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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Aug 26. 2024

4. 번아웃 온 뇌

저는 작가입니다. 쓰레드, X,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미친 듯이 글을 쓰는 게 일상이었죠.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때마다 느끼는 설렘이 저를 계속 글쓰기로 이끌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제주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도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었죠. 여행 동안은 글을 못 쓰니까, '어차피 여행을 다녀오면 에너지가 넘칠 거야'라는 생각으로 출발 직전까지 글을 미친 듯이 적었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름을 오르고, 해변을 거닐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사실 글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얼른 돌아가 다시 글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행 가기 전보다 오히려 더 피곤했어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려고 해도 손이 올라가질 않았습니다. 글은커녕 가벼운 독서조차 하기 싫었어요. 운동? 꿈도 꾸지 말자고요.


친구들과의 약속도 모조리 취소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도 자꾸 졸음이 쏟아졌어요. 잠을 자도 자도 피곤했습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명 번아웃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이상했습니다. 저는 분명 잘 쉬고 돌아왔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요?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지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겪은 현상이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동기 부여와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제가 알게 된 도파민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씀드릴게요.


첫째, 도파민은 켜졌다 꺼졌다 하지 않고 일정한 주기로 작용합니다. 이 주기는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1. 베이스라인: 우리 모두는 특정한 자극이 없을 때도 뇌에 일정 수준의 도파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베이스라인은 일상적인 동기 부여와 기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해요. 아침식사를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친구와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평범한 활동들이 가능한 이유죠.


2. 피크: 우리가 보상적이거나 즐거운 활동을 할 때, 도파민 수치가 베이스라인을 넘어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를 도파민 피크라고 해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가거나, 데이트를 할 때 느끼는 그 짜릿한 기분이 바로 이 때문이에요.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거나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 때도 마찬가지죠. 피크의 크기는 활동이나 자극의 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3. 크래시: 도파민 피크 이후에는 도파민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종종 초기 베이스라인 수준보다 낮아져요. 이를 '크래시'라고 합니다. 이는 피크 동안 뇌가 상당한 양의 도파민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겨요. 보통 피크가 높을수록 크래시가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나는 콘서트가 끝난 후 느끼는 허탈감, 휴가에서 돌아온 후의 우울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마친 후의 무기력증 등이 이에 해당해요.


4. 회복: 시간이 지나면서 뇌는 새로운 도파민을 합성하여 도파민의 양을 서서히 베이스라인으로 회복시킵니다. 그러나 크래시 이후 도파민이 낮은 기간 동안에는 동기 부여, 기분, 에너지가 감소하여 공허함이나 쾌락 부족을 느낄 수 있어요.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일상적인 활동에 흥미를 잃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도파민 피크와 크래시를 자주 경험할수록 도파민 베이스라인이 낮아져요. 이건 마치 술을 자주 마시면 술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과 비슷해요. 도파민 자극이 계속되면 뇌가 그에 적응하려고 하기 때문에, 같은 자극에 대해 점점 더 낮은 반응을 보이게 돼요. 그 결과 일상적인 활동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무기력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둘째, 도파민은 무한정 나오는 게 아니라 소모되는 자원이에요. 이는 우리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현상이죠.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몰아보다가 '이제 공부해야지'라고 마음먹어도 집중이 안 되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죠? 이건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서 도파민을 과도하게 소모했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공부같이 상대적으로 자극이 덜한 활동에는 도파민이 충분히 반응하지 않아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는 거예요. 뇌가 이미 도파민을 다 써버려서 공부에 대한 보상 신호를 보내기 힘든 상태가 된 거죠.


더 중요한 건, 앞서 언급했듯 이런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에 대한 반응이 점점 둔감해진다는 거예요. 도파민 반응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이때 필요한 건 도파민 피크를 자극하지 않는 잔잔한 활동이에요. 여행이나 파티, 스마트폰 같은 자극적인 활동은 오히려 도파민을 더 소모시키고 둔감하게 만들 뿐이죠.


이 관점에서 보니 제 상황이 이해가 됐어요. 글쓰기의 뿌듯함, 소셜미디어의 반응들이 계속해서 제 도파민을 고갈시키고 있었던 거예요. 거기에 제주도 여행까지 더해지면서 도파민 고갈이 극에 달했죠. 즐거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도파민 크래시가 왔고, 결국 도파민에 둔감해진 거예요. 여행 후의 극심한 무기력감은 바로 이 도파민 고갈과 민감도 저하의 결과였던 거죠.


이 깨달음은 제 작업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어요. 이제 저는 도파민 시스템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먼저 진정한 휴식의 의미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전에는 쉴 때 스마트폰으로 쇼츠나 유튜브를 봤는데, 그것이 사실 계속 도파민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제는 휴식 시간에 명상, 정리, 산책 같이 도파민 피크를 부르지 않는 잔잔한 활동을 해요.


일하는 방식도 확 바꿨어요. 예전엔 쉬지 않고 계속 일만 했죠. 이젠 '울트라디안 리듬'이라는 걸 따라 해요. 90분 집중 작업하고 20분 완전 휴식하는 방식이에요. 이 휴식 시간엔 스마트폰 대신 아까 말한 활동들을 해요.


또 다른 일로 넘어갈 땐 그 사이에 꼭 쉬는 시간을 둬요. 글쓰기 후에 공부를 할 때나 공부를 하고 나서 운동을 하는 그 사이에 20분 정도 쉬었다가 다음 일로 넘어가는 식이죠.


이렇게 생활하니 정말 많은 게 달라졌어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할 의욕도 되살아났죠. 더 놀라운 건, 제가 하는 일을 더 이성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이 일이 정말 필요한 건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죠. 필요한 일부터 하자 작업 속도도 더 빨라졌어요. 전에는 그저 바쁘게 일했다면, 이제는 일을 정말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울트라디안 리듬: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에너지 주기로, 약 90-120분마다 집중력이 고조되었다가 떨어지는 패턴을 말해요. 이 리듬에 맞춰 일하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작업이 가능해져요.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휴식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게 와닿았죠. 스마트폰이나 자극적인 활동 대신 낮잠, 명상, 산책, 정리 같은 잔잔한 활동이 진정한 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뭔가 자극적인 걸 하려고 할 때 '지금 내 도파민이 고갈되고 있나?'라고 자문해요. 그러면 더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 몸과 마음의 리듬을 존중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배운 거죠.


결국 이 모든 변화는 제 삶의 질을 크게 높여줬어요. 일의 효율성도 올랐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삶에 대한 만족도예요.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게 됐고, 스트레스도 훨씬 줄었죠. 이 모든 걸 가르쳐준 건 바로 제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이었어요. 도파민의 균형을 찾는 여정은 단순히 일 잘하는 법을 넘어, 더 균형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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