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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Aug 27. 2024

5. 남 눈치 보는 뇌

저는 오랫동안 남의 눈치를 많이 봤어요. 친구들과 식당에 가면 항상 누군가 고른 메뉴를 따라 시켰고, 미용실에서는 똑같은 헤어스타일만 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는 핑계를 만들어서까지 나가지 않았고, 여행을 가도 모든 일정과 계획은 친구들의 몫이었어요. 저는 그저 따르기만 했죠.


왜 그랬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발표를 하다가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수치심이 너무 컸던 거에요. 


그 후로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습관처럼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패했을 때 느낄 수치심이 두려워 도전을 회피하게 되었죠.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결심했어요. 식당에서 먹을 메뉴는 제가 직접 고르고, 미용실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습니다. 


불참했던 모임에도 나가기 시작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는 적극적으로 계획에 참여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여행은 제게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용기 내어 말을 걸어 일본인 친구를 사귀고, 낯선 사람에게 사진도 찍어달라 하고, 하노이 전통 시장에서 전통 모자도 샀어요. 

놀랍게도, 사람들은 제가 무엇을 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이걸 깨닫고 나서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게 되었어요.

 

이 경험들을 통해 저는 많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제가 왜 그토록 남 눈치를 봤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된 건 나중의 일이에요. 


의대에서 공부하면서 '자기 참조'라는 심리적 현상에 대해 배웠는데, 이게 제 과거의 행동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더라고요.


자기 참조란 쉽게 말해 모든 상황을 자신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경향을 말해요. 제가 그랬듯이 남들이 저를 어떻게 볼지, 제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는 거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자기 참조 현상은 뇌의 특정 부분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해요. 특히 사회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 건강 상태에서는 자기 참조 처리가 과도하게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뇌의 중간선 구조, 특히 전측 대상피질(mPFC)후대상피질(precuneus)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고 해요. 이 부분들은 우리의 자아 인식과 관련된 활동을 조절하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DMN)의 일부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또한 사회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피드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전두엽-두정엽 네트워크의 활동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야 저는 그동안의 제 모습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제가 왜 그토록 남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왜 작은 비판에도 크게 상처받았는지가 뇌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특히 전측 대상피질의 과도한 활성화가 제가 새로운 상황에서 느꼈던 그 불안감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후대상피질이 과거의 부정적 경험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점이 제 경험과 정확히 일치했어요.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제 두뇌가 만들어낸 두려움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제 행동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이런 자기 참조의 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 경험을 통해 세상이 나의 행동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제 뇌의 과도한 자기 참조 습관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저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제 행동을 의식하지 않아요. 오히려 세상을 관찰하는 재미에 빠졌죠. 새로운 식당에서 새로운 메뉴를 즐기고, 무대에서 노래도 부르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대화를 나눠요. 심지어 지금은 첫 출간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이 모든 변화는 2년 동안 조금씩 일어났어요. 우연이 아닌,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어요.


여러분 중에도 과거의 저처럼 '남 눈치 보는 성격'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런 성향이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특정 부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요.


작은 도전부터 시작해보세요. 새로운 경험을 쌓다 보면, 여러분의 뇌도 조금씩 변화할 거예요. 그 변화는 천천히 오겠지만, 반드시 찾아올 겁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빛나는 삶을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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