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8번, K.310
Mozart - Piano Sonata No. 8 In a minor, K. 310
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8번, K.310
모차르트는 6살의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와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모차르트를 최고의 자리로 올려 두고 싶어 했죠.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잘츠부르크를 넘어 유럽 전역에 모차르트의 이름과 재능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연주를 통해 동시대의 최고의 음악가들을 만나며, 유럽 주류의 음악들을 스펀지처럼 새로운 것들을 빨아들였죠. 모차르트는 평생에 걸쳐 연주 여행을 다녔습니다. 36년의 생애 중 16년을 여행에서 보냈을 정도였죠.
모차르트가 연주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슈라텐바흐’ 대주교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음악가들은 궁정, 교회, 귀족들의 밑에 소속이 되어, 그들의 후원을 받으며 활동했었습니다. 모차르트 부자는 잘츠부르크 궁정에 소속된 음악가들이었죠. 슈라텐바흐 대주교는 모차르트와 레오폴트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슈라텐바흐 대주교가 죽고 난 후, 상황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부임을 하게 된 ‘콜로레도’ 대주교는 궁정의 일을 제쳐두고 자신의 음악 활동을 하는 모차르트를 곱게 보지 않았죠. 아무리 천재 음악가라도, 하인 그 이상으로 대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차르트에게 이렇게 명하였죠.
‘잘츠부르크에 있어라. 그리고 잘츠부르크를 위한 음악을 작곡해라.’
더 큰 세상에서, 누군가의 간섭이 없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궁정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1777년, 어머니 ‘안나’와 함께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뮌헨과 만하임, 파리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모차르트의 여행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레오폴트는 잘츠부르크 궁정에 남아 있었죠. 만하임과 파리에서 새로운 음악들을 습득하며 음악적인 깊이를 채워갔지만, 새로운 취직 자리를 구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생활은 굉장히 궁핍해져 갔고, 어머니 안나는 티푸스에 걸려 병세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혼자 방에서 틀어박혀 있어요. 방은 너무 어둡고 추워요. 햇빛이 들어오지도 않아요. 불을 때도 방이 너무 추워요. 너무 아파서 편지를 못 쓰겠어요.’
-레오폴트에게 편지를 보낸 안나.
1778년, 결국 모차르트는 낯선 파리의 땅에서 어머니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는 혼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게 되었죠. 그는 바로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많이 아프다고만 전달했을 뿐이죠. 하지만 레오폴트는 아들의 편지를 읽고 바로, 아내의 죽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번호 K.310은 파리에 머물 당시 쓰인 곡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눈앞에 닥쳤을 때 작곡된 곡으로 그의 가슴 아픈 감정들이 녹아내린 작품이기도 하죠. 모차르트는 19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습니다. 그중, 단 3곡만이 단조로 작곡되었죠. K.310은 그가 처음 작곡한 단조 피아노 소나타이자, 이전에 작곡된 곡과는 달리 음악적인 농도가 짙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없이 처음으로 떠난 연주 여행에서 어머니를 홀로 묻고 온 모차르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강약의 선명한 대비와 격정적인 감정 속에서 나타나는 모차르트의 슬픔에 고요한 눈물을 같이 흘려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