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 플루트 소나타 2악장 시칠리아노
Bach - Flute Sonata in E Flat Major, BWV 1031, II. Siciliano
바흐 - 플루트 소나타 내림 마장조, 2악장 시칠리아노
‘플루트(Flute)’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악기가 떠오르시나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은색 혹은 금색의 금속제로 만들어진 악기가 바로 생각 날 겁니다. 또한 새소리 같은 맑은 플루트의 소리가 상상되기도 하죠. 베토벤은 교향곡 6번에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를 플루트로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바로크시대의 ‘플루트’는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였습니다. 또한 ‘플루트’라는 이름은 세로로 부는 피리인 ‘리코더(Recorder)’를 부르는 말이었죠. 지금처럼 양손이 오른쪽으로 향하여 가로로 부는 플루트는 ‘가로 플루트(Traverso flute)’라고 따로 명시를 해야 했습니다.
바로크 초기의 플루트는 리코더에 비해 비중이 적었습니다. 음악가들은 소리가 작고 부드러운 소리의 플루트보다 소리가 밝고 선명한 리코더를 더 선호하였죠. 하지만 18세기를 지나, 플루트는 음역이 확대되고, 바이올린 소리에 버금가는 음량으로 개량이 되었습니다. 1740년 이후부터 플루트는 더 이상 리코더를 지칭하는 말이 아닌, 플루트 그 자체로 이름이 불려지기 시작하였죠. 또한 바로크 시대에는 기악음악이 발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성악음악이나 주요 멜로디 성부에 반주를 담당했던 플루트는 18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성부를 맡아 당당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바흐는 생애 대부분을 교회에서 봉직했습니다. 하지만 1717년에서 1723년까지, 6년 동안은 ‘쾨텐’에 머물며 교회의 예배를 위한 음악이 아닌 세속적인 작품을 주로 작곡했습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그리고 <평균율 클라비어곡집>과 <브란덴 부르크 협주곡> 등 바흐의 걸작이라 부를 수 있는 기악음악은 대부분 이 시기에 작곡되었죠.
바흐의 8개의 플루트 소나타 중 대부분도 이 시기에 작곡되었습니다. 그는 리코더가 아닌 가로 플루트를 위한 음악으로 작곡하였죠. 8개의 플루트 소나타 중 작품번호 BWV1031는 플루트와 쳄발로의 연주로 이루어진 곡입니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 중, 2악장은 당시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춤 양식인 시실리아노(Siciliano)로 작곡되었습니다. 시실리아노는 17-18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생겨난 춤곡으로 부점 리듬을 특징으로 갖고 있습니다.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 BWV1031의 2악장의 시칠리아노는 분산화음의 반주위로 구슬프고 서정적인 플루트의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음악은 마음 깊은 곳을 흔들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손길로 다독여주기도 합니다. 따뜻한 봄날의 햇볕에 함께 찾아온 쌀쌀한 바람에 불어오는 시실리아노의 향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