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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May 13. 2021

그 오보에 협주곡, 제가 작곡했습니다.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d minor) 2악장

Alessandro Marcello - Oboe Concerto in D minor, 2nd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 2악장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기 전. 오보에 연주자는 긴 A(라) 음을 멀리까지 뻗어냅니다. 이에 맞춰 악장을 선두로 현악기들과 관악기 모두 조율을 맞추죠. 환경의 변화에도 음정이 크게 변하지 않는 오보에는 오케스트라의 기준이 되어 다른 악기들의 조율을 돕습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 베이스 모두 개방현(손가락을 대지 않을 때의 현)에 A(라) 음을 갖고 있어, 오보에의 A(라) 음을 기준으로 조율을 하게 됩니다.

 17세기 프랑스에서는 ‘높다’라는 뜻의 ‘오(Haut)’와 ‘나무’라는 뜻의 ‘부아(bois)’라는 단어가 결합된 높은 소리의 나무 악기 ‘오부아(hautbois)’가 만들어졌습니다. 오부에는 이탈리아어로 표현한 Oboè가 영어로 옮겨져 ‘오보에’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오보에는 바로크 시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악기였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와 알비노니 그리고 마르첼로는 유명한 오보에 협주곡들을 작곡하였고, 그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보에는 높은 소리의 나무악기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 wikipedia

 
1673년 ‘알레산드로 마르첼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인 마르첼로는 동시대에 살았던 베네치아의 작곡가 비발디와는 달리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갔죠. 평생을 음악에 몸을 담갔던 비발디와는 달리, 마르첼로는 
전업 작곡가가 아닌 음악을 취미로 이어나갔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연주회를 열어 사람들에게 자신이 작곡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였죠. 이렇게 취미로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을 ‘딜레탕트(dilettante)’라 불렀습니다. 마르첼로는 딜레탕트 음악가였습니다.


 마르첼로는 성악과 바이올린에 큰 재능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학과 철학, 그림과 시 그리고 문학까지 다양한 영역에 재능을 보였죠. 특히 마르첼로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로마 문학운동 단체였던 <아르카디아 아카데미아>에서 ‘에테리오 스틴팔리코’라는 필명으로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였죠.


  마르첼로는 오보에 악기를 좋아했다고 알려집니다. 그가 작곡한 협주곡집 <라 체트라>에서는 6개의 오보에 협주곡이 들어있죠. 그의 오보에 협주곡 중 라단조(d minor)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바흐는 이 작품을 하프시코드로 편곡하기도 하였죠.  


 하지만 이 작품은 오랜 시간 다른 이의 작품으로 오해받았습니다. 바흐는 이 작품을 비발디의 작품으로 오해하였죠. ‘알레산드로 마르첼로’는 자신의 작품을 ‘에테리오 스틴팔리코’라는 가명으로 발표하였기 때문에 그의 실명은 작품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오보에 협주곡은 비발디의 작품으로 알려졌죠. 음악 학자에 의해 이 작품은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다시 한번 찾아왔습니다. 알레산드로 보다 작곡가로 유명했던 동생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작품이라 오해를 받기 시작하였죠. 알레산드로의 동생 베네데토는 오페라와 칸타타, 협주곡과 소나타 등 많은 작품을 남겼던 직업 음악가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사람들은 ‘마르첼로’라는 이름이 ‘알레산드로 마르첼로’가 아닌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작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죠. 하지만 현재는 1716년 그의 출판 악보를 찾아내, 이 곡은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이름으로 되찾게 되었습니다.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좌)의 오보에 협주곡은 음악가로 유명한 베네데토 마르첼로(우)의 음악으로 오해받았다. /출처. wikipedia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2악장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음악으로 알려집니다. 현악기의 반주 위로 오보에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은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아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름다운 음악을 하프시코드로 편곡할 수밖에 없었던 바흐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2악장의 빠르기는 침착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아다지오(Adagio)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아다지오와 함께 한 숨을 돌리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라단조(d minor) 2악장
https://youtu.be/aYnU-CaH0bM?t=181

오보이스트 파비앙 튀앙 연주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을 하프시코드 곡으로 편곡한 바흐의 작품. BWV 974

https://youtu.be/c2gVYB5oZ7o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 연주



-메인 사진 출처 : berliner-philharmoniker.de / 오보이스트 알브레르트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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