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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26. 2021

우리 좀 더 즐겁고 환희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베토벤 - 교향곡 9번 '합창'

Beethoven Symphony No.9 In d minor, Op. 125 'Choral'
베토벤 - 교향곡 9번 '합창'




 베토벤은 20대의 청년시절부터 ‘괴테’와 ‘실러’의 작품에 심취해있었습니다. 특히 계몽주의 사상이 가득한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라는 시를 읽게 된 베토벤은 큰 감명을 받았죠.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리라’라는 말과 함께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는 실러의 관점에 베토벤은 크게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꼭 이 시에 음악을 넣어 작곡을 하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죠. 그리고 30여 년 뒤, 1824년 53세에 이 곡을 교향곡 작곡하여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7번, 8번 교향곡이 세상에 소개가 된 이후, 베토벤은 꽤 오랫동안 공개 연주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연주회를 기다리며 혹시나 새로운 교향곡이 작곡되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도 하고 있었죠. 하지만 빠르게 음악을 작곡했던 모차르트와는 달리 베토벤은 머릿속에 가득한 음악의 내용을 악보로 옮겨 적는 데에 많은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음표를 지우고 그리고를 반복하여 완벽한 음악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죠. 1824년, 8번째 교향곡이 발표된 지 12년 만에 베토벤 인생 최고의 역작인 교향곡 9번이 발표되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실러 (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 1759. 11. 10 - 1805. 5. 9 ) / wikipedia

 
 베토벤의 교향곡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합창 교향곡>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교향곡 9번은 악기로 연주되는 교향곡에 합창을 사용하여 '합창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죠. 이 곡을 작곡을 하던 1822년까지만 해도 베토벤은 마지막 악장에 성악과 합창을 편성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의 세 악장이 완성되고 난 후, 베토벤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음악을 넣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장식하였죠. 


 또한 교향곡의 기본적인 구성인 느린 2악장과 빠른 3악장의 템포를 서로 맞바꿔, 빠른 2악장과 느린 3악장으로 악장을 실험적으로 구성했습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식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죠. 

 1악장의 시작은 아주 작은 셈여림으로 시작됩니다. ‘미’와 ‘라’ 음뿐인 음악은 정확한 화성이 표현되지 않아 신비롭고 긴장된 분위기가 표현되죠. 뒤이어 팀파니와 현악기의 등장은 안개를 걷히듯 강한 울림으로 표현됩니다. 도입부에 팀파니가 등장하는 2악장은 조금은 쾌활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3악장은 느린 템포로 자연스럽게 피날레로 이어지게 됩니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출처. Wiener Philharmoniker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은 시끄러운 혼란으로 시작합니다. 저음 악기들에 의해 절망적인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방법)’가 표현되죠. 베토벤은 이 부분을 가리켜 '우리의 절망적인 때를 생각나게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1, 2, 3악장에 등장하는 짤막한 선율들과 저음의 레치타티보는 번갈아 나타납니다. 그리고 잠시 모든 것이 조용히 멈춘 듯, 서서히 환희의 선율이 나타나죠. 환하게 빛나는 환희의 선율은 갑자기 혼란의 팡파르로 분위기가 바뀝니다. 곧바로 바리톤의 저음의 레치타티보 선율로 노래가 시작됩니다.



“친구여, 이런 음이 아닐세! 우리 좀 더 즐거운 음을 노래하세!”


 베토벤이 직접 적은 이 가사를 시작으로 독주자들의 선창과 합창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모든 인간은 한 형제’를 이야기하는 인류애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숨죽였던 관현악과 합창은 가슴 벅찬 창대한 환희의 송가를 표현합니다. 격양된 환희의 음악은 마지막까지 소리 높여 ‘환희여, 찬란한 신의 불꽃이여!’를 외치며 가슴 벅찬 감정을 담아 희망의 끝을 향해 나아갑니다.


지휘하는 베토벤

 
 1824년 5월 7일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열린 교향곡 9번 ‘합창’의 초연이 열렸던 당시 베토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베토벤의 공공 연주회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가 합창과 관현악이 함께 연주가 되는 새로운 곡을 만들었다는 소문에 극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좌석 매진을 넘어 입석까지 북적했던 극장 속에서 귀가 멀어 버린 베토벤은 무대 위로 올라왔죠. 하지만 베토벤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기에 실질적인 지휘자 ‘미하일 움라우프’의 옆자리에서 악보를 보며 중요한 부분에 대해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흘러가는 음악과 맞지 않는 지휘를 하기도 하였죠. 베토벤의 감동적인 음악이 끝이 난 후 청중들은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조용한 세상에서 연주자들을 바라보며 서있었죠. 이에 합창에 참여한 알토 가수가 베토벤의 몸을 객석으로 돌려세웠고, 베토벤은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에 뜨겁게 환호해주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집니다.

 합창 교향곡에는 그가 겪었던 고통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과 승리의 모습도 함께 녹아있죠.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초연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매 년 새로운 시작을 앞둔 연말이면 여러 곳에서 ‘합창’ 교향곡이 즐겨 연주되죠. 우리는 이 곡에 담긴 베토벤의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더 나은 긍정적인 미래, 환희가 가득한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됩니다. 올해 마지막 일요일. 베토벤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환희의 송가를 들어보시며, 지나간 고통은 잊어두고 앞으로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즐겁게 상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환희의 송가> 가사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섬광이여

낙원에서 나온 달들이여

불꽃에 취하여 우리는 들어선다

천상의 이여, 당신의 성소로!

당신의 마력은 다시 엮어준다

시류가 엄하게 갈라놓은 것을!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된다

그대 날개 잔잔히 드리운 데서!




https://youtu.be/xEG_PVX45Kc

정명훈 지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QkQapdgAa7o

클라우스 마켈라 지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rOjHhS5MtvA

리카르도 무티 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4악장

https://youtu.be/xEG_PVX45Kc?t=2599

정명훈 지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인 출처 : 영화 <카핑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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