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 프렐류드 Op. 3 No. 2
Rachmaninoff - Prelude Op. 3 No. 2 in C Sharp minor
라흐마니노프 - 프렐류드 Op. 3 No. 2
‘너 도에서 어디까지 닿아?’
‘난 도에서 솔까지 닿아!’
아마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가락 길이를 재보신 적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도를 기준으로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이 얼마나 벌려지는지 가늠하며 높은 도까지 닿기 위해 손을 쭉쭉 길게 뻗어내는 동작을 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할 작곡가가 있습니다. 옥타브를 넘어 더 높은 솔-라까지 자유롭게 닿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입니다.
1873년,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사랑하는 러시아의 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였고, 그의 집안에선 늘 멜로디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죠.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라흐마니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습니다. 12세부터는 당대 유명한 피아노 지도자인 ‘니콜라이 즈베레프’의 집에서 합숙을 하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죠.
모스크바 음악원의 졸업을 위해 오페라 <알레코>를 작곡한 라흐마니노프는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금메달을 받으며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젊은 예술가가 만들어 내는 작품들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피아노를 위한 <5개의 환상 소품집>의 2번째 곡, 프렐류드(전주곡)에 사람들은 이목을 사로잡히기 시작하였죠. 이 곡은 초연부터 엄청난 호평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알려집니다.
이 곡은 <5개의 환상 소품집>의 곡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그가 남긴 프렐류드 중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이 곡은 러시아적인 종소리의 음색을 묘사한 것 같다고 해서 '모스크바의 종'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죠. 짙은 러시아적 색채와 풍부하고 두터운 음향이 이 곡의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잠시 이 곡의 악보를 살펴보실까요? 라흐마니노프는 굉장히 넓은 음역의 음향이 두텁게 울릴 수 있길 바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저 모든 음을 한 번에 쳐낼 수 없죠. 그래서 연주할 땐 음역을 나눠서 연주하게 됩니다.
2009-2010년,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연기를 챙겨보신 분들이라면 이 음악이 낯설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김연아 선수와 앞, 뒤로 연기를 펼쳤던, 김연아 선수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의 프로그램 음악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키 198cm 거구의 라흐마니노프가 커다란 손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시며 음악을 들어보세요.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풍부하고 장대한 음향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영상을 보시면 라흐마니노프의 큰 손을 체감하실 수 있습니다.ㅎㅎ
https://youtu.be/ifKKlhYF53w
-메인 사진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