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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30. 2021

쇼팽의 환상곡

쇼팽 - 판타지 (환상곡), Op.49

Chopin -  Fantasy in F minor, Op. 49
쇼팽 - 판타지 (환상곡)

 
 매년 여름 쇼팽은 연인인 ‘조르주 상드’의 고향이었던 노앙에 머물며 음악을 작곡했습니다. 쇼팽은 그곳에서 창작력의 꽃을 피워내며 <발라드 3번, 4번>, 영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폴로네이즈 A-flat 장조>, <스케르초 4번> 등 수많은 걸작들을 작곡하였죠. 그리고 ‘환상곡’이라 불리는 작품도 탄생시켰습니다. 
 
쇼팽의 작품에는 ‘환상(Fantasie)’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이 3곡이 있습니다. ‘즉흥환상곡(작품 번호 Op.66)’과 ‘환상-폴로네이즈(작품번호 Op.61)’ 그리고 ‘환상곡(작품번호 Op.49)’이 있죠. ‘환상’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즉흥곡과 폴로네이즈를 제외한, 쇼팽의 환상곡은 작품 번호 Op.49가 유일합니다. 
 
 환상곡이라 표현되는 판타지'Fantasie'는 그리스어 ‘Phantasia’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상상’ 혹은 ‘상상의 산물’ 혹은 순간적인 충동의 의미를 갖고 있는 판타지는 형식이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즉흥적인 악상을 가진 음악을 말합니다. 환상곡은 16세기부터 쓰여 왔지만,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곡이라 보편적인 형식적인 특징을 말할 수 없는 것이 환상곡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쇼팽은 ‘판타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형식을 벗어나려 하는 자유로운 표현을 나타내었죠. 

쇼팽(1810 ~ 1849)은 단 한 곡의 환상곡을 남겼다. 

 

 쇼팽의 환상곡('Fantasy')은 1841년 노앙에서 작곡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함께 들었던 그의 <발라드 3번>과 같은 시기에 작곡이 되었죠. 이 작품은 장엄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에 사람들에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쇼팽의 전문 음악학자인 '프레드릭 니크스'는 이 작품을 가리켜 '쇼팽의 천재성이 가장 최고에 달하던 때에 작곡된 걸작'이라 표현하기도 하였죠. 


 쇼팽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는 이 작품에 대해 쇼팽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다툼 후 화해의 모습을 말하고 있죠. 


 ‘어떤 음침한 날 저녁에 마음이 상쾌하지 않은 쇼팽은 피아노를 향해 앉았다. 그때 누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곧 곡의 서두에 이 두드리는 언짢은 음을 건반에 재현했다. 쇼팽은 '어서 들어오십시오'라고 했다. 이 것은 계속되는 높은 음구의 선율로써 표현되었다. 이 것이 반복된 후 문은 열리고 리스트와 상드 그리고 친구들이 행진곡의 무거운 리듬에 맞춰 들어온다. 그들에게 둘러싸인 쇼팽은 자기의 환상이 흐트러졌다면서 불평을 하였다. 상드는 이에 사과를 하였고, 얼마 후 그들이 퇴장하자 쇼팽은 다시 진정하게 되었다.’

 -출처 : 박세원, 명곡 해설 (세광 음악출판사), P. 208.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1차 예선에서 쇼팽의 판타지를 연주하였다. / BBC 


 음악은 숨죽인 목소리의 절뚝거리는 리듬으로 시작합니다. 이 부점 리듬의 음악이 끝이 나면, 새로운 분위기의 아르페지오(분산 화음)의 음형이 나타나죠. 열을 끌어올리는 아르페지오는 풍부한 울림으로 자유로운 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풍부한 화성의 울림들을 통해 음악은 점차 정점을 향해 내달려 나가죠. 그리고 마침내,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행진곡풍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음악을 더욱 창대한 모습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 작품을 완성한 쇼팽은 친구 ‘율리아 폰타나’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오늘 나는 판타지를 완성했어. -하늘은 아름답고, 내 마음속에는 슬픔이 있어- 하지만 괜찮아.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내 존재는 아무에게도 가치가 없었을 거야.’


 오늘은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면모가 가득한 쇼팽의 음악과 함께 환상적인 꿈을 꿔보는 건 어떨까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가득했지만, 묵묵히 올해를 완성시킨 우리의 한 해를 추억하면서요.



https://youtu.be/rhIuclUqaQE

피아니스트 조성진

https://youtu.be/RyTJTRIrAqg?t=19

피아니스트 김수연 / 연주시간 0:21 ~ 13:05

https://youtu.be/dqUALrdaYrU?t=907

피아니스트 이혁 / 연주시간 15:13 ~ 28:14

https://youtu.be/CQ9-aNmLO3I?t=727

피아니스트 토모하루 우시다 / 연주시간 12:08 ~ 25:20



메인 출처 : chopin2020.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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