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hms May 17. 2021

우리는 서로의 눈을 묵묵히 바라보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내일

R. Strauss, op. 27 No.4 ' Morgen'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내일'

 
 19세기 후반, 낭만주의의 음악은 다양성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들은 대규모의 악기 편성과 새로운 음향으로 변화되기 시작하였죠. 더불어 확장되고 방대해진 구성의 음악들은 혁신적인 화성과 리듬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엄청난 길이의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하였죠.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말러와 더불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독일의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마지막을 대표하는 작곡가입니다.

독일 후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Richard Strauss, 1864. 6. 11. - 1949. 9. 8.) / 출처. gramophone


 1864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뮌헨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호른 연주자이자, 뮌헨 궁정 악단의 호른 수석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음악을 가까이하며 성장하였죠. 음악과 친구처럼 지냈던 그는 어려서부터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4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곧이어 바이올린을, 6세에는 작곡을 시작하여 주위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고, 뮌헨 대학교에서 철학과 미학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커져가는 관심 때문에 학업은 멈춰두고, 음악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22세의 슈트라우스는 교향시 <돈 주앙>을 작곡했습니다. 이 작품은 뛰어난 음악적 표현으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죠. 작곡가로 도약을 시작한 슈트라우스는 당대 유명한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Hans von Bülow)’의 보조 지휘자로 일을 시작하며 지휘에 대해서도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한스 폰 뷜로의 뒤를 이어 ‘마이닝겐 오케스트라’의 지휘 활동을 시작으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서의 삶도 이어나갔죠.  

한스 폰 뷜로(좌)와 지휘자로 활동한 슈트라우스의 생전 모습(우) / 출처. britannica.com


 1893년, 슈트라우스는 첫 오페라 <군트람>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오페라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죠. 하지만 
슈트라우스는 사람들의 반응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습니다. 바로 사랑이죠. 슈트라우스는 공연에 가수로 출연한 소프라노 ‘파울리네 데 아나(Pauline de Ahna)’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1894년 그녀와 평생의 사랑을 약속하며 결혼을 하게 되었죠.  


 슈트라우스보다 한 살 연상이었던 파울리네는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여자였습니다. 그런 매력에 슈트라우스가 푹 빠져들기도 하였죠. 파울리네는 자신이 귀족 가문 출신이라는 데에 큰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반면 부르주아 계급의 슈트라우스의 집안을 낮잡아 보기도 하였죠. 파울리네는 남편 앞에서 프랑스 작곡가들의 음악에 비해 남편의 음악은 지루하다는 이야기를 내뱉으며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기분과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죠. 거침없는 그녀와의 시간들이 힘들 법 하지만, 슈트라우스는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했습니다. 그녀의 말이라면 하던 일도 멈추고 바로 움직였던 슈트라우스를 보며, 한편에서는 파울리네를 가리켜 ‘슈트라우스의 조련사’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슈트라우스는 그녀를 뮤즈로 삼으며 음악의 영감을 얻었고,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였죠. 

슈트라우스의 아내 파울리네 데 아나(좌)와 슈트라우스의 가족사진(위). 슈트라우스는 파울리네와 아들 프란츠와 행복한 삶을 보냈다. / 출처. wikipedia


 슈트라우스는 결혼 선물로 파울리네에게 4개의 가곡을 선물했습니다. 이 모습은 아내 클라라에게 가곡집을 선물했던 슈만이 생각나기도 하죠. ‘내 영혼아 쉬어라’, ‘세실리’, ‘비밀스러운 초대’, ‘내일’로 구성된 가곡들은 통일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네 곡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넘치게 표현됩니다.

 네 곡 중 마지막 음악인 ‘내일’은 느린 음악으로 네 곡 가운데 가장 서정적인 면모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시인 ‘존 헨리 매케이(John Henry Mackay)’가 쓴 독일어 시를 가사로 사용하고 있죠. 분산 화음으로 시작하는 반주 위로 멜로디는 따스하게 표현됩니다. 마치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서로를 바라볼 슈트라우스와 파울리네의 변하지 않을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기도 하죠. 차분하게 전달하는 음악 속에서 오늘보다 내일 더 깊어지는 두 사람의 변하지 않을 사랑에 
마음이 설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가사

그리고 내일 태양은 다시 빛날 것입니다.
내가 가야 할 길 위에서
행복한 우리를 하나 되게 할 것입니다.
태양이 숨 쉬는 대지 위에서

그리고 푸른 파도가 치는 저 넓은 해안으로
우리는 조용하고 천천히 내려갈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묵묵히 바라보면 
행복의 침묵이 우리 위에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https://youtu.be/VC8vZlRnoVg

소프라노 황수미 노래,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반주

https://youtu.be/bMrg9blUTig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노래

https://youtu.be/yPTEdQ1mZX0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피아니스트 손열음 연주
매거진의 이전글 거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