습니다.


여러 애자일 개발방법론 중에서도 우리가 선택했던 것은 eXtreme Programming(XP)이었는데, 우리에게 스크럼과 같은 1달간의 스프린트는 너무 길다, 2주간의 이터레이션(Iteration)으로 구성된 XP가 좋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스크럼 보드를 준비했고 거기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면서 아침마다 스크럼 회의를 했으며, 기록을 남기기위해 레드마인을 사용하였습니다.


eXtreme Programming Flow Chart

간단하게 왜 실패했는지 이유를 들어볼게요.


1. 배포 계획(Release Plan)을 수립하기 힘들다

물론 계획자체를 만들기 힘들다는 것이 아닙니다. 배포 계획을 만들어도 그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큰 틀로 배포 계획을 만들고 작은 틀로 반복 계획(Iteration Plan)을 세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수립을 해봤자 절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와 같은 작은 스타트업의 작은 팀은 시장의 요구사항이라는 급류에 이리저리 쓸려 매일매일 계획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리팩토링할 시간은 커녕 테스트 코드를 짤 시간조차 없었습니다.(핑계일수도 있지만요)

거짓말이 아니고 단 한번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2. 팀원들의 시간 예측 능력 부족

애자일은 팀원들이 시간 예측을 굉장히 잘한다는 가정하에 잘 돌아가는 방법론입니다. 모두가 함께 한자리에 모여 복잡도를 논의하고 그에 따른 프로젝트의 시간 예측을 하고 함께 번다운 차트(Burn-down chart)를 그리며 하하호호 잘 나아가야 하는데, 우리 팀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실력부족이라고 탓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스크럼 보드에 예측시간 8시간이라고 적어놓고 4시간정도만 지나면 다른 문제가 터지거나 다른 기능을 개발해야하는 둥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런 방해요소가 없다고 하더라고 8시간보다 더 많이 걸리거나 더 적게 걸리기도 했습니다.

예측시간을 측정하기 힘든 마이너한 이유중에 하나는, 스파이크 솔루션(Spike solution)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예측하지 못한 탓도 있었는데 이 세상에 없는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있어 이전의 경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는 XP를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계획보다는 변화에 적응하자!라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지만 애자일 개발방법론은 우리가 닥친 미친듯한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벅찼습니다. 우리는 스크럼 보드를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고 다시 구글 드라이브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구글 문서(Google Docs)에 우리가 해야할 요구사항을 적었습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일 수록 상단에 두었습니다. 그 오른쪽에는 일을 해야할 사람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적고 문서를 공유하면 팀원들은 그 문서를 보고 그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일을 진행하다가 생기는 의문점은 급한 일일 경우 구두로 전달하고 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메신저 또는 문서의 빈공간을 활용하여 적었습니다.

완료된 요구사항은 취소선을 긋고 옅은 글씨로 처리하여 해야 할일과 완벽히 구분되도록 하였으며 한 사람당 해당 시간에 하나의 일만 처리하도록 규칙을 세웠습니다. 보류되는 일은 보류 섹션으로 할일을 옮기고 보류가 되는 이유를 적도록 했습니다. 혼자 해결하기 힘들경우 회의를 통하여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구요.


그런식으로 우리는 배포 시기를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했고 이상하게도 XP를 버리고 구글 문서로 갈아타니 일이 더욱 수월해져서 이제는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방식이 칸반과 유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칸반 보드를 도입했고 이에따라 애자일에서 배운 규칙/정신과 칸반의 장점을 혼합하여 우리 팀만의 칸반보드를 완성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칸반 보드는 Kanboard의 오픈소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개발한다. 절대 혼자 일하지 않는다

- 지속적으로 팀의 동의(Team agreement)를 구한다.

- Knoledge island를 탈출하라(자신이 알고있는 지식이 전부가 아니다).

- 코드 병목현상(Code bottleneck)을 탈출하라. Collective ownership을 발동하라.


2. 한 번에 한개의 일만 처리하라. 보류하는 일은 최소로 하라

칸반의 핵심으로 한 번에 한개의 일만 처리하도록 합니다. 개발자의 뇌는 하나도 손은 두개이고 손가락은 열개이므로 한 번에 하나의 일만 처리해야 합니다. 한 개의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음 일을 진행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합니다.


3. 가능하다면 예측시간을 적는 습관을 들인다

개발완료시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능력중에 하나입니다. 신제품을 시장에 빨리 내놓을 수록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으며, 고객으로부터의 소중한 피드백은 개선된 다음 버전을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예측시간을 꼭 적는 습관을 들여 자신이 정해진 시간 동안 얼마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일이 큰 도움이 됩니다.


4.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기존의 방법을 과감히 버린다

저의 철학과도 일치하는 이야기인데요, 우리 팀과 회사가 함께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과감히 현재의 방법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라는 우리 팀만의 맹세입니다. 앞으로 항상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잠시 손을 놓고 한발짝 물러서서 비판적인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혁신의 첫발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팀이 꾀한 겉으로 보기에 가장 큰 혁신은 기존의 속도가 느리고 사용하기 불편했던 솔루션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서버와 새로운 언어로 전환하면서 마이그레이션 및 새로운 형태의 최적화된 솔루션을 구축했다는 것입니다.(물론 내부적으로 가장 큰 혁신은 기존의 방법을 버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지요)


현재 저는 팀 매니저로서 User story(요구사항정의서) 관리, Release plan(배포 계획서), 와이어프레임을 포함한 기획서 등 최소한의 문서만 관리하고 있으며, 팀원들 또한 이 시스템에 만족하며 아직까지는 판단하기 이르지만 굉장히 좋은 방법인것 같습니다.


5개월간 칸반을 사용하면서 팀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매일 아침 15분씩 하는 스크럼 회의는 새로운 기능 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굉장히 유용하지만, 디버깅 또는 테스팅 기간에는 시간낭비다.

이 말을 한 팀원의 말에 따르면, 우리 팀은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사람, API를 만드는 사람 등등 각자의 역할이 확실히 나누어져 있는데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때는 여러사람과 소통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개발 스펙이 달라지거나(작게는 함수이름 변경 등) 여러 변수들이 작용할 수 있으므로 짧게 자주만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2. 회의도 시간낭비다

- 회의는 가급적 개최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1:1 구두로 해결한다.

- 급한일이 아닐경우에는 이메일/메신저를 활용하도록 한다.


3. 칸반 보드에 보류 칼럼, 테스팅 칼럼을 나눈다

보류 칼럼과 테스팅 칼럼을 나누어 적어 어떤 할일이 보류되었으며 어떤 할일이 테스팅 중인이 확실히 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테스팅을 하는데 오래걸리는 기능들이 있으며 테스팅을 하는 동안 다른 기능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우선 순위가 바뀌었을 때 할 일을 잠시동안 놓아둘 칼럼이 없다는 것이 보류 칼럼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보류 칼럼에 놓을 수 있는 할 일의 수는 개인당 1개로 제한하여 2개 이상의 보류하는 일이 없도록하여 경각심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전에 언급했던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기술팀이 도입한 와블스(Warbles) 시스템을 적용해보는 것입니다. 우리 팀이 어떻게 바뀔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번역] 개발 게임화 시스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