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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11. 2021

장송 행진곡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3악장


chopin -  Piano Sonata No.2 in B-flat minor, Op.35, 3rd 'Funeral March '
쇼팽 - 피아노 소나타 2번, 3악장 '장송 행진곡'


 우아하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다녔던 당시의 여성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작가 '아망딘 오르르 뤼실 뒤팽'은 남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은 채 거침없이 시가를 피고, 바지를 입는 등 파리 살롱계에서 자유로운 예술가로 유명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조르주 상드'라는 남성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여 활동하였죠. 매력적인 그녀에게는 늘 남자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화려한 남성편력은 당시에 굉장히 유명했다고 전해지죠. 1836년 조르주 상드는 한 음악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프레데릭 쇼팽'이죠. 

 서로에게 헌신적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은 깊고 깊었습니다. 우유부단한 쇼팽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드에게 의존하기 시작하였고, 상드는 몸이 약했던 쇼팽을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옆에서 성심성의껏 돌봐주었죠. 상드는 쇼팽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나는 그를 아이처럼 보살피고 그는 나를 엄마처럼 사랑해'


프레데릭 쇼팽과 조르주 상드. / 출처. wikipedia


 상드는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들 '모리스'와 쇼팽의 건강을 위해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으로 요양을 떠났습니다. 예상했던 따뜻하고 맑은 날씨와는 달리, 마요르카는 강풍과 폭우가 쏟아져 내렸죠. 추운 날씨에 기침이 심해진 쇼팽은 폐결핵을 진단받게 되고 결국 마요르카의 요양을 접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쇼팽과 상드는 상드의 고향집인 베리 지방의 '노앙'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상드의 커다란 저택 앞에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있었고, 저택 주변에는 향기로운 과일이 가득 열린 숲과 강이 쇼팽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죠. 이 곳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던 쇼팽은 자신의 걸작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낭만 피아노 소나타의 걸작이라 불리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도 이 시기에 작곡되었죠. 


 3악장 '장송 행진곡'으로 유명한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은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과는 다른 특이한 구조로 소나타를 구성했습니다. 그의 소나타는 주제 선율이 발전되거나 다시 재현되는 고전 소나타와는 달리, 즉흥적인 면모가 더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또한 다양한 다이내믹의 표현과 예상치 못한 조성의 진행으로 독자적인 모습을 나타내었죠. 쇼팽을 좋아했던 슈만 조차도 이 작품은 전통적인 소나타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을 소나타라고 부르려 했다는 건 농담까진 아닐지 몰라도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것이다. 난폭한 네 아이를 도저히 한데 묶을 수가 없어서 소나타란 동아줄로 대충 엮어놓은 모양새기 때문이다.'



노앙에 위치한 상드의 저택. / 출처. tripadvisor / france-voyage.com


무겁고 장중하게 시작하는 1악장은 긴박함과 격렬함의 반주 위로 음악이 시작됩니다. 다른 분위기의 평온한 다른 주제가 등장하지만, 다시 열광적이고 격렬한 음악으로 1악장은 끝이 납니다. 격정적으로 시작하는 스케르초의 2악장은 환상적이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중간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 격렬하게 스케르초의 모습이 반복되어 끝이 나죠.

3악장은 '장송 행진곡'이라 불리는 악장입니다. 이 악장은 <피아노 소나타 2번>을 구상하기 전부터 완성돼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 행진곡을 위해 소나타 2번을 작곡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이 곡은 쇼팽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되었을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테오도어 쿨라크'는 이 곡의 저음을 가리켜 '장례식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죽은 사람을 애도하기 위해 울리는 종소리를 표현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무겁고 엄숙한 부분을 지나 중간부에는 평온과 위안이 느껴지는 밝은 분위기의 음악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 행진곡이 등장하고 불이 사그라들듯이 슬픈 한 숨으로 음악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4악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준 악장입니다. 2분이 채 안 되는 짧고 혼란스러운 4악장은 왼손과 오른손이 같은 음을 빠르게 나타내며 공허함과 폐허가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쇼팽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이 곡에 대해 '쿨라크'는 '새로 만든 무덤 위로 낙엽들을 휙 쓸며 불어 가는 가을바람'이라 묘사하였습니다. 또한 이 곡의 알 수 없는 음악적 표현에 슈만은 '이 소나타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수수께끼에 휩싸인 채 마치 조롱의 미소를 짓고 있는 스핑크스처럼 끝이 난다.'라는 이야기를 남겼죠.


쇼팽과 상드의 초상화. 외젠 들라쿠르아(Eugene Delacroix) 작품 / 출처. wikipedia


 쇼팽의 전기 작가인 '카라소프스키'는 '이런 장송 행진곡은 온 국민의 고통과 비탄이 마음속에 반영되어 있는 사람만이 작곡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말처럼 쇼팽의 작품에는 조국 폴란드에 대한 비애가 느껴지기도 하죠. 무거운 비애, 침울함과 이 슬픔들을 어루만져주는 위안을 주는 선율 그리고 다시 표현되는 무거운 발걸음의 행진곡에 뒤따라 가보세요. 깊은 어둠과 눈물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쇼팽의 음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따라 흐르는 4악장에서 느껴지는 자신만의 다양한 상상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3악장 '장송 행진곡'
https://youtu.be/jEhKpjLDRNc

피아니스트 조성진

https://youtu.be/Hgw_RD_1_5I

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전악장
https://youtu.be/gHZHy2B6MCc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


https://youtu.be/zc9n2SOdksE

피아니스트 조성진



메인 사진 : Gustave Courbet - <A Burial At Ornans>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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