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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16. 2021

거인

말러 - 교향곡 1번 '거인'


Mahler - Symphony No.1 in D Major ‘Titan’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자신 이전에 작곡된 음악들은 왜소하게 보이도록 만들겠다는 뜻을 품은 작곡가가 있었습니다. 살아생전 작곡가보다는 지휘자로 더 이름을 알린 그는 ‘나의 시대는 올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후기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그 주인공입니다. 

 말러는 6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5세에 빈 음악원에 입학하여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습니다. 빈 대학에서는 음악과 역사 그리고 철학을 공부하였죠. 청년시절 말러는 지휘자라는 꿈을 위해 발을 내디뎠지만, 직장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1887년, 건강이 좋지 못한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슈’ 대신 지휘봉을 잡게 된 말러는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의 연주로 지휘자로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함부르크 오페라단 지휘자를 거쳐 빈 오페라의 감독,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아 지휘자로 큰 명성을 이어나갔습니다. 

 
 말러는 지휘자로 활동하며,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작곡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3달의 휴가기간 동안 뵈르티제의 작은 오두막에서 작곡에 몰입하였죠. 이에 그의 아내였던 ‘알마 말러’는 ‘말러가 언제나 신과 대화했다.’는 푸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말러는 평생 노래와 교향곡만 작곡했습니다. 특히 말러에게 있어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었죠. 20대 중반에 첫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한 말러는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은 오두막에서 10곡의 큰 세계를 만들어갔습니다. 말러는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3배 정도의 큰 소리로 확장된 규모의 음악을 표현하였으며, 단순하고 단편적인 아이디어들을 이용해 거대한 구조물을 탄생시켰습니다. 또한 부딪히는 불협화음의 사용과 불협화음을 협화음으로 해결하려는 시간을 지연시켜 긴장감을 조성하고 다채로운 효과를 극대화시켰죠. 이러한 말러의 음악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과장된 문화예술적 경향인 ‘맥시멀리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천인의 교향곡'이라 불리는 말러의 교향곡 8번은 수많은 연주자들이 동원되어 맥시멀리즘의 면모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초연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말러는 음악 역사상 유래가 없는 긴 작품의 길이로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그의 교향곡 3번의 연주시간은 95분이 넘어가기도 하죠. 또한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의 사용과 혁신적인 화성 어법을 이용하여,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등 낭만주의 음악과 차별되는 새로운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후기 낭만주의’라 불리며, 낭만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근대 수법을 사용하는 음악을 지칭합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말러와 함께 대표적인 후기 낭만주의의 작곡가로 분류됩니다. 


 1888년 28세의 말러는 자신의 첫 교향곡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1889년, 이 곡은 부다페스트에서 말러의 지휘로 초연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혹평과 야유로 가득했습니다. 사람들은 불협화음과 지루한 음악, 쿵쾅거리는 음악에 거부감을 표현하였죠. 작품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독일의 작은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말러는 더 안정적이고,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여러 극장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였고 당대 유명한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의 밑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었지만, 말러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또한 이뤄지지 않은 사랑에 대해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죠. 이에 이 음악은 그의 방황, 열정, 좌절과 고뇌가 녹아들어 있습니다. 지휘자였던 브루노 발터는 말러의 자서전 같은 이 작품에 대해 ‘말러의 베르테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죠.

말러의 교향곡 1번을 듣고 당시 언론이 풍자한 그림 /출처. pinterest


 ‘거인’이라는 제목은 말러가 즐겨 읽었던 ‘장 파울’의 소설의 제목입니다. 하지만 음악은 소설의 내용을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청년 말러의 감정을 표현하였죠. 이 작품의 초기에는 악장마다 제목이 있었습니다. 1악장은 ‘끝없는 봄. 서주는 동틀 무렵 깨어나는 자연을 묘사’, 2악장은 ‘꽃의 악장’, 3악장은 ‘돛에 바람을 싣고’, 4악장은 ‘좌초’, 5악장은 ‘지옥에서 천국’으로 라는 제목을 사용하여 새로운 희망에 대한 청년의 풋풋한 감정부터 좌절과 냉소까지 여러 감정들을 음악에 녹여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말러는 표제가 관객들에게 혼동만 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는 각 악장의 표제를 빼버리고, ‘꽃의 악장’의 2악장도 빼버려 지금의 4악장 구성의 교향곡으로 개정을 하였죠.

 1악장 ‘자연의 소리처럼, 매우 여유롭게’는 말러의 가곡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중 두 번째 곡 ‘이른 아침 들판으로 산책하러 나갔네’를 사용했습니다. 이 선율은 마지막 악장에서도 나타나죠. 말러가 어린 시절 고향에서 자주 들었던 3박자의 농민 춤곡 ‘렌틀러’의 리듬과 선율은 2악장에서 사용되었으며, 민속적인 정서와 목가적인 분위기가 표현됩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네 번째 곡인 ‘두 개의 푸른 눈’은 3악장의 선율로 등장합니다. 또한 보헤미안의 민요인 ‘형제 마르틴’의 유명한 선율은 단조 가락으로 바뀌어 표현됩니다. 폭발적인 음향의 4악장은 불안과 고난 그리고 투쟁을 지나 승리를 일궈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1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7mW_h6yCZM0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1악장)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전악장, 연주시간 1시간)

https://youtu.be/4XbHLFkg_Mw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악장에서 사용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 '이른 아침 들판으로 산책하러 나갔네'

https://youtu.be/1EH_XsP7E78?t=239



*3악장에서 사용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 '두 개의 푸른 눈'

https://youtu.be/1EH_XsP7E78?t=666



*보헤미안 민요 '형제 마르틴'

https://www.youtube.com/watch?v=BC6rvbxdywg

프랑스 '자크 형제'로 불리는 이 음악은 굉장히 익숙한 동요로 알려진다. 

*3악장 

단조로 바꿔서 표현된 '형제 마르틴'

https://www.youtube.com/watch?v=U5A5tFyXQ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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