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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Aug 18. 2024

2. 외로운 뇌

깊고 좁은 관계에서 균형 잡힌 관계로

"나는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선호해." 오랫동안 저는 이 말을 제 정체성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학창 시절, 저와 잘 맞지 않는 그룹에 어울리려 노력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유행을 따라가려 애쓰고, 관심 없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매번 피로감과 공허감만 남았죠. 그 후로 저는 '넓고 얕은 관계는 필요 없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깊고 좁은 관계만을 추구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제가 의지하는 친한 친구들이 단 몇 명뿐이다 보니, 그들이 바쁘거나 개인적인 일로 연락이 뜸해질 때면 저는 갑자기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는 상황에 처하곤 했습니다


특히 친구를 만난 직후에는 '너무 자주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연락을 미루게 되고, 그 결과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에 빠졌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외로움은 점점 더 깊어졌습니다.


변화는 우연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자기계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 덕분에, 저는 부담 없이 제 생각을 나누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이 경험에 용기를 얻어, 온라인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과 실제로 커피챗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긴장되었지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였기에 즐거웠어요.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촌들에게 연락을 했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만남은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여행 계획, 연애 이야기, 학교 생활 등 일상적인 주제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이런 가벼운 만남이 오히려 제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관계의 깊이뿐만 아니라 다양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분명 좋은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 걸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저는 신경과학 연구를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관계와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해 왔더군요. 그들이 발견한 것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우리 뇌가 사회적 고립이나 거절을 마치 생존을 위협하는 물리적 위험처럼 인식한다는 것이었죠.


사회적 고립은 생존의 위협이다
편도체(Amygdala)의 모습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원래 포식자나 신체적 위협 같은 실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회적 고립이나 거절을 경험할 때도 이 같은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편도체라는 뇌 부위는 위협을 감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회적 고립 상황에서도 이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사회적 고립 상황이 우리 뇌에서는 생존의 위협으로 느껴지는 셈이죠


이런 뇌의 반응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 실제 신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죠. 이는 단기적으로는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안전 신호'다

반대로, 우리가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을 때는 어떨까요? 이때는 우리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라는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이 영역은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고 몸의 이완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뇌가 "지금은 안전해. 긴장을 풀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셈이죠. 회적 관계가 뇌에서는 일종의 '안전 신호'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저는 새삼 놀랐습니다. 제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단순히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을 넘어, 실제로 제 뇌와 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죠.


깨달음: 외톨이가 아니라,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한 거야

또한 제가 최근 경험한 변화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저에게 에너지를 준 이유, 그리고 그동안 깊고 좁은 관계에만 의존하면서 느꼈던 불안감의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평생 '깊고 좁은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는 걸요. 사실 저는 단지 저에게 맞는 다양한 관계를 찾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 몇 명과의 깊은 관계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의 가벼운 교류 역시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죠.


이제 저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깊은 관계와 넓은 관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혼자 있는 것이 편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다양한 모임에 참석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이는 단순한 사교 활동이 아니라, 제 건강과 행복을 위한 중요한 투자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밸런스입니다. 깊이 있는 관계의 안정감과 다양한 관계가 주는 자극, 이 두 가지를 모두 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압니다, 이런 노력들이 단순히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 뇌와 몸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요.


이런 깨달음을 얻고 보니, 앞으로의 삶이 더욱 기대됩니다. 저는 어떤 새로운 관계들을 만나게 될까요? 그리고 그 관계들은 저를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이 여정이 때로는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저를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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