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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Jan 19. 2022

권태에 빠진 연인의 해피엔딩

오펜바흐 -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 서곡

Offenbach - <Orpheus in the Underworld> - Overture
오펜바흐 - <지옥의 오르페오> 서곡

 죽은 아내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절대 아내의 얼굴을 돌아보지 말고 지옥에서 지상까지 가야 하는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숲의 요정 에우리디케와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사랑이야기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화가들은 그들의 사랑을 아름다운 채색으로 표현하였고, 작곡가들은 무대 위의 멋진 음악으로 표현하였죠. 19세기의 한 프랑스 작곡가도 이들의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원작과 달리, 굉장히 유쾌하고 풍자적인 모습으로요. 
 
 19세기 프랑스의 작곡가 ‘오펜바흐’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에는 희극적인 요소가 가득한, 코믹한 오페라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는 재밌고, 유쾌한 오페라에 대한 고민과 갈망을 이어나갔죠. 
 
 오펜바흐는 ‘오페라 부프’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오페라의 새로운 희극 장르인 '오페레타'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극장을 인수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오페레타를 직접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선보였죠. 1855년, 오펜바흐의 손에 개관을 하게 된 '부프-파리지앵'이라는 이름의 오페라 극장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지옥의 오르페오>가 성공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죠.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1819. 6. 20 - 1880. 10. 4) / wikipedia

 


 1858년, <지옥의 오르페오>가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잠잠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문학평론가였던 '쥘 자냉'이 원작과 다른 모습의 이 작품을 강하게 비판하였죠. 이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이 작품을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밌는 이 작품에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져 갔고, 이 작품은 228회 연속으로 공연을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죠. 당시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인 로시니는 이 작품을 관람한 후 오펜바흐에 대해 '샹젤리제의 모차르트‘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17세기 '몬테베르디'와 18세기의 '글루크' 등 앞선 작곡가들이 남긴 오페라와 달리,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선보였습니다.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이 아닌, 권태기에 빠진 연인 사이로 설정을 해두었죠.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뒤돌아 보지 않고 지옥을 떠나야 하는 오르페우스. 원작에서는 뒤를 돌아보게 된 오르페우스가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게 된다. 

-<지옥의 오르페오> 줄거리
 
 서로에게 싫증이 나버린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클로에’라는 여인을 유혹하기 위해 그녀의 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클로에가 아니라, 자신의 아내 에우리디체였죠. 그의 행동에 기가 막힌 에우리디체는 그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체와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내 '아리스테'가 만나는 장소에 몰래 독사를 숨겨두었습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지옥의 신 ‘플루토’는 아리스테로 변장해, 에우리디체를 독사가 있는 곳에 유인해, 그녀의 목숨을 뺏고 지옥으로 데려갔죠.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알게 된 오르페우스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에우리디체도 오르페우스와의 이별을 굉장히 후련해했죠.     

 플루토가 에우리디체를 납치해갔다는 주변인들의 성화에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신들의 왕인 주피터를 찾아갑니다. 주피터 또한 플루토의 계략에 죽음을 맞게 된 에우리디체의 상황을 알고 있었죠. 억울한 죽음을 다시 구하기 위해 주피터는 지하세계의 플루토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감금돼있던 에우리디체의 미모에 반하게 되었죠. 파리로 변신해서 그녀에게 접근한 주피터는 그녀를 설득해 올림포스에 데리고 오게 되었습니다. 
 
 파티가 열리는 곳에서 에우리디체는 술의 신 ‘바쿠스’의 여사제로 변신하여 그곳에서 바쿠스를 찬양하고 있었습니다. 파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주피터와 에우리디체는 분위기를 타 도망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죠. 이때 플루토가 그들의 앞을 막습니다. 그리고 오르페우스가 등장해 주피터에게 자신의 아내를 돌려 달라고 이야기를 하죠. 이에 주피터는 그 둘을 지상으로 돌려보내 주죠. 대신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가 출발을 하자, 제우스는 번개를 쏘아 내렸습니다. 깜짝 놀란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게 되고, 주피터는 그 둘의 사이를 갈게 놓게 되죠. 비통한 슬픔에 잠기는 원작과 달리, 오르페우스는 오히려 클로에와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사로잡혔습니다. 에우리디체 또한 바쿠스의 여사제로 올림포스에 남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함을 얻었죠. 모두가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결말로 막은 끝이 납니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오>의 1878년 공연 포스터 / wikipedia

 
 19세기 초,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파리 극장의 수와 공연 내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대본을 검열하는 등 문화에 대한 검열과 보수성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오펜바흐는 이 시기의 예술 표현의 억압을 풍자해 현대적인 모습으로 
오르페오를 각색하였죠. 


 <지옥의 오르페오> 중 가장 유명한 음악은 바로 ‘캉캉’입니다. 화려한 파티가 진행되는 2막 2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죠. 2박자 리듬의 경쾌한 춤곡인 캉캉은 1830년 파리에서 유행한 춤으로 다리를 높이 차올리는 것을 특징으로 갖고 있는 사교춤이었습니다. 오페레타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모아 하나의 예고편처럼 만든 서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이 캉캉은 아주 흥겹게 흘러나오죠. 


 최고의 음악가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과 혼이 쏙 빠질 정도로 흥이 나는 캉캉에 몸을 맡겨보세요. 무의식 중에 발가락을 까닥거리며 리듬을 타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https://youtu.be/bqXA5UMy1yc

주빈 메타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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