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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09. 2021

피렌체의 추억

차이코프스키 - 현악 6중주 '플로렌스에서의 추억'

Tchaikovsky - Souvenir de Florence op. 70 
차이코프스키 - 플로렌스의 추억

 
 흔히 적은 인원의 기악 연주자들이 작은 연주장에서 연주하는 곡을 실내악이라 부릅니다. 실내악은 이중주부터 삼중주, 사중주 등 인원에 따라 부르는 이름들도 제각각이죠. 그중, 자주 연주되는 현악 4중주(제1 바이올린, 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피아노 3중주(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성으로 알려집니다.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현악 4중주와 피아노 3중주의 구성으로 명곡들을 작곡했습니다. 그리고 흔치 않은 구성인 ‘현악 6중주’의 작품도 탄생시켰죠. 독일의 작곡가 브람스도 현악 6중주의 작품을 작곡했지만, 이 두 작곡가들의 작품은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다만 2대의 바이올린과 2대의 비올라, 2대의 첼로의 구성만이 같을 뿐이죠.   


현악 6중주의 구성은 2대의 바이올린과 2대의 비올라, 2대의 첼로로 구성된다. / 출처. Karl more productions



 1890년 1월, 뼛속까지 시린 추운 러시아의 날씨를 피해 차이코프스키는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낸 차이코프스키는 그곳에서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마지막 오페라 <스페이드 여왕>을 단번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가 마무리될 때쯤,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의 첫 선율을 그려나갔습니다. 6개의 성부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차이코프스키는 이 작품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을 남겼습니다.


  ‘작품을 적어 내려 가는데 무시무시할 정도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여섯 개의 성부를 실제로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관현악용으로 쓴 다음, 6대의 현악기로 끊임없이 재편곡하고 있다.’


 <플로렌스의 추억>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아쉽게도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모습보다는 러시아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3악장에서는 러시아의 민요가, 4악장에서는 러시아의 춤곡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이 곡은 완성된 후, 출판을 위해 편의상 제목이 붙여진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이탈리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요. 하지만 피렌체에서 곡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만은 사실로 전해져내려오고 있습니다. 


 강렬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1악장은 주제가 반복되며 힘찬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또한 2악장에서는 피치카토의 반주 위로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차분한 멜로디를, 경쾌한 리듬의 3악장에서는 쌍을 이뤄 악기들이 나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마지막 악장에서는 성부끼리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풍부하고 강렬한 대위법적인 모습을 특징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pixabay

 
 출판을 위해 '피렌체'의 이름을 적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피렌체를 떠올리며 작곡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러시아적인 색채가 묻어 나오는 것인지 우리는 정확한 작곡가의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서는 피렌체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합니다.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에서는 베끼오 다리를 닿을 듯 낮게 깔리는 피렌체의 뜨거운 노을을, 4악장에서는 붉게 솟아오른 두오모 성당과 메디치 가문의 손길이 곳곳이 닿아있는 피렌체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죠.(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여행지가 가장 추억에 남으신가요? 활기찬 에너지와 아름다운 애수 그리고 격렬한 감정이 넘치는 <플로렌스의 추억>과 함께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는 기분 좋은 추억의 장소들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현악 6중주 연주
https://youtu.be/Tu0xedLCEOk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클라라 주미 강/ 비올리니스트 막심 리자노프, 최은식/ 첼리스트 정명화, 리-웨이 친 연주

https://youtu.be/bW7UfnNdSSU

보로딘 현악 4중주단과 유리 바시메트, 슈테만 메츠 연주


*관현악 연주

https://youtu.be/F1DTFZYc8Ow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 연주


메인 사진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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