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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Dec 11. 2021

하프시코드 협주곡

바흐 -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 BWV.1052

J. S. Bach Harpsichord Concerto No.1 in D Minor, BWV 1052
J. S. 바흐 -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

 
 혹시 요새 공중전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공중전화를 종종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생겼고 그로 인해 공중전화는 점점 자리를 잃어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공중전화와 비슷한 악기가 하나 있습니다. 흔히 ‘쳄발로’라고 불리는 ‘하프시코드’입니다.
 
 하프시코드는 피아노가 나오기 전, 16-18세기에 사용되었던 인기 있는 건반악기입니다. 하프시코드는 영어권에서, 독일에서는 쳄발로,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 이탈리아에서는 클라비쳄발로 라 불리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망치가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 달리, 하프시코드는 작고 가느다란 깃촉이 현을 뜯어서 소리를 발생시킵니다. 그래서 하프시코드는 큰 소리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죠. 또한 줄이 튕겨지는 순간에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페달이 없어서 음을 계속해서 지속할 수도 없죠. 그래서 하프시코드는 음을 강조하거나, 음의 길이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꾸밈음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특히 위아래로 번갈아 왔다 갔다 하는 트릴을 이용해, 음을 꾸미거나 음의 길이를 긴 시간 동안 유지했습니다.   

하프시코드 / 출처. wikipedia


 하프시코드는 또한 셈여림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리의 차이를 둔 층이 다른 건반을 이용해 약간의 음질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들었죠. 소리의 강약과 감정들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강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피아노의 등장으로 하프시코드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핸드폰이 생겨서 공중전화를 찾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처럼요. 


 음악의 아버지라 알고 있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활동할 당시, 하프시코드의 역할은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 화음을 채워주며 반주를 하는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흐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통해 하프시코드를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화려한 독주 악기로 위치를 부상시켰습니다. 그 이후, 10여 곡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죠.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1685. 03. 21 - 1750. 07. 28)/ 출처. wikipedia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1번은 사실 건반악기를 위한 음악이 아닌, 정체불명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편곡한 곡이라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비발디의 음악이라는 주장도 있죠. 이 음악은 독주 악기와 합주 악기가 다 같이 연주하는 ‘투티(tutti)’와 독주 악기 혼자 연주를 하는 ‘솔로’가 교대로 나타나는 ‘리토르넬로’ 양식으로 작곡된 음악입니다. 흔히 비발디의 <사계>에서 보았던 구조이죠. 

 
 피아노가 감히 낼 수 없는 쇳소리 같이 챙챙 거리는 음색은 하프시코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됩니다. 하프시코드의 선율에 마음을 열어보세요. 아마 음악에 깃든 바로크의 혼이 마음 깊은 곳까지 화려하게 수를 놓을 거예요. 



*하프시코드
https://youtu.be/XcsfDxojdV8

하프시코디스크 장 롱도 / 1악장

https://youtu.be/4ls9Jk937P8

조르디 사발 지휘 / 전악장

*피아노
https://youtu.be/osg_WmeLxQk

피아니스트 폴리나 오세틴스카야(Polina Osetinskaya)

*오르간
https://youtu.be/A5_5NS4Fh1g

오르가니스트 이베타 압칼라

-메인 출처 : Frans van Mieris the Elder - Woman at a harpsich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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