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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29. 2021

영화음악 감독, 쇼스타코비치

쇼스타코비치 - 갯 플라이 모음곡 中 간주곡

Shostakovich - The Gadfly Suite, Op. 97a 
쇼스타코비치 - 갯 플라이 모음곡 中 
7. Introduction (Prelude)/ 8. Romance

Shostakovich - Three Duets for Two Violins and Piano, Op.97d
쇼스타코비치 - 두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품


 영화를 더 생동감 있게, 색채감 있게 표현해주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영화 음악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냐 너’를 외치며 나타나는 올드보이의 ‘라스트 왈츠’, 첼리스타의 음색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해리포터의 ‘헤그위드 테마’, 타노스와의 전쟁을 위해 어렵게 모인 어벤저스가 ‘어벤저스 어셈블’을 외치며 나타나는 어벤저스의 메인 테마 등 영화음악은 영화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아주 강렬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러시아의 한 작곡가는 평생 40여 곡의 영화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이 작곡가의 왈츠는 우리나라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큰 사랑을 받기도 하였죠. 20세기 초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2001년에 개봉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등장하는 왈츠는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쇼스타코비치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음악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음악적인 재능이 남달랐던 쇼스타코비치는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을 졸업하기 전 작곡한 <교향곡 1번>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927년 스탈린이 정권을 잡은 이후, 쇼스타코비치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은 브레이크를 밟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예술가들에게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찬양에 대한 작품을 강요하며, 예술 활동에 대해 강하게 검열을 시작했기 때문이죠. 쇼스타코비치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부의 눈앞에서 그들을 속이며, 자신만의 음악적 어법을 표현해 나가기도 했죠.  


  쇼스타코비치는 1928년부터 영화, 발레, 연극의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정부의 권유로 소련 선전 영화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코진체프’ 감독의 <신 바빌론>이라는 영화를 시작으로 평생 40여 편의 영화 음악을 남겼습니다. 그는 영화 <위대한 시민>, <조야>, <피로고프>, <젊은 군위대> 등의 음악을 작곡하여 ‘스탈린 상’의 1위를 거머쥐기도 했죠. 스탈린이 죽고 난 이후에도 1970년까지 쇼스타코비치는 영화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영화 음악은 영화 <리어왕>의 음악으로, 그가 처음으로 작곡한 작품의 감독 ‘코진체프’의 영화였습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 1906. 9. 25. - 1975. 8. 9. )

 
 쇼스타코비치는 1936년부터 1940년 사이 수많은 영화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그가 딸과 아들이 생겨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의 상황을 보면 쇼스타코비치의 창작활동이 다소 이해가 됩니다. 1936년부터 1939년까지 당시 소련은 ‘대숙청’이라 불리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권을 잡은 스탈린이 자신의 권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과 다른 주장을 펼치거나 자신의 눈에 띄는 모두를 없애기 시작하였죠. 대숙청의 시기에 사상자만 2,2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955년, 쇼스타코비치는 ‘알렌산더 파인트시어’ 감독의 영화 <등에>(원작‘Gadflay 갯 플라이’)의 영화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등에’는 소나 말 등에 붙어있는 파리과의 날벌레를 지칭하는 말로, 영국의 작가 ‘에델 릴리언 보이니치’가 쓴 혁명 소설을 영화한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의 음악은 ‘하차투리안’이 맡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병에 걸려 요양이 필요하자, 쇼스타코비치에게 기회가 넘어가게 되었죠. 


1955년 완성된 러시아의 영화 'The Gadfly 갯 플라이 (등에)' / imdb.com

 
 <등에>의 영화 음악을 작곡할 당시, 쇼스타코비치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잇었습니다. 23년간 함께한 아내가 죽고, 시부모님과 친어머니가 병환에 고통을 받고 계셨기 때문이죠. 가족들의 죽음과 아픔으로 인해, 자신의 일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을 텐데, 쇼스타코비치는 눈부신 이 음악들을 써 내려갔습니다. 이에 많은 이들은 <등에>의 음악들에서 그의 우수 깊은 감정이 느껴진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영화 음악 중, <등에>의 영화 음악은 가장 주목받는 음악입니다. 이 작품은 12곡의 모음곡 형식으로 출판되었죠.(작품번호 Op.97) 모음곡 중 7번째 ‘간주곡’과 8번째 ‘로망스’는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깊은 우수를 전달해주는 7번째 간주곡은 다른 영화 음악에 사용된 가보트(Gavotte)와 왈츠(Waltz)와 함께 묶여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곡의 소품곡(작품번호 Op.97d)’라는 작품으로 편곡되어 출판되기도 하였죠. (세 곡에 엘리지(Elegie)와 폴카(Polka)를 더해 다섯 개의 소품으로 편곡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영화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오랜 기간 귓가에 맴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음악과 함께, 스탈린이 내민 칼끝에서 삶을 지켜내고 살아간 쇼스타코비치를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삶이 한 편의 영화가 되어버린 그를 위해서요. 


*The Gadfly Suite, Op. 97a 中 7. Introduction (Prelude)
https://youtu.be/pPC60cIZpII

*The Gadfly Suite, Op. 97a 中 8. Romance
https://youtu.be/PJ-ESArxpf0

*두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소품
https://youtu.be/fEGfd-Huz-U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폴 황/ 피아니스트 임성미

*두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
https://youtu.be/KLZRBHBKiKI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 대니 구 / 피아니스트 문재원


메인 출처 : Lebre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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