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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02. 2021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

조지 거슈윈 - 오페라 <포기와 베스>

G. Gershwin -  “Porgy and Bess”
조지 거슈윈 - <포기와 베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오페라의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백인’입니다. 아마도 작곡가 대부분이 유럽인들이라 그들 주위의 인물과 상황들을 묘사했을 겁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의 한 작곡가는 ‘흑인’들로 무대를 꾸민 작곡가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조지 거슈윈’입니다.  

 조지 거슈윈은 1898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그의 부모님은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였습니다. 성공의 땅에서 성공의 기회를 엿봤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보내지 못했던 거슈윈의 가족은 집을 이리저리 옮기며 흑인들의 주요 주거지역이었던 ‘할렘’에서 생활하기도 하였죠.

 거슈윈의 부모님은 그가 음악가가 아닌 운동선수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형과 달리,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던 거슈윈은 매일 친구들과 야구를 하거나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크게 보인 여느 작곡가는 달리, 거슈윈에게 음악적 재능을 찾아보기란 정말 힘들었습니다.

 6살의 거슈윈은 자신의 귀로 흘러 들어오는 감미로운 음악들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거슈윈이 10살이 되던 해, 바이올린 신동이라 불렸던 이웃 친구 ‘막스 로젠츠바이크’의 연주를 듣고 큰 감동을 받게 되었죠. 거슈윈은 시간이 될 때마다 로젠츠바이크의 연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야구공이 아닌 음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려운 사정에서도 부모님의 지원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지 거슈윈 (George Gershwin, 1898. 9. 26. - 1937. 7. 11.) / 출처. getty


 <스와니>와 <랩소디 인 블루>로 큰 인기를 얻었던 작곡가 거슈윈은 오페라를 쓰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로 오페라를 만들어 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듀보스 헤이워드’의 소설 <포기 Porgy>를 읽고 난 후 찾게 되었습니다. 흑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으로 오페라를 만들고자 결심한 거슈윈은 미국 남부 ‘찰스톤’으로 향하였고, 그곳에서 흑인들의 음악과 생활양식을 배우기도 하였죠. 소설의 원작자 ‘헤이워드’와 거슈윈의 형 ‘아이라 거슈윈’이 이 오페라의 대본을 완성하였고, 1935년 거슈윈은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완성시켰습니다.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형사로 등장하는 인물을 제외하고 모두 흑인들이 무대를 이끌어 나갑니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음악들도 흑인 영가와 블루스, 재즈 등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모습이 나타나죠. 처음으로 흑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점과, 클래식에서 등장 한 적 없는 흑인들의 이야기가 오페라로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 출처. nytimes


<포기와 베스>의 줄거리

흑인들이 거주하는 빈민가에는 흑인들이 모여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앞에 ‘클라라’는 자신의 아이에게 자장가인 ‘서머타임’을 불러주고 있죠. 그리고 갑자기 ‘크라운’이 자신을 비난하는 어부 ‘로빈스’를 찔러 죽이게 됩니다. 이에 크라운은 자신의 정부인 ‘베스’를 내버려두고 빠르게 마을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갈 곳 없는 베스는 마약 거래상인 ‘스포팅 라이프’의 유혹에 크게 흔들렸지만, 그들을 피해 자신을 돌봐준 다리가 불편한 ‘포기’의 곁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베스를 좋아했던 포기는 그녀를 안전하게 보살펴 주었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키티와 섬’에 놀러 간 베스는 그곳에서 우연히 크라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포기와 베스 앞에 돌아온 크라운은 자신을 거부하는 베스를 죽이려고 하지만, 포기는 베스를 보호하려다 그만 크라운을 죽이게 되었습니다. 포기가 살인죄로 잡혀가게 되자 또다시 혼자 남게 된 베스는 마약에 의존을 하게 되고, 마약 거래상 ‘스포팅 라이프’의 유혹에 뉴욕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포기는 베스를 찾으러 힘든 몸을 이끌고 뉴욕으로 떠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Summer time

 오페라 초반에 등장하는 ‘클라라’의 자장가 ‘섬머 타임 Summer time’은 이 오페라의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도박판의 왁자지껄한 모습과 아이의 평온한 낮잠의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 한데 나타나는 이 자장가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에 의해 불리고 있죠. 흑인 영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자장가는 1920년대 당대 미국의 거주하던 흑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아름다운 가사와는 달리 그들의 현실이 더욱 비탄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서머타임 가사
여름철이면 살기 좋단다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면화는 부쩍 자라지

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미인이란다

그러니 쉿, 어린 아가야, 울지 말거라     

어느 날 아침이면 넌 노래를 부르며 일어나겠지

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겠지

하지만 그 아침이 올 때까지,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할 거야

아빠와 엄마가 네 옆에서 널 지킬 테니까

https://youtu.be/O7-Qa92Rzbk

하롤린 블랙웰

https://youtu.be/UYlIHI35oak

캐슬린 배틀

https://youtu.be/fTsQqcfzp5s?t=189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피아니스트 손열음

It Ain't Necessarily So

 2막에 등장하는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지’는 마약상 스포팅 라이트의 독창과 합창으로 이루어진 노래입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 다윗과 요나 그리고 모세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진짜로 이러진 않았겠지’라며 빈정대며 신앙 모독을 선동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https://youtu.be/kP5O_NUhrK0?t=43

Reggie Whitehead의 노래

https://youtu.be/qRcmg-7iqeg?t=48

케이프 타운 오페라 합창단 

https://youtu.be/fTsQqcfzp5s?t=414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피아니스트 손열음

https://youtu.be/tOYZQMJfIhs

클라리네티스트 앤드류 사이먼


  <포기와 베스>는 오페라가 아닌 오페레타(소형의 오페라)나 뮤지컬로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소신에 따라 이 작품은 오페라로 분류되고 있죠. 한 번도 조명받은 적이 없는 흑인들의 애환과 음악을 거슈윈의 손 거쳐 탄생한 멋진 음악으로 함께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메인 사진 출처 : metope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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