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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08. 2021

기억해. 내 이름은 '재즈 모음곡 왈츠'가 아니야!

쇼스타코비치 -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왈츠

 Shostakovich <Suite for Variety Orchestra> - Waltz No. 2 In c minor
쇼스타코비치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 왈츠 2번


스탈린이 소련을 장악한 이후, 예술계는 큰 혼동에 휩싸였습니다. 소비에트 체제 아래에 예술가들은 사회주의를 낙관적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죠. 많은 예술가들은 미국과 유럽으로 망명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더니즘 경향이 강했던 러시아의 한 작곡가는 고국에 머물며 스탈린의 정책에 순응과 저항을 반복하며 자신의 음악활동을 펼쳐나갔습니다. 그는 바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의 쇼스타코비치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에게 어릴 적부터 음악을 배웠습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작곡에 큰 재능을 보였던 쇼스타코비치는 13살에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하였죠.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어법으로 작곡된 <교향곡 1번>으로 쇼스타코비치는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작품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죠.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Dmitri Dmitriyevich Shostakovich,  1906. 9. 25. - 1975. 8. 9.) / 출처. wikipedia


 1927년 스탈린이 권력을 잡게 된 이후 정부는 ‘귀족과 부르주아를 위한 음악이 아닌 노동자와 인민을 위한 음악이 진정한 음악’이라며 음악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스탈린 정권 이인자이자 문화정책 지도자였던 ‘안드레이 즈다노프’는 ‘음악은 사회주의 건설에 복무해야 한다.’라는 말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대해 강한 검열과 비판을 하였습니다. 정부에 저항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은 '즈다노프의 비판'이라 불렸던 이 검열을 통해 소리 소문 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죠.  

 사회주의에 충실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비난을 받았던 ‘프로코피에프’와 ‘하차투리안’ 등 다른 작곡가들은 소련을 떠나 미국과 서유럽 국가로 망명하였습니다. 반면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에 남아 소련의 전체주의 예술정책에 저항과 순응을 반복하며 작품을 작곡하였죠. 1934년,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앞에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의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극심한 모더니즘의 어법으로 가득한 음악에 스탈린은 얼굴을 찌푸리며 연주 도중 관객석을 나갔습니다. 이로 인해 쇼스타코비치는 목숨을 위협받기 시작하였고, 늘 밤마다 다가오는 발걸음들을 의식하며 문 앞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프로코피예프와 쇼스타코비치 그리고 하차투리안.  / 출처. wikipedia

 
스탈린 정부는 음악의 표현과 상상력까지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율이 잘 들리는 음악, 애국주의가 담긴 음악, 영웅적인 모습이 담긴 음악 등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듣기 쉬운 음악'이 대중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1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은 자유로운 '재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소련 안에서 재즈가 대중적인 음악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죠. 이에 쇼스타코비치는 3개의 곡으로 구성된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1번, 2번>을 발표했습니다.


 쇼스타코비치 작품 중 '재즈 왈츠'라 불리는 이 작품은 그의 가장 유명한 곡으로 알려집니다. 이 곡은 특유의 애수의 감정이 느껴지는 멜로디로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이은주, 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흘러나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은 제목이 잘 못되었습니다. 우리가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의 왈츠라고 알고 있는 이 곡은 사실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의 왈츠입니다. 1988년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8곡으로 구성된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을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이라 발표하면서 사람들에게 ‘재즈 모음곡’이라고 소개가 되었죠. 2차 세계대전 이후, 분실되었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의 악보가 발견되면서 이 곡은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이란 원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남녀 주인공이 왈츠를 출 때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가 흘러나온다.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의 주제들은 대부분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소련의 선전영화의 음악에서 사용된 부분들을 다시 사용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정부에게 주변 가족들과 친구들, 자신을 도와줬던 주변의 사람들을 눈 앞에서 잃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늘 죽음의 그림자 밑에서 극심한 고통을 달고 살았죠. 그런 그가 스탈린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작곡할 땐 마음이 어땠을까요? 멋진 이 음악 속에서는 그의 고통과 괴로움 대신 아름다움만이 우리의 마음을 적셔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中 왈츠 2번
https://youtu.be/qPmnn_iTQJE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https://youtu.be/ejEFjUqBOOA

앙상블 디토

https://youtu.be/VQwZqoCTgbw

노부스 콰르텟, 피아니스트 손열음 연주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전곡
https://youtu.be/8YjgdfafUSY

우크라이나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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