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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Jul 24. 2024

회피된 학습에서 학습된 도전으로


저는 한때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식당에 가면 항상 누군가 고른 메뉴를 따라 시켰죠. 미용실에서도 똑같은 헤어스타일만 했고, 렌즈 끼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주문을 할때는 전화 대신 앱으로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는 핑계를 만들어서까지 나가지 않았습니다. 여행을 가도 모든 일정과 계획은 친구들의 몫이었고, 저는 그저 따르기만 했죠. 저는 제가 익숙하고 편안한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다고 믿었습니다. 불행했지만, 불행함의 원인조차 모른채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럽게도, 저는 어느날 진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들이 단순히 새로운 도전을 실패했을 때 느낄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점을요. 그 근원은 찾지 못했지만, 두려움이 제 마음 속 깊이 뿌리를 잡은 것 만큼은 확실했습니다.



더이상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인생을 평생 이렇게 살기는 싫었어요.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결심했죠. 식당에서 먹을 메뉴는 제가 직접 고르고, 미용실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습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말 기뻤습니다. 그 일에 도전했다는 사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취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소중했죠. 꾸준한 연습 끝에 렌즈 끼는 것도 익숙해졌고, 불참했던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숨쉬듯 당연한 일들이, 과거의 저에게는 엄청난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계획도 없이 무작정 티켓을 구입했죠. 당연히 무섭고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해내면 제게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습니다. 타코야끼를 먹다가 사귄 일본인 친구, 하노이에서 탄 스쿠터의 기억은 제게 그 어떤 예기치 못한 일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오늘날 저는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운 메뉴를 즐깁니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지인 파티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현재는 첫 출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죠.


이 모든 일들은 2년동안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모든 과정이 '회피된 학습'에서 '학습된 도전‘으로 나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닌, 의지와 노력이 빚어낸 필연이었죠. 이 이야기를 쓰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정말 펑펑 흘렸습니다. 그동안 해온 노력이 정말 뿌듯하고, 제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누구보다 자책했던 소년이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게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어두웠던 사람에서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회피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피하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미루는 행동이 그들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회피된 학습'에서 '학습된 도전'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그 시작은 우선 회피하는 자신과 똑바로 마주하는 것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회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일상 속에서 피해왔던 일들에 도전해보세요. 식당에서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고, 미용실에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보세요. 여유가 된다면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보세요. 제가 느낀 소통의 즐거움, 도전의 즐거움을 여러분도 느껴보세요.


여러분은 '회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직 도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뿐이죠. 분명 어느 순간 여러분도 도전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변화는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주 서서히 일어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더 이상 회피하지 않기를, 도전을 즐기는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더 이상 회피하지 않는 쿼카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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