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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24. 2021

메리 크리스마스!

차이코프스키 - 호두까기 인형

Tchaikovsky - Nutcracker Suite Op. 71a
차이코프스키 -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영화 <나 홀로 집에>, <해리포터> 시리즈와 더불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생각나곤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발레 공연이 열리곤 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감상해보실까요?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이자 어린 소녀 ‘클라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빠가 그 인형을 망가트려버리죠. 속이 상한 클라라는 인형을 달래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쥐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호두까기 인형은 장난감 병정들의 대장이 되어 쥐떼들과 격투를 벌이기 시작하였죠. 클라라는 위기에 처한 호두까기 인형을 구하게 되었고, 살아남은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자신을 구해준 클라라에게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데리고 갔습니다. 화려하게 파티가 열리는 그곳에서 클라라는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 출처. 국립발레단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독일의 작가 E.T.A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호프만의 원작에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안무가인 ‘프티파’의 안무로 새롭게 각색되었죠. 50세의 차이코프스키는 마린스키 극장의 감독관에게 이 발레 작품의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부탁을 받게 된 차이코프스키는 이 유치한 작품이 발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자신에게도 동화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죠. 하지만 발레로 각색한 프티파의 대본을 보게 된 차이코프스키는 이 작품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프티파는 차이코프스키에게 발레에 사용될 음악의 조성과 마디를 정해주었습니다. 또한 리듬과 템포까지 정확하게 지시를 하며, 그에 맞는 음악을 부탁하였죠. 다소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차이코프스키는 결국 밝고 아름다운 음악들을 탄생시켰습니다.

E. T. A. 호프만 (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 / 1776 ~ 1822) / wikipedia


 작곡 의뢰를 받았던 당시, 작곡가로서 큰 명성을 얻고 있었던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연주를 하고, 자신의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는 등 몹시 바쁜 일정을 소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 바쁜 상황 중, 페테르부르크의 러시아 음악협회는 차이코프스키에게 새로운 작품으로 연주회를 부탁하게 되었죠.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을 작곡할 시간이 없던 차이코프스키는 작곡 중이었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의 8곡을 추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Op. 71a을 발표했습니다. 무대 위에 발레가 없었지만, 발레 음악의 초연은 대단히 큰 호평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죠. 또한 ‘첼레스타’라는 새로운 악기의 음향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1891년, 연주를 위해 미국을 향하던 차이코프스키는 잠시 파리에 경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파리의 유명 악기 제작자인 ‘뮤스텔’의 상점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첼레스타’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악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비롭고 오묘한 소리가 매력적인 첼레스타는 철제 울림판을 때려 연주하는 피아노 모양의 악기이죠. 첼레스타의 어원은 ‘Celeste'의 프랑스어로, ‘하늘’을 뜻하며 천국의 소리를 연상케 하여 첼라스타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첼레스타는 당시 유럽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악기였습니다. 이 새로운 악기를 알게 된 것에 굉장히 크게 기뻐한 차이코프스키는 출판업자 유르겐손에게 악기의 구매를 부탁하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이 악기를 누구에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림스키-코르사코프나 글라즈노프에게 알려져 나보다 먼저 사용되는 경우가 없도록 절대로 비밀을 지켜주시오!’


첼레스타



  <호두까기 인형>의 모음곡은 작은 서곡과 다섯 개의 춤곡 그리고 꽃의 왈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즐거운 세계를 묘사하는 서곡과 어린아이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둘러싸고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묘사한 ‘행진곡’, 첼레스타의 사용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사탕요정의 춤’, 활기찬 힘을 보여주는 러시아 농민의 춤인 트레파크를 묘사한 ‘러시아의 춤’, 동양풍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라비아의 춤’, 귀여운 움직임이 상상되는 플루트의 선율이 특징적인 ‘중국의 춤’, 아몬드 과자로 만들어진 여자 목동이 풀피리를 불며 추는 춤인 ‘풀피리 춤’ 그리고 사탕요정의 24명의 시녀들이 화려하게 춤을 추는 ‘꽃의 왈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악은 처음부터 쾌활하고 밝은 분위기로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표현하고 있죠.

차이코프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 1840-1893) / wikipedia


 차이코프스키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그리고 <호두까기 인형> 이렇게 세 곡의 발레음악을 작곡했습니다. 당시 발레음악은 무용수들의 반주음악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음악과극을 더 깊게 연계하여, 인물의 성격 묘사나 상황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표현하였죠. 이 모습은 더 나아가 음악 전체의 통일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한층 더 예술적 차원으로 표현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은 후대의 발레 음악을 작곡한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 등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유롭게 연말을 즐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의 트리와 환하게 빛나는 조명을 바라보면, 우리와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오늘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자유롭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움츠렸던 마음을 활짝 열고 오늘 밤 우리에게 찾아오실 산타할아버지에게 부탁할 소중한 소원을 마음껏 생각해보세요!  
Merry Christmas!



 *발레보다 먼저 발표된 <호두까기 인형>의 모음곡은 큰 인기를 얻은 반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초연은 엉성한 무대 연출과 무용수들의 실력 부족으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전해집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전체 음악은 Op. 71, <호두까기 인형의 모음곡>은 Op. 71a으로 약간 다른 작품 번호를 사용합니다.



https://youtu.be/GiEIe0ClGIM

신포니아 로테르담


*<호두까기 인형> 전체 음악

https://youtu.be/tk5Uturacx8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발레 <호두까기 인형>

https://www.youtube.com/watch?v=xtLoaMfinbU


*첼레스타의 음향으로 유명한 해리포터ost도 함께 즐겨보세요!
https://youtu.be/GTXBLyp7_Dw?t=8


메인 출처 - 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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