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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04. 2021

스페인 랩소디

리스트의 라 폴리아

 liszt - Rhapsodie Espagnole S. 254
리스트 - 스페인 랩소디 


 어제 들으신 헨델의 사라방드는 어떠셨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폴리아 선율은 바로크를 넘어 전 시대에 걸쳐 작곡가들을 통해 새롭게 탄생되었습니다. 낭만시대의 최고의 스타이자 비르투오소 ‘프란츠 리스트’도 폴리아의 선율을 이용해 화려한 피아노 작품을 만들었죠. 헝가리의 집시와 다양한 민족적 색채에 관심이 많았던 리스트는 ‘폴리아(folia)’와 스페인의 무곡 ‘호타(jota)’를 이용해 화려한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오늘은 스페인의 전통적인 요소가 가득 들어있는 <스페인 랩소디>를 소개합니다.

 세계를 놀라게 한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은 리스트는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반면, 쇼팽은 연주자의 기교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되어 <연습곡>을 작곡했을 뿐이죠. 수많은 노력 끝에 피아노 연주의 경지를 이룬 리스트는 19세기 최고의 비르투오소(기술적으로 뛰어난 연주자)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하고 폭발적인 연주와 수려한 외모 그리고 그의 스타성에 사람들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죠.  

'악마의 바이올린'이라 불린 파가니니에게 큰 충격을 받은 리스트는 '피아노계의 파가니니'를 꿈꿨다. / 출처. wikipedia


 1844년 가을, 리스트는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해 봄까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머물렀던 리스트는 그곳의 민속적인 음악 요소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죠. 워낙 민속적 소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리스트는 자신의 출신인 헝가리의 민속적인 요소를 이용해 16곡의 <헝가리 랩소디>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리스트는 스페인에서 '폴리아'와 '호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민속춤을 이용해 <스페인 랩소디>를 작곡하였죠. 

 15세기 포르투갈에서 생겨난 '폴리아'는 빠른 템포의 3박자의 춤곡이었지만, 바로크 시대의 기악음악으로 사용되면서 3박자의 장중한 무곡을 주제로 하는 변주곡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바로 어제의 헨델 '사라방드'처럼 말이죠. 

  3박자의 장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폴리아와 달리, '호타'는 빠르고 경쾌한 3박자를 특징으로 갖고 있습니다. '튀어 오르다'라는 어원을 갖고 있는 호타는 스페인 동북부 '아라곤' 지방에서 생겨난 춤으로 민속의상을 입은 남녀가 함께 활발하게 추는 춤이죠. 호타는 화려한 장식음과 즉흥적인 선율이 특징으로 나타나죠. 또한 스페인의 민속악기인 기타와 캐스터네츠가 반주로 사용되었습니다.   

남녀가 함께 추는 경쾌한 분위기의 3박자 춤곡 호타 / 출처. barcelonaphotoblog


1863년에 완성된 <스페인 랩소디>의 부제는 '폴리 데스파뉴와 호타 아라고네사(Folies d'Espagne et Joya Aragonesa)'입니다. '폴리 데스파뉴'는 '스페인의 폴리아'를, '호타 아라고네사'는 '아라곤 지방의 호타'를 나타내는 말이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음악은 폴리아와 호타를 이용해 작곡되었습니다. 음악에서는 2개의 춤에 큰 대비를 느낄 수 있죠. 

랩소디(Rhapsody)는 19세기 기악음악을 위한 장르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를 읊거나 노래하며 전달해주는 낭송자를 뜻하는 ‘rhapsōdos’에서 유래가 되었죠. 랩소디는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표현이 가득 담긴 단악장의 음악을 말합니다. 19세기에는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랩소디에서는 영웅적, 민족적 성격이 나타나기도 하죠. 


<스페인 랩소디>는 트레몰로(음을 되풀이하는 연주법)와 분산 화음을 이용해 넓은 음역을 아우르며 시작됩니다. 점차 빨리지는 화려한 아르페지오의 연주를 지나 음악은 폴리아의 선율로 등장합니다.(피아니스트 손열음 영상 기준 1분 26초) 왼손으로 연주하는 폴리아의 주제는 '코렐리'가 작곡한 라 폴리아를 인용해 표현되었죠. 쓸쓸하지만 강인한 에너지를 갖고 있는 폴리아 주제는 6개의 다양한 변주로 나타납니다. 2번째 박의 강세를 주는 사라방드의 리듬과도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폴리아의 주제는 부점 리듬과 양손의 옥타브 진행, 넓은 도약, 화려하고 풍부한 음악으로 변주가 되어 나타납니다. 폴리아와 달리 호타는 생동감과 경쾌함을 갖고 시작됩니다.(피아니스트 손열음 영상 기준 5분 22초) 호타에 등장하는 장식음들은 호타를 반주했던 기타와 캐스터네츠의 음색을 표현했다고 알려지죠. 또한 단순한 리듬 반주 속에서도 리듬과 조성의 변화, 즉흥적인 선율과 화려함 그리고 기교적인 진행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스페인 랩소디>에서는 폴리아의 선율이 변주되어 나타난다. 

    
 폴리아의 선율은 코렐리와 헨델을 넘어 후대의 리스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습니다. 화려하고 현란한 연주를 보였던 리스트가 표현한 폴리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낼까요? 리스트의 연주를 듣고 실신을 하게 된 어느 공작부인의 마음이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우리도 넋을 잃고 그의 음악에 매료가 될 테니까요.


https://youtu.be/hlTL4p4YxIY

피아니스트 손열음

https://youtu.be/Pf12I4w3IxE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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