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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Aug 23. 2024

3. 반추하는 나, 방치하는 뇌

DLPFC와 선조체의 오류


좌절의 순간들

살다 보면 정말 예상 못한 일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곤 해요. 저도 얼마 전에 그런 경험을 했어요. 제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끌어보고자 용기 내어 교육 프로그램과 동아리에 지원했거든요. 하지만 연거푸 거절당했어요. 그냥 단순한 실패가 아니었어요. 제 미래를 향한 첫 발걸음이었고, 제 의지와 열정을 담아 내딛은 걸음이었기에 그 충격이 컸죠.


사실 평소에 이런 도전을 잘 하지 않았던 저였기에, 이번 경험이 더 아프게 다가왔어요. 용기 내어 시도한 일이었는데, 연이은 실패로 제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자신감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게 느껴졌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저를 덮쳐왔어요. 


한번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니까 정말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어요. 과거의 모든 실패들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와 저를 덮쳐버렸죠. 친구들과 다툰 일, 시험에서 떨어진 일... 온통 좌절스러웠던 순간들만 자꾸 떠올랐어요. 그러다 결국엔 "난 앞으로 절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거야"라는 최악의 생각까지 하게 됐죠. 이 생각이 온통 제 머릿속을 지배해버렸어요.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제가 겪은 이런 경험을 심리학에서는 '반추'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같은 생각이나 문제를 계속 곱씹는 걸 말하는 거예요. 때로는 이렇게 깊이 생각하는 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적어도 제 경우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질 뿐이었어요.


계속 이런 생각들의 늪에 빠져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정말 답답했어요. 왜 자꾸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 현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특히 이 '반추'라는 게 왜 일어나는 건지,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같은 생각을 되풀이할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뇌과학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더라고요. 조금씩 이해하다 보니 제 경험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는 것 같았어요.


반추의 뇌과학적 이해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정말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반추할 때 뇌에서 실제로 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죠. 특히 두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라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선조체'라는 부분이에요. 이름은 좀 어렵지만, 이 부분들이 우리가 왜 자꾸 같은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지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처음에는 이런 전문적인 용어들이 낯설었지만, 차츰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요.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죠.

DLPFC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그중에서도 배외측 전전두피질, 줄여서 DLPFC라고 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이 부분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반추에 빠질 때 이 DLPFC의 활동이 줄어든고 해요. 제가 진로 실패 후에 '앞으로 원하는 미래를 가질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에 빠졌을 때, 제 뇌의 DLPFC가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 힘들었던 거예요. 


선조체(striatum)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선조체'라는 곳이에요. 이 부분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과 관련이 있죠. 연구에 따르면, 반추할 때 이 선조체의 활동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계속해서 과거의 실패 경험들을 떠올리고, 그 생각들이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그게 바로 이 선조체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습관처럼 반복했던 것도, 어쩌면 이 선조체가 너무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였던 거죠.


이렇게 제 경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어요. 제가 왜 그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는지 이해되기 시작했죠.


반추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제 뇌의 DLPFC를 활성화해서 생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동시에 선조체가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싶었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봤는데, 그 중에서 제게 정말 도움이 됐던 몇 가지가 있어요. 이 방법들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1. '멈춰!' 외치기: 제가 또 그 생각에 빠졌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속으로 '멈춰!'라고 외쳐봤어요. 이건 변증법적 행동치료의 REST 기법 중 하나예요.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계속 하다 보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마치 브레이크를 밟는 것처럼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을 즉시 멈출 수 있었죠.


2. 생각 떼어내기: 그러고 나서 제 생각을 마치 다른 사람의 말처럼 바라보려고 노력했어요. "나는 실패자야"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 내가 지금 '나는 실패자야'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말이에요. 이것을 '감정 라벨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니 그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관찰자의 시점에서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죠.


3. 다르게 생각해보기: 같은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난 정말 형편없어"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번 경험으로 다음 면접은 더 잘 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이건 실제로 인지 행동 치료의 '인지적 재구성' 기법에 사용되는 원리에요. 이렇게 하니 안심이 되고 상황을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었어요.


4. 움직이기: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면 그냥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걸었어요. 계속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이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이런 방법들을 꾸준히 시도해보니, 점차 눈에 띄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진 않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확실히 수월해졌습니다.


특히 반추에 빠졌다는 걸 인식하는 능력이 좋아져서, 전보다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생각을 객관화하는 연습 덕분에 감정에 휘둘리는 일도 줄어들었고요.


물론 아직도 가끔은 어려움을 겪기도 해요. 완벽하게 반추를 통제할 순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전처럼 오랫동안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일은 확실히 줄어들었습니다.


이 방법들을 통해 제 생각과 감정을 다루는 새로운 기술을 익힌 것 같아요. 반추와의 관계가 변화한 거죠. 이제는 반추가 찾아와도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도구가 제 손에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반추에서 벗어나기: 실전 적용

이런 방법들을 익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있었어요.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무심코 한 말이 다른 의미로 들릴 수 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거든요. 집에 돌아와서는 그 말 때문에 친구들이 나를 오해하진 않았을까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그 생각에 빠져 밤새 뒤척였겠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제일 먼저 '멈춰!'라고 마음속으로 외쳤죠. 그러고 나서 "아, 내가 지금 '4시간 동안의 모임에서 실수한 말 단 한 마디 때문에 친구들이 날 앞으로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말해봤어요. 이렇게 하니 그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 볼 수 있더라고요.


그 다음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정말 한 번의 말실수로 친구들이 나를 판단할까? 우리가 함께 웃고 즐거워했던 순간들도 많았잖아"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잠깐 밖에 나가 산책을 했어요.


이렇게 하니 놀랍게도 그 날 밤, 평소보다 훨씬 빨리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물론 완전히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 정도가 확실히 줄어들었죠. 이전에는 며칠 동안 계속됐을 생각이 몇 분 만에 잦아들었으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배운 방법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반추의 늪에서 벗어나는 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생기면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제 경험을 돌아보니,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어요. 우리 모두 가끔은 안 좋은 생각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제 저는 알아요. 그 늪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는 걸요.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요. 제가 했던 것처럼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뇌과학 얘기가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는 게 도움이 돼요. 그냥 '나쁜 습관'이 아니라, 우리 뇌가 그렇게 작동하는 거란 걸 알면 안심이 되죠.


여러분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제가 써본 방법들을 한번 시도해보세요. 그리고 꼭 기억하세요. 여러분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 이런 순간을 겪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요.


그 안 좋은 생각들이 여러분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건 그저 우리가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산일 뿐이죠. 우리 함께 이 산을 넘어가봐요. 그 너머에는 분명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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