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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un 17. 2021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바흐 - 마태수난곡

J. S. Bach - Die Matthäus-Passion, BWV 244
바흐 - <마태수난곡>


 '어린 소년이었을 적 이따금씩 수난 금요일 같은 때, 우리 아버지가 예수 수난사를 낭독하시고 나면 나는 열렬히 감동이 되어 이 비통하게 아름답고, 창백하고, 섬뜩하지만 무시무시하게 생명력 있는 세계 속에서 살았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리고 골다 언덕에서 살았었다. 그리고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을 때면 비밀에 가득 찬 이 세계가 지닌 음울 하면서도 힘 있는 열정의 광채가 온갖 신비로운 전율로 나를 뒤덮었다. 나는 오늘도 이 음악에서, 그리고 「비극적 행위 Actus tragicus」에서 모든 시의 그리고 모든 예술적 표현의 총괄 개념을 발견한다.' *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속에서 자신의 신앙심을 고취시켰습니다. 온몸으로 신앙과 예술의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바흐는 꿈같던 쾨텐 궁정을 떠나 ‘라이프치히’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바흐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라이프치히에서 27년 동안 거주하였죠. 바흐는 ‘성 토마스 교회’, ‘성 니콜라우스 교회’, ‘성 베드로 교회’ 등 라이프치히에 있는 모든 교회음악을 책임지는 음악감독인 ‘칸토르’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쾨텐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라이프치히의 칸토르의 일은 굉장히 바빴습니다. 라이프치히시(市)의 모든 교회들이 사용해야 하는 음악들을 작곡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테트와 칸타타 등 규모가 큰 종교 음악을 매주 작곡하였죠. 이 시기에 작곡된 칸타타만 300여 곡에 다다른다고 알려집니다. 또한 바흐는 장례식과 결혼식의 음악, 성 금요일을 위한 수난곡 등 교회의 모든 축일에 사용되는 음악들을 작곡해야 하는 것과 더불어 학생들과 음악가들을 교육해야 했습니다.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성 토마스 성당과 성 니콜라이 교회. 모두 바흐의 손길이 닿아있다. / 출처. trip advisor , leipzig.travel

 

 바흐의 라이프치히 칸토르의 전임자였던 ‘요한 쿠나우’는 ‘수난곡’을 선보였습니다. 성경을 기초로 한 이 음악은 그리스도의 생애를 담은 성악의 종합 예술로 17세기 중엽 독일 전역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죠. 쿠나우가 수난곡을 발표한 이후로 라이프치히에서는 매년 성금요일(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날)마다 수난곡을 연주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바흐는 이 전통을 이어받아 성금요일의 연주를 위해 총 5곡의 수난곡을 작곡하였죠.  

바흐가 남긴 5곡의 수난곡 중 현재 딱 두 곡만이 완성된 모습으로 전해집니다. 바로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이죠. 특히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종교음악 작품 중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바로크 시대의 최고 걸작’, ‘바흐 음악의 결정체’ 등 작품의 명성에 걸맞은 별명들을 갖고 있습니다. <마태수난곡>은 마태복음의 제26장 1절부터 제27장 66절까지의 이야기를 8가지의 에피소드로 구분하여 가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본작가인 ‘피칸더(본명 프리드리히 헨리치)’에게 그리스도의 수난을 대하는 기독교도들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대본을 부탁하여 피칸더의 대본으로 가사를 사용하여 <마태수난곡>을 꾸려나갔죠.



바흐의 <마태수난곡> 악보 / 출처. wikipedia

 

<마태수난곡>은 1부에서 29곡, 2부에서 39곡으로, 총 68곡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을 다 연주하려면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해설자 역할을 하는 복음서가(테너)와 예수(베이스) 그리고 베드로와 유다 등 가수들은 각자의 어울리는 성부들로 역할을 맡아 노래를 합니다. 예수의 수난이라는 비통하고 비극적인 <마태수난곡>의 주제처럼 음악도 복잡하게 짜여있습니다. 어딘가 맞춰지지 않는 불협화음들은 예수의 고통과 수난이 지난 후에야 마지막에서 협화음으로 해결하며 종결을 맺게 되죠.


 바흐가 죽고 난 후, 이 작품은 수면 아래로 깊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 100년 뒤, 독일의 한 젊은 음악가가 우연히 얻게 된 악보에서 바흐의 숨결을 찾아내었죠.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악보에서 바흐의 음악을 찾게 된 '멘델스존'은 1829년 3월 11일 ‘베를린 징 아카데미’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바로 <마태수난곡>이 초연된 지 딱 100년이 지난 후였죠. 멘델스존의 연주 이후로, 낭만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바흐의 음악이 재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비발디, 헨델 등 바로크의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들도 주목받기 시작하였죠.  


종교음악의 정점이자 바로크 음악의 걸작이라 불리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은 신앙인들에겐 더 깊은 신앙심을,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겐 새로운 영역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종교를 떠나, 신성한 비극을 표현하려 했던 바흐의 음울한 열정의 광채를 온몸으로 뒤덮어 보시길 바랍니다.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악보를 발견해 그 진가를 세상에 알렸다. /출처. wikipedia



*본문 인용 출처 : 헤르만 헤세. <데미안>. p. 81, 서울 : 민음사



*마태수난곡 중 -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https://youtu.be/-i1zYWB7ZnE


*마태수난곡 전곡
https://youtu.be/PkZW7hbda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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