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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03. 2021

라 폴리아

헨델 - 사라방드

Handel - Sarabande in D Minor, HWV. 437 (La Folia)
헨델 - 사라방드 (라 폴리아)

 광고나 방송에서 비극적인 상황에 흔하게 흘러나오는 굉장히 익숙한 음악이 있습니다. 이 음악은 우리에게 헨델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멜로디는 헨델이 작곡한 멜로디가 아닙니다. 또한 3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작곡가들의 손을 거쳐 150여 곡의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하기도 하였죠. 이 멜로디는 바로 ‘라 폴리아(La Folia)’라 부릅니다.

 ‘폴리아’는 15세기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춤곡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3박자의 춤곡 ‘폴리아’는 포르투갈어로 ‘광기’, ‘즐기다’라는 뜻으로 정신이 나갈 만큼의 즐거움이라는 뜻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라 폴리아’라고 알려진 선율이 폴리아의 춤곡에서 나왔는지 정확한 자료가 남지는 않았지만, 16세기 초반부터 전해져 내려왔다고 알려집니다.

1695년으로 추청 되는 나 폴리아의 선율이 적힌 악보 / 출처. Riksarchief Gelderland 


프랑스의 작곡가 ‘장 바티스트 륄리’*는 1672년 라 폴리아의 선율에 화성을 입혀 '주제와 변주'라는 제목으로 더욱 풍부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 이후, 많은 작곡가들은 륄리의 작품을 인용해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냈죠. 17세기 활동했던 코렐리와 비발디, 헨델을 넘어 바흐의 아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C.P.E. Bach)와 베토벤과 리스트, 라흐마니노프까지 3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작곡가들은 라 폴리아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음악으로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특히 베토벤은 교향곡 5번 '운명'의 2악장에서 목관악기에 라 폴리아 선율을, 리스트는 여행으로 영감을 얻은 작품의 초반부에 라 폴리아의 선율을, 라흐마니노프는 라 폴리아의 선율을 이용해 20개의 변주를 작곡하였죠.  


 헨델은 라 폴리아의 멜로디를 이용해 느린 춤곡 ‘사라방드’를 작곡했습니다. 사라방드는 16세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중앙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춤곡으로, 스페인과 프랑스를 거쳐 16-17세기 전 유럽으로 널리 인기를 얻기 시작한 춤입니다. 3박자의 느리고 우아한 사라방드는 두 번째 박에 강세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죠. 헨델은 라 폴리아를 사라방드로 표현했습니다. 원래 ‘하프시코드 모음곡’의 느린 춤곡 악장으로 작곡된 이곡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배리 린든>에서 관현악 연주로 편곡되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배리 린든>에서는 헨델의 사라방드가 흘러나온다. / 출처. filmforum, filmschoolrejects


 라 폴리아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수많은 작곡가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500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닿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간결하지만 풍부한 모습의 라 폴리아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qw4JjdwApto?t=21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4번 - 사라방드

https://youtu.be/xOLQd_pUbxs

헨델 사라방드 - 하프시코드와 현악 연주

https://youtu.be/7v8zxoEoA_Q

비발디의 라 폴리아

https://youtu.be/VHRdFILo_Yw

코렐리의 라 폴리아

+
*17세기의 지휘봉은 지금과 달리 굉장히 무겁고 긴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박자에 맞춰 바닥을 쿵쿵 치며 지휘를 했던 륄리. 륄리는 자신의 지휘봉에 발을 찧어 파상풍으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륄리의 지휘 장면 / 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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