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상스 -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바카날'
Saint Saens - Opera <Samson and Delilah> - 'Bacchanale'
생상스 -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바카날'
1820년, 프랑스의 낭만주의는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국주의’가 프랑스 낭만주의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었죠. 특히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작곡가들은 이국주의를 음악으로 녹여내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조르주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레오 들리브의 <라크메>, 비제의 <카르멘> 그리고 카미유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에서 이국주의에 대한 작곡가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제의 <카르멘>의 배경인 스페인도 당시 파리인들에게는 이국적인 나라였습니다.)
생상스는 13곡의 오페라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오페라 중, 단 한곡 <삼손과 데릴라>만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오라토리오로 구상을 했던 <삼손과 데릴라>는 친척의 권유로 오페라의 작품으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1877년, 독일어로 번역 된 오페라는 독일 바이마르에서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이 열렸습니다. 초연은 큰 성공을 이루었고, 생상스는 독일에서 명성을 알릴 수 있게 되었죠.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는 구약성서 사사기 13장에 등장하는 ‘삼손’이라는 인물을 그린 작품입니다. 평생 머리를 자르지 않고, 포도주나 술을 입에 대지 않고 평생 하느님만 섬기던 ‘나자르인’이었던 삼손은 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괴력은 한 손으로 사자를 잡을 수 있을 정도였죠.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의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때 삼손이 나타나 괴력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찔렀죠. 이에 팔레스타인들은 괴력의 삼손을 제압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인계를 이용해 삼손을 막으려 시도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아름다운 여인 ‘데릴라’는 삼손에게 접근해 그에게 힘의 원천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비밀을 유지하던 삼손은 결국 데릴라에게 자신의 힘은 머리카락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삼손의 비밀을 알게 된 팔레스타인인들은 삼손이 잠이 든 사이 그의 머리카락을 잘라, 그의 힘을 빼앗았습니다. 그리곤 삼손의 눈을 뽑아 버려 그를 장님으로 만들었죠. 포로가 된 삼손은 노예가 되어 지하 감옥에서 고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신 ‘다곤’의 제삿날, 팔레스타인인들은 삼손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삼손이 처형되기 전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신나게 축제를 즐겼습니다. 그동안 삼손은 자신의 힘이 되돌아오길 간절히 신에게 기도하였죠. 마침내 힘이 돌아온 삼손은 신전의 기둥을 뽑아 무너트리고,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파묻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삼손과 데릴라>의 ‘바카날’은 오페라 3막 2장에 등장하는 음악입니다. 바카날은 그리스 로마의 음주의 신 ‘바코스’를 기리는 축제를 일컫는 말로 ‘바쿠스 축제’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바카날은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약간은 광적인 즐거운 모습을 표현한 음악이죠. <삼손과 데릴라>의 바카날은 삼손이 재물로 바쳐져 죽기 직전, 축제에 모인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술과 춤에 취한 축제를 나타낸 음악입니다.
음악은 오보에가 노래하는 중동의 매혹적인 선율로 시작됩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음악은 서서히 흥겨움을 꽃피워내죠. 캐스터네츠로 시작하는 흥겨운 리듬에 따라 음악은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향해 갑니다. 잠시 우아한 선율의 춤을 지나 음악은 점점 열기를 더해 나가며 팀파니의 리듬 속으로 굵고 묵직하게 흘러갑니다. 음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신나는 축제의 기분을 가득 뿜어내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답답하고 지쳤던 시간들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즐겁고 설레었던 과거의 연말과는 달리, 올해 연말은 조심스럽고 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아쉬움을 잠시 접고 오늘 하루만큼은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바카날에 몸을 실어 신나게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요?
메인 출처 : <The Youth of Bacchus> - William-Adolphe Bouguere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