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I of the Vortex는 신경과학자 로돌포 린나스(Rodolfo Llinas)가 쓴 책으로, 우리가 왜 생각할 수 있는지, 그리고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운동(움직임)'과 예측(앞을 내다보는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뇌가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지만, 린나스는 뇌가 단순히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예측), 거기에 맞춰 움직이기 위해(운동) 존재한다고 주장해요.
린나스는 "움직이지 않는 생물은 뇌가 필요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해면동물(스펀지 같은 바다생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뇌가 없어요. 하지만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나, 육지에서 빠르게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멈춰야 할지, 어떻게 먹이를 잡아야 할지를 판단해야 해요. 이런 판단을 위해 뇌가 생겼고, 점점 더 발달한 것이라는 거죠.
특히 흥미로운 예로, 멍게(해양 동물)를 들어요.
멍게의 유충은 처음에는 작은 뇌를 가지고 자유롭게 헤엄치지만, 한 곳에 정착하면 뇌를 없애버려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니 뇌가 필요 없어진 것이죠.
이걸 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움직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어요.
단순히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만약 뇌가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고 나서야 결정을 내린다면, 행동이 너무 느려질 거예요. 그래서 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예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이게 바로 예측(prediction)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가 공을 잡으려고 손을 뻗을 때 뇌는 이렇게 계산해요.
공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날아오는지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이 몇 초 후 어디에 있을지 예상하고,
예상한 위치에 맞춰 손을 움직여서 잡도록 합니다.
즉, 뇌는 단순히 현재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기관이라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빠르게 반응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이유예요.
여기서 린나스는 더 흥미로운 주장을 해요. "생각(thinking)도 결국 '움직임'에서 나온 것"이라는 거죠.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면, 먼저 머릿속에서 그 행동을 미리 그려보고 나서 실행해야 해요. 예를 들어, 연필을 집으려 할 때, 뇌는 먼저 "연필을 집는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깁니다. 이런 과정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실제 움직이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생각'이라는 거예요. 즉, 생각이란 실제 행동하기 전에 미리 예측하고,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우리의 생각(thought)은 본질적으로 '움직임이 내부화된 형태(internalized movement)'라고 볼 수 있어요.
린나스는 우리의 '자아(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요. 우리는 단순히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예측하고 행동하는 존재예요. 이 예측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거울을 보며 "저게 나구나"라고 인식하는 것도 그냥 눈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저 모습이 내가 움직이는 방식과 일치하는가?"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라는 거예요. 즉, 자아란 감각 정보가 아니라, '운동과 예측'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거죠.
1. 뇌는 움직이기 위해 생겼다.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는 뇌가 필요 없고, 움직이는 생명체는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뇌가 필요했다.
2. 뇌의 핵심 기능은 '예측'이다.
모든 행동은 뇌가 먼저 결과를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3. 생각도 '내부화된 움직임'이다.
실제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뇌 속에서 가상의 움직임을 실행하는 과정이 바로 '생각'이다.
4. '나'라는 감각(자아)은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우리는 단순한 감각 수집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예측하고 반응하는 존재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가 된 이유를 운동과 예측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며 움직이는 뇌를 가졌기 때문에 '생각'을 할 수 있고, '자아'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이제부터 '내가 생각한다'는 것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운동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떠올려보세요. 린나스는 이런 관점이 우리가 뇌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