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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28. 2021

위대한 탱고

A. Piazzolla - Le Grand Tango

A. Piazzolla - Le Grand Tango
아스토르 피아졸라 - 위대한 탱고

 
 영화 <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가 춤을 추는 장면과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탱고’가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아르헨티나의 한 작곡가는 춤을 추는 탱고가 아닌, 귀로 듣는 탱고를 작곡하여 탱고의 예술성을 한 단계 높였습니다. 그는 바로 ‘아스트로 피아졸라’입니다. 


 피아졸라는 1921년 3월 아르헨티나의 해안가 도시 ‘마르 델 플라타’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피아졸라는 아르헨티나와 미국을 오가며 성장했습니다. 음악과 탱고를 사랑했던 아버지 덕분에 피아졸라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배우며 성장했습니다. 8살에는 아버지에게 탱고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반도네온’을 선물 받아 탱고의 음악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하였죠. 그는 탱고 음악만 배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에서 거주할 당시, 옆집에 살고 있던 라흐마니노프의 제자였던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벨라 윌다’에게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죠. 피아졸라는 그에게서 바흐와 스트라빈스키 등 클래식 음악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iazzolla / 1921. 3. 11. - 1992. 7. 4.) / wikipedia


  피아졸라와 가족들은 미국을 떠나 다시 아르헨티나의 고향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아졸라는 작은 고향 땅을 벗어나, 탱고로 물들여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였죠. 탱고 밴드의 반도네온 연주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피아졸라. 하지만 20대의 청년의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탱고도 좋지만, 클래식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죠.


  때마침,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젊은 패기의 피아졸라는 무작정 루빈스타인을 찾아갔고 그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었죠.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루빈스타인은 그에게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리곤 아르헨티나의 주목받는 작곡가 ‘히나스테라’를 소개해 주었죠.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좌)은 피아졸라에게 작곡가 히나스테라(우)를 소개해주었다. /getty


 5년 동안 히나스테라 밑에서 클래식 어법과 화성법, 작곡법, 편곡 등을 배운 피아졸라는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어, 프랑스의 장학금을 받고 파리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곡가 ‘나디아 불랑제’에게 가르침을 받기 시작하였죠. 불랑제는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부분은 스트라빈스키, 여기는 라벨, 여기는 바르톡... 근데 너의 음악엔 '피아졸라'가 없는데?’


 

 그리곤 어느 날, 불랑제는 피아졸라의 탱고 연주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그에게 ‘탱고’를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작곡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죠. 피아졸라는 그녀의 조언에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던 ‘탱고’라는 정체성을 다시 일깨우게 되었습니다. 그 후, 피아졸라는 클래식 음악과 미국에서 접한 다양한 음악 그리고 현대적 어법을 융합시킨 새로운 탱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춤을 추기 위한 탱고가 아닌, 귀로 듣기 위한 탱고인 새로운 탱고라 불리는 ‘누에보 탱고’를 탄생시켰죠. 

나디아 불랑제 (Nadia Boulanger /1887. 9. 16. - 1979. 10. 22.) / wikipedia


 춤추는 탱고엔 춤이 없고, 다른 음악과 혼합되어 탱고를 훼손시켰다는 보수적인 탱고 팬들은 피아졸라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아졸라의 탱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피아졸라의 음악들은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죠. 


  1982에 작곡된 ‘위대한 탱고(Le Grand Tango)‘는 파리에서 출판되어 스페인어(El gran tango)가 아닌 프랑스어로 사용됩니다. 피아졸라는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탱고를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로스트로포비치는 1990년까지 이 곡을 연주해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나중에 자신의 연주회를 위한 곡을 찾아보던 중, 이 곡을 발견하고 피아졸라를 찾아가 탱고를 배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죠. 이 곡은 첼로 연주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다른 악기로 편곡되어 즐겨 연주되기도 합니다. 


 우아한 음색으로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던 첼로의 모습과는 달리, 이 작품 속에서 우리는 열기가 가득한 첼로의 강렬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응축된 에너지의 큰 떨림이 느껴지는 짙은 탱고의 위대함에 푹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tKd7fuGn2Ks

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손열음

https://youtu.be/Lgx44DESzmo

첼리스트 심준호, 피아니스트 신재민

https://youtu.be/IDzEXIB3rMI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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