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아빈 연습곡 Op.8, No. 12
Scriabin - Etude Op. 8 No. 12
스크리아빈 연습곡 Op.8 No.12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의 말. 음악가들은 귀에 익숙하고 듣기 좋은 기본적인 화성을 넘어, 획기적이고 다양한 화성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한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색채적인 면을 부각하여 새로운 화성과 조성을 표현하였죠. 19세기 말, 라흐마니노프와 러시아 음악을 이끈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872년, 스크리아빈은 모스크바의 부유한 가문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스크리아빈은 법률가인 아버지와 당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였던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죠.. 그의 어머니는 차이코프스키의 스승으로 알려진 ‘안톤 루빈스타인’의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의 어머니에게 음악적인 재능을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스크리아빈은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잃게 되었죠.
스크리아빈은 당대 러시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지도자였던 ‘니콜라이 즈베레프(Nikolai Zverev)’에게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도 함께 즈베레프의 밑에서 음악을 배웠죠. 1888년, 16살의 스크리아빈은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도 동기생으로 함께 입학하였죠. 스크리아빈은 그곳에서 '차이코프스키'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작곡 시험에서는 운이 없었던 스크리아빈이었지만, 능숙하고 뛰어난 피아노 연주로 2등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밌게도 당시 1등 졸업생은 라흐마니노프였죠. 두 사람 모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각자 자신들만의 음악을 표현하였습니다.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스크리아빈은 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1892년, 작은 규모의 피아노 작품들을 작곡했습니다. 녹턴과 왈츠, 전주곡, 마주르카 그리고 연습곡 등을 작곡하였죠. 모스크바에서 성공적인 연주자로 활동을 하였던 스크리아빈은 종종 자신이 작곡한 음악으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스크리아빈은 피아노 작품을 중점적으로 작곡했습니다. 6개의 교향곡적 작품을 제외하면, 그가 남긴 음악은 대부분이 피아노 작품으로 구성되어있죠. 그는 평생 400여 개의 피아노 작품을 남겼다고 알려집니다.
조성적인 음악을 사용했던 초기의 음악과는 달리, 스크리아빈의 음악은 무조성에 가까운 난해한 음악으로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비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는 ‘신비 화음’을 이용해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였죠. 그의 후기 음악들은 매우 불안하고, 극단적이고 무질서적으로 들려오기도 합니다. 반면, 그의 초기 음악은 폴란드의 낭만시대 작곡가 ‘쇼팽’에게 큰 영향을 받아 낭만 음악의 조성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의 초기 피아노 음악은 쇼팽의 어법과 닮아 있어, ‘러시아적 쇼팽’이라는 별명도 있었죠.
스크리아빈은 세 작품(Op. 8, 42, 65)의 연습곡을 작곡했습니다. 특히 그의 Op.8 연습곡들은 쇼팽의 영향을 받아, 쇼팽의 연습곡처럼 12곡으로 구성되어있죠. 스크리아빈의 연습곡들은 굉장히 난해한 기교로 유명합니다. 그의 연습곡들은 풍부한 음향과 함께 복잡한 리듬과 왼손의 분산 화음과 큰 도약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의 연습곡 중 Op.8의 12번은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의 풍부한 울림으로 큰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특히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자신의 연주회의 앙코르곡으로 이 곡을 즐겨 연주하였죠. 음악은 넓은 음역을 아우르는 왼손의 분산 화음과 옥타브의 오른손 선율을 통해 몰아치는 감정의 증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화음의 연타를 빠르게 연주하여 긴장감과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의 끝을 향해 나아가죠. 격렬함과 서정성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음악과 함께 호흡해보세요. 격한 감정에 따라, 무의식 중에 큰 호흡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