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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Apr 06. 2021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 - 시실리안느

Maria Theresia von Paradis - Sicilienne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 - 시실리안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창작의 과정에서 내 마음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얼마나 힘이 들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베토벤은 청각 장애로 유서까지 쓸 정도로 암담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메타나도 들리지 않는 귀로 힘들게 작품 창작을 이어나갔죠.


  귀가 들리지 않았던 작곡가 베토벤과 스메타나처럼, 남들과 다른 신체적 조건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작곡한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이 음악가는 대부분이 남자 작곡가가 활동하던 시기에 여성 작곡가로 활동했었죠. 5살에 시력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음악가이자 여성 작곡가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1759. 5. 15. - 1824. 2. 1.)의 초상화 출처. wikipedia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는 1759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황후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궁정의 보좌관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존경하는 황후의 이름을 사용해 딸의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전해집니다. 파라디스는 2살 때부터 남들과 달리 시력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5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죠. 그녀의 눈앞의 세상은 어두웠지만, 들려오는 소리만큼은 다채로웠습니다. 청각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죠.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던 파라디스에게 음악만큼 자유로운 세계는 없었습니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궁정에서는 그녀의 교육을 일부 후원해주기도 하였죠. 파라디스는 살리에리, 카를 프리베르트 등 당대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작곡법과 노래, 음악 이론을 배우며 음악가로 성장해 나갔습니다. 음악적 재능과 더불어 파라디스는 청각과 더불어 기억력 또한 굉장히 뛰어났습니다. 그녀는 60곡 이상의 연주곡들을 모두 머릿속에 암기해두고 무대 위에서 노래와 연주를 완벽히 소화해냈죠. 


 파라디스는 빈의 살롱음악회에서 가수와 연주자로 활동하며 이름과 실력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빈의 대중들은 파라디스를 'The Blind Enchantress(눈이 먼 고혹적인 여인)'이라 부르며 그녀를 사랑하였죠. 모차르트는 그녀를 위해 피아노 협주곡 18번을 작곡하였고, 파라디스는 이 곡을 직접 초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파라디스는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과 살리에리의 오르간 협주곡을 연주하는 등 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었습니다.     

파라디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마드모아젤 파라디스의 피아노>의 장면


 파라디스는 어머니와 대본가와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잘츠부르크, 독일, 스위스 그리고 파리, 런던 등 유럽 전역에서 연주회를 개최하였죠. 특히 파리에서는 14번의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파리의 언론은 그녀의 천재적인 음악성에 주목하기 시작하였고 ‘파라디스의 연주를 보아야 했다. 그녀의 깊은 터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도, 거침없이 이어지는 연주,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보아야 했다.’라는 이야기로 그녀를 찬사 하였습니다. 또한 파라디스는 파리의 맹인학교 설립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파라디스는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활동을 했습니다. 자신의 연주회에서 연주될 목적으로 작곡된 작은 규모의 음악부터, 오페라와 칸타타, 협주곡 등 큰 규모의 작품까지 파라디스는 활발한 작곡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녀의 작품의 대부분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 <시실리안느>는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시실리안느'는 17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의 목동들이 추던 춤곡에서 유래된 장르입니다. 6/8, 12/8 박자의 시실리안느는 바로크 시대부터 성행하기 시작했으며, 펼침화음의 반주와 우아한 부점 리듬을 특징으로 갖고 있죠. 18세기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시실리안느는 기악음악의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여자, 장애 등 그녀를 향한 편견이 많았던 세상 속에서도 파라디스는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었고, 다양한 음악들을 작곡하였죠. 또한 어린 소녀들을 위한 음악학교를 설립하여, 숨을 거두기 전까지 음악 교육자로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 폰 파라디스의 <시실리안느>는 첫 선율부터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차가운 세상과는 달리,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https://youtu.be/NZ2-NlvV1xo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연주

https://youtu.be/TDm2BvqMoXc

첼리스트 린 하렐 연주

https://youtu.be/sVXw4Htr8C0

바수니스트 킴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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