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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14. 2021

딸 바보는 사실 바람둥이였다.

드뷔시 - 기쁨의 섬

Debussy - L'Isle Joyeuse, L.106
드뷔시 - 기쁨의 섬


 마흔이 넘은 나이에 얻은 딸 ‘슈슈’를 끔찍이도 사랑한 드뷔시는 ‘딸 바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바람둥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죠. 오늘은 드뷔시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살짝 구경해볼까요?

 18세의 드뷔시는 자신보다 14살이 많은 ‘마리 블랑쉐 바스니에’와 첫사랑에 빠졌습니다. ‘로마 대상’의 우승자의 자격으로 파리를 떠나 로마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도 그녀의 사랑이 그리워 드뷔시는 로마에서 파리까지 힘든 길을 오고 갈 정도였죠. 하지만 유학이 끝나고 파리에 다시 복귀 한 드뷔시는 그녀와의 사랑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890년, 재봉사의 딸이었던 ‘가브리엘 뒤퐁’과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죠.

 뒤퐁과 드뷔시의 사랑은 파리 주민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랜 기간 동거를 하며 늘 옆에 붙어있었죠. 하지만 뒤퐁과의 관계가 만족되지 않아서였을까요. 드뷔시는 뒤퐁과의 사랑 중에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았습니다. 소프라노 ‘테레즈 로제’와 바람을 피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1894년, 드뷔시는 뒤퐁이 아닌 로제와 약혼을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은 드뷔시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제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드뷔시를 극구 반대하였죠. 결국 이 약혼은 신속하게 깨져버리게 되었습니다.

 드뷔시는 다시 뒤퐁의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랑에 눈이 먼 뒤퐁은 드뷔시를 다시 받아주었죠. 약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뒤퐁과 드뷔시는 동거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1899년 10월 드뷔시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뒤퐁이 아닌 뒤퐁의 친구 ‘릴리’라 불리는 ‘마리 로잘리 텍시에’와 말이죠. 자신의 애인과 자신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과 배신감을 받은 뒤퐁은 자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그녀의 마음속 큰 상처는 평생 남아 있었죠.  


드뷔시와 그의 첫 번째 아내 릴리 드뷔시. / 출처. interlude.hk

 
 재봉사이자 패션모델이었던 릴리는 드뷔시의 예술관과 음악적 세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심을 보여도 이해할 수 없었죠. 결국 둘의 애정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뷔시의 나쁜 버릇이 또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드뷔시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의 엄마인 ‘엠마 바르닥’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엠마는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뮤즈 일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여인이었죠. 릴리를 처가에 보낸 드뷔시는 엠마와 노르망디 지역에 위치한 ‘저지 섬’으로 몰래 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연히 아내 릴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죠.

 1904년, 릴리는 남편 드뷔시의 외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극심한 충격과 슬픔에 빠진 릴리는 권총으로 극단적인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릴리는 목숨을 건졌지만, 총알은 상처 받은 마음과 함께 평생 몸에 박혀있게 되었죠. 이 사건으로 인해, 드뷔시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떠나기 시작하였고, 파리 사람들은 드뷔시를 향해 분노의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에 드뷔시는 엠마와 함께 잠시 파리를 떠나 영국에 머물렀습니다. 드뷔시는 1905년 릴리와 이혼 후, 엠마와의 사이에서 딸 ‘슈슈’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엠마와 결혼식을 올리며 그의 방황은 끝이 났습니다.  


드뷔시는 엠마와 저지 섬으로 몰래 여행을 떠났고 그 둘은 1908년 결혼을 하게 되었다. / 출처. jerseyislandholidays.com, classicfm


 피아노 연주자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는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기쁨의 섬>은 1904년에 작곡되었습니다. 관현악적 색채가 담긴 이 곡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18세기 프랑스의 화가 ‘앙투안 바토’의 작품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알려집니다.

 그림의 배경은 고대 그리스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시테르 섬으로 알려집니다. 연인들이 이 섬을 찾아가면 비너스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죠. 이에 화가 앙투안 바토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이상향을 향해 떠난 연인들이 시테르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쉽게 떠나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영감을 받은 드뷔시는 쾌락적이고 아드레날린이 솟아오르는 화려한 작품으로 묘사하였죠. 한편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엠마와 저지 섬에서 함께 보낸 짜릿한 기쁨이 음악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앙투안 바토(Jean-Antoine Watteau)의 <시테르 섬으로의 순례>


 트릴로 시작하는 음악은 어디로 튈지 모르듯 오르내립니다. 뒤이어 두근거리는 설렘은 점점 움직임을 갖기 시작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점차 증폭되기 시작하죠. 상승된 감정은 쾌락의 감정까지 발산하게 됩니다. 마치 사랑의 여신에게 영원한 사랑을 선물 받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죠. 슬픔이라곤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쾌락이 가득한 그곳으로 저희도 함께 떠나봅시다. 바로 기쁨의 섬으로!


https://youtu.be/ZQSmhinXkDg

피아니스트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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