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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19. 2021

발트슈타인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Beethoven - Piano Sonata No.21 in C major, Op.53 "Waldstein"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청년 베토벤은 당시 귀족 가문이었던 ‘브로이닝’ 가문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브로이닝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하고, 브로이닝 저택에서 열리는 살롱 음악회에서 피아노 연주로 사람들과 교류하기도 하였죠. 브로이닝 살롱음악회에는 음악 애호가들과 귀족들이 참석하였고, 베토벤은 이 살롱 음악회에서 아주 귀중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의 후원자 중 한 명이었던 ‘페르디난트 폰 발트슈타인’ 백작이죠.

 발트슈타인 백작은 오스트리아 빈의 귀족 가문 중에서도 가장 최상류 층에 속했던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모차르트와 자주 교류하던 음악 애호가이기도 하였죠. 또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와 작곡 능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발트슈타인은 브로이닝 저택에서 베토벤의 즉흥 연주를 듣게 되었습니다. 화려하고 현란한 음악을 능숙하게 연주해내는 베토벤의 모습을 보고 그는 크게 놀랐죠. 그리고 아직 큰 빛을 보지 못한 청년 베토벤을 물심양면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트슈타인은 자신의 재정적 지원이 혹시라도 자존심이 강한 베토벤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아닐까 생각되어, 당시 독일 본(Bonn)의 선제후였던 ‘막시밀리안 프란츠’가 지원하는 것이라 거짓말을 일삼으며 베토벤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베토벤이 본을 넘어, 더 큰 세상에서 음악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선제후 프란츠를 설득해 그를 음악의 중심지였던 오스트리아 빈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빈 출신의 페르디난트 폰 발트슈타인 백작(좌)은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베토벤(우)이 낯선 빈에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출처.wikipedia


 1792년 11월, 베토벤은 빈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고향 본을 떠나기 전, 베토벤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응원의 인사와 그림, 편지를 담아 선물하였죠. 발트슈타인도 그에게 큰 응원을 남겼습니다.


 ‘사랑하는 베토벤! 이제 빈으로 가서 오랜 꿈을 실현하게. 모차르트의 수호신은 아직도 제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울고 있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하이든에게서 위안을 얻고는 있지만, 아직도 그를 차지하지 못했네. 그를 통해 수호신은 누군가 다른 이와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네. 쉼 없이 노력한다면 그대는 하이든의 손을 통해 모차르트의 정신을 얻게 될 것이네.’
 

베토벤이 빈으로 떠나기 전, 발트슈타인이 베토벤에게 전달한 편지. /출처.wikipedia

 
 1805년, 베토벤은 21번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현악 4중주 ‘라주모프스키’, 교향곡 3번 <영웅>,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첼로 소나타 3번 등 그의 걸작들을 작곡하고 있었죠. 베토벤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열렬히 후원해주었던 발트슈타인에 대한 고마움이 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당시 베토벤은 발트슈타인 백작과 교류가 없었지만, 피아노 소나타 21번을 발트슈타인에게 헌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헌재, ‘발트슈타인’ 소나타로 불리고 있죠.  


 피아니스트로서의 베토벤은 피아노 악기에 대한 아쉬움이 강했습니다. 강한 타건과 힘이 넘치는 베토벤에게 있어 당시 피아노들은 한 없이 가볍고 약한 소리로 들려왔죠. 피아노로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표현을 원했던 베토벤은 피아노 제작사들에게 더 튼튼한 피아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1번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에라르’ 피아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미세한 표현과 견고함을 갖춘 에라르 피아노는 확장된 음역과 개선된 페달 표현으로 이전과는 달리 더욱 풍부하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곧바로 이 악기를 이용해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시도하게 되었죠.

프랑스 에라르사의 피아노는 하이든과 베토벤, 쇼팽과 리스트가 즐겨 사용했다. / 출처. orpheusinstituut.be

 
 ‘발트슈타인’ 소나타는 풍부한 음향과 더불어 이전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도의 테크닉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폭넓은 다이내믹의 표현으로 웅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죠. 1악장은 저음의 작은 소리로 시작하는 음악은 점차 높은 음역으로 확대되어 큰 음향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짧은 2악장은 곧바로 3악장으로 연결됩니다. 2악장은 마치 3악장의 서주처럼 들려오기도 하죠. 원래 이 곡의 2악장은 바장조(F Major)의 음악으로 작곡되었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나머지 악장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먼저 작곡된 2악장은 ‘안단테 파보리’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리가 되었습니다. 3악장은 긴 페달을 사용하여 진행됩니다. 새로운 악기의 페달을 활용해본 베토벤의 실험 정신이 느껴지기도 하죠. 폭넓은 음역과 음향을 표현한 이 피아노 작품에서는 오케스트라적인 면모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옥타브 진행과 이중 트릴, 글리산도 등 어려움이 가득한 고도의 기술이 나타납니다.


  ‘발트슈타인 소나타’로 불리는 이 음악은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프랑스와 러시아에서는 ‘오로라 소나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1악장의 저음에서 시작해 점차 올라오는 음악을 해가 떠오르는 장면에 빗대어 ‘여명 소나타’라고 불리기도 하죠. 눈부신 밝은 빛과 화려한 음표들의 색상, 폭넓은 음역과 화려한 기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우주적인 공간에서 표현한 이 걸작을 감상해보세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마음속에 소중한 간직했던 이름을 꺼내 악보 위에 적었을 베토벤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Den Grafen Ferdinand von Waldstein gewidmet 페르디난트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헌정'



https://youtu.be/J3l18HTo5rY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https://youtu.be/Mbq0hA_jVbw

피아니스트 백건우, 1악장

https://youtu.be/doTff4qiyi0

피아니스트 백건우, 3악장

https://youtu.be/jbvgSlEV8mE

피아니스트 김선욱

https://youtu.be/dL0JLNt_3EE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아 아라우

https://youtu.be/k0m18rzfYAk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https://youtu.be/Mb8HFK9Qv7M

피아니스트 에밀 길레스

https://youtu.be/zwdiH9MQZHs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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