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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12. 2021

토텐탄츠

리스트 - 죽음의 무도

Liszt - Totentanz S.126
리스트 - 죽음의 무도


 얼마 전, 함께 들었던 폴리아 선율을 기억하시나요? 작곡가들의 창장력을 불러일으킨 폴리아의 선율처럼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한 선율이 또 있습니다. 바로 중세 가톨릭의 단선율 전례 성가였던 '그레고리오 성가' 중 '진노의 날 Dies irae'이죠. 진혼 미사곡 중 하나로 쓰인 진노의 날은 심판의 날에 영혼을 가엾게 여겨 달라고 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 선율은 죽음이란 주제가 유행하던 시기인 19세기의 낭만 작곡가들의 음악에서 자주 사용되었죠. 표제 음악의 베를리오즈와 리스트의 작품에서 새롭게 탄생된 진노의 날의 선율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dsn9LWh230k

그레고리오 성가 '진노의 날'


 리스트는 어려서부터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파리에 머물던 시기 병원과 요양원을 찾아가 사람들을 지켜보기도 하였고, 사형선고를 집행하는 장면을 보기 위해 감옥에 들어가 보기도 하였죠. 종교와 죽음, 천국과 지옥에 대한 그의 관심과 호기심은 작품으로도 표현되었습니다. 리스트는 <장송곡>, <암울한 곤돌라>,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의 4번째 곡 '죽은 자의 선율'을 작곡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장면들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Franz Liszt, 1811. 10. 22. - 1886. 7. 31. / 출처. getty


1830년, 리스트는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첫 교향곡의 초연에 참석했습니다. <환상 교향곡>이라는 제목의 이 음악은 음악 외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표현한 '표제 교향곡'으로, 그의 새로운 시도를 살펴볼 수 있었죠. 다채로운 악기들이 장면을 묘사하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에 리스트는 큰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녀들의 밤의 꿈'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악장에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그레고리오 성가의 '진노의 날'을 사용한 모습을 본 리스트는 큰 충격과 영감을 받게 되었죠. 

1838년, 리스트는 사랑하는 마리 다구 백작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 '피사'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음악과 더불어 문학과 미술에도 관심이 많았던 리스트는 그곳에서 중세의 미술작품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게 되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죠. 13세기 화가이자 조각가인 '오르카냐'의 프레스코화 <죽음의 승리>를 접하게 된 리스트는 죽음에 대한 인상을 더 깊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림은 죽음의 신이 사람들을 향해 낫을 휘두르고, 천사와 악마들은 죽은 영혼들을 두고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었죠.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리스트는 악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 뒤, <죽음의 무도>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죠.

오르카냐 라 불리는 Andrea di Cione di Arcangelo의 <죽음의 승리> / 출처. wikipedia

 
리스트는 진노의 날의 선율을 이용해 6개의 변주를 이용한 단일 악장의 피아노 협주곡 <죽음의 무도>를 작곡했습니다. 강하게 내리치는 저음부의 피아노 위로 호른이 '진노의 날'을 연주하며 음악은 시작됩니다. 불협화음으로 오르고 내리는 격렬한 피아노와 강렬한 진노의 날의 선율을 연주하는 관현악은 더욱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주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화려한 피아노 어법을 통해 표현됩니다
. 또한 관현악과 서로 주제를 이어받기도 하죠. 잠시 서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음악은 긴장을 늦을 수 없이 포악하고 거친 강렬한 감정을 끌어올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격렬하고 대담한 표현을 확대시켜 나갑니다.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담았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잠시 잊고 화려한 표현과 극적인 전재, 대담하고 강렬한 음악에 빠져들게 되죠. 정
신을 빼앗아버리는 화려한 피아노 어법과 관현악의 강렬한 조합에 죽어도 좋을 만큼 기분 좋은 춤을 함께 춰보실 바랍니다. 


https://youtu.be/nH-UbMJ6tOY

피아니스트 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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